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횡성고등학교에서는 차기 학생회장과 부회장을 선출하는 학생회 선거가 진행됐다. 그런데 올해 선거에는 한 가지 변수가 등장했다. ‘언론’이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점검하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독려하고, 특히 후보자들 간의 토론회를 마련해 공약을 둘러싼 공방의 진실을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이 등장한 것이다.
| ▲ 청소년수련관 컴퓨터실에서 편집작업 중이던 <신문고> 기자들. <신문고>는 청소년수련관에 등록된 동아리이기도 하며, 수련관으로부터 장소사용을 협조받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연욱, 양희재, 황동환, 신비오, 박경륜 학생. |
| ▲ <신문고>가 주최한 횡성고등학교 학생회선거 후보자 토론회 장면. 모두 네 팀의 회장-부회장 후보단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
횡성고에 새롭게 등장한 언론매체의 이름은 <신문고>. 횡성고 학생들이 스스로 제작하는 신문이다. 1년 전 강원도 NIE(신문활용교육) 대회에 참가했다가 금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주축이 돼 창간됐고, 현재 2학년 다섯 명, 1학년 세 명이 기자 겸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도 선생님이 따로 있지만, 취재기획부터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다고 한다.
8월말 발행한 제5호 <신문고>의 초점은 ‘학생회 선거’였다. 기자들은 “작년 학생회장단의 선거공약 이행율이 0%였다”며 후보자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문고>가 학생회장단 후보들을 인터뷰했던 내용이 근거자료로 남아 있었다.
올해 <신문고>는 한발 더 나아가, 후보자토론회를 주최했다. 방송반의 도움으로 토론회 전체를 녹화했고, 학생부의 협조를 받아 정규수업시간에 전교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학생들로부터도 “횡고의 새로운 시도”, “토론회가 열린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신문고>는 ‘까칠한’ 보도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난해 1~2호에서는 ‘소통을 잘 못한다’며 학생회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가 선배들에게 ‘욕’도 먹었고, 4호에서는 ‘학교운영’에 관한 ‘고발기사’로 학내에 적잖은 여파를 불러왔다. 학생회 선거에 관한 이번 보도 역시 학생들에게 커다란 화젯거리가 됐다고 한다.
어찌됐든 <신문고>의 목적은 “학생과 학교 간의 소통”이다. 황동환(2학년) 학생은 “학생들의 소식을 제대로 알려주는 동아리가 없어서 시작했고, 그래서 이름도 ‘신문고’라 지었다”고 했다. 같은 창간 멤버인 양희재(2년) 학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를 담아서 신문을 만들고, 그걸 처음 배포하고 나서 느낀 성취감은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한 (최고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창간멤버이자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장준이(2년) 학생은 이번호 제작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 ‘부회장’ 후보로 출마한 탓에, 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아예 작업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신비오(2학년) 학생은 신문을 제작하면서 “‘기사’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함’, ‘진실’과 같은 가치를 머리가 아닌 피부를 통해 직접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당찬 모습의 후배기자들에게선 <신문고>의 든든한 미래도 보인다.
박경륜(1학년) 학생은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고, <신문고>가 없었으면 제가 신문을 직접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고, 진연욱(1학년) 학생도 “중학교 때부터 신문을 봐왔고 (언론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 가지, 기자가 아쉬웠던 점은 학생들이 제작한 신문을 직접 읽어볼 수 없다는 것. 학교에서는 이 신문의 외부반출을 허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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