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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칼럼] 파리올림픽과 안세영
태준호 기자 | 승인 2024.08.31|(300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그간 스포츠계의 부끄러운 속살이 드러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조직에 어떤 발전이 있을까?

 

이번 파리 올림픽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다음 두 가지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는 출전한 선수들의 선전으로 예상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드민턴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인한 배드민턴 협회의 민낯이다. 양궁·사격 등에서의 놀라운 실적은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러나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 인터뷰에서 기쁨에 대한 표현보다는 협회와의 갈등을 노출함으로써 올림픽과 대한민국의 체육 시스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배드민턴 협회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문을 올리는 등 사건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선수가 축제의 자리에서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올림픽은 전쟁·가난·불평등을 넘어 평화로운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이념 아래에서 4년마다 열리는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력을 자랑하기 위한 국가 간 대결의 장이 되고, 기업들의 광고에 열을 올리는 장이 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현장에 따라 금메달 개수로 국가 순위를 정하지 않음에도 금메달 몇 개로 세계 몇 위라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국가가 나서서 엘리트 체육인을 양성하고 있다. 경제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파리 올림픽 후원 등 마케팅 비용으로 3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삼성전자의 노동자들이 3.5% 기본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강행했음에도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것과 대비되는 씁쓸한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민국 스포츠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문화체육부에서 조기 진화를 위해 감사 등을 진행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간 스포츠계의 부끄러운 속살이 드러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발언 직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목표를 잡고 꿈을 이루기까지 원동력은 분노였다. 제 꿈은 어떻게 보면 ‘목소리’였다”며 태극마크를 달았던 시기부터 발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정의 아이콘이 되어 있는 한국 양궁에 대한 부러움도 표출했다. 그의 발언의 핵심은 선수 보호는 뒷전이었고, 노예계약 규정으로 선수들에게 군림했으며, 대표팀 훈련방식을 지적하며 무능한 협회와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물론 안세영은 귀국 직후 몸을 낮추고 있고, 협회는 장문의 반박문을 통해 그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전모를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발언 직후 협회가 보여줄 모습은 장문의 반박문이 아닌 국민과 안세영에 대한 사과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했다. 적어도 안세영이 겪었을 고통과 돌발에 대해 위로하고 협회를 새롭게 하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했지만 변명 일색이었다. 변명으로 일관하는 조직에 어떤 발전이 있을까?

얼마 전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대표팀 감독 임명 논란에서 보듯 대한민국 스포츠 단체들은 대표팀이 우선이다.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감독을 빼앗긴 울산현대는 축구협회에 대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팬들은 항의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순 없었다. 프로팀도 이러할진대 실업팀이나 학교팀은 어떨까? 협회의 눈치를 봐야 살 수 있는 선수들이 막강한 협회를 상대로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 체육 생활을 지원하고,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만 잘하면 된다. 대표팀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뽑고, 협회는 지원만 하는 시스템을 갖춘 양궁이 신화를 일궈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부터 올림픽 경기 등을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전에는 금메달을 못 따면 표정이 어두운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메달 색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워하고, 경기 후에 상대 선수와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즉 경기를 그 자체로 즐긴다. 국가들이 생각하는 목표치와 별개로 선수들은 이를 탈피하여 올림픽의 이념을 즐기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에게 기존 관행이나 현재의 규정만을 내세우는 것이 현재 협회의 모습이다. 배드민턴 협회의 반박문에서 보듯 이들에게 현재의 모습을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다. 하긴 이번 파리 올림픽의 선전이 지난해 선수단이 소화한 ‘해병대 캠프’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말 앞에서 어떤 새로운 혁신이 가능할까?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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