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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농업과 농촌을 포기한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22대 국회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한우법을 재논의하길 바란다.
5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서 의결한 법률안 4건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4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니 이를 행사한 법안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한 4건 법률안도 어떤 내용이었는지, 나의 생활과 연관이 있는지 모두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각 당의 필요에 따라, 혹은 언론의 입맛에 따라 그 중요성이 축소 또는 확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통과된 4건의 법률안은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농어업회의소법, 지속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일명 한우법)이다. 앞의 2건은 그나마 언론에서 조명되었는데, 농업・농촌과 관련된 뒤의 2건 법률안은 언론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폐기되었다. 지난 2023년 최소한의 쌀값 보장 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제1호로 거부한 데 이어 21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통과된 농업・농촌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농업・농촌 정책에 대한 무시를 읽을 수 있다.
‘농어업회의소법’은 농어업인의 의사를 대표하는 ‘농어업회의소’라는 기구를 설립하고, 이 단체가 농어업・농어촌 관련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률안이고, ‘한우법’은 치솟는 생산비와 도매가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는 한우 사육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었다. 이중 ‘한우법’은 한우의 고장이라고 하는 횡성에서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했지만, 그 흔한 현수막이나 성명서 한 장도 없이 사라진 법률안이 되어버렸다.
‘한우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5년마다 농식품부 장관이 한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농가경영안정제도(송아지 생산・비육경영 안정제, 공익직불제 등)를 마련하며, 경축순환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적정 사육두수 및 수급 상황 관리기구를 설치하며, 학교나 군 등에서의 단체급식 목표를 수립하고, 기업자본의 생산 참여를 제외하는 원칙 수립 등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한우 농가의 경영 여건이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필요한 법률안이었지만 ‘한우법’이 제정될 경우, 4∼5개의 추가 법안(타 축종에 대한 법안)이 만들어져 입법에 있어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논리와 한우 가격이 낮아진 근본적인 원인은 사육두수 급증인 만큼 농가들 에게도 일정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입법을 위해 국회가 존재하고 수많은 법률안이 제출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다양화되면서 법도 세분화되고 전문화되기 때문이다. 1년에 국회의원 세비를 포함한 운영 예산으로 7천억 원이 넘는 거액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만큼 입법에 대해 그들이 최대한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축산 관련 법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면 당연히 추가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우법’만이 아니라 ‘한돈법’이 필요하다면 그 법도 제정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이고, 관련 부서 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사육두수 급증 문제도 단지 농가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육두수 조절을 위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며, 결과적으로 볼 때 이 법률안은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기 위해 만든 안임에도 불구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심지어 이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은 홍문표로 21대 국민의힘 충남 홍성 지역구 의원이었다. 한우의 고장이라 매번 자랑하는 횡성의 지역구 의원은 이 안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여당 내에서 농촌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도 일부 찬성했을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당내에서도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기후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는 지금 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후 변화와 식량의 무기화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내의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고, 타 산업과의 관계에서도 기초가 되어 준다. 양곡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법 모두 농업을 단지 산업 경쟁력으로만 보지 않고 환경과 식량의 무기화,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농민 보호 등 공공성 기능에 대한 필요성에서 나왔던 법률안이었다. 기후 위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농업과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소멸 등으로 인해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보통 국가와 사회가 건강한지는 ‘지속 가능한 사회인가?’의 여부로 평가한다. 경쟁력만을 이유로, 외국산 농산물을 사다 먹는 것이 싸다는 이유로 농업과 농촌을 포기하는 사회는 전혀 지속 가능한 사회가 아니다.
거부권 행사로 포기된 이 법률안 들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지 모르겠으나, 논의된다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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