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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혜 로베르타 일본,오사카 |
일본에서의 6년. 말로만 하는 환경운동에서 이제는 실생활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는 일주일에 두 번 근처의 농가로 농사를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기시씨. 20년이 넘도록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해오신 분이다. 농부인 부친의 뒤를 이어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지만, 부친의 세대와는 다른 농법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유기농을 시작했다.
첫5년 동안은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마음먹은 대로 안되는 농사도 농사지만 주위의 시선도 편치 않았다. 유기농법에 대한 신념으로 꾸준히 해온 그는 이제 주위의 모두가 인정하는 농부이자 환경운동가이다.
유기비료 만들기, 흙 만들기, 밭일구기, 씨뿌리기, 물주기 등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껏 가르쳐주는 그는 해마다 짓는 농사건만 늘 연구하고 실험하고 , 힘들게 유기비료를 만들고, 오리 먹이를 만들고, 평화를 위한 모임에 참여한다. 하루가 부족할 정도이다. 농부가 환경에 제일 먼저 영향을 받는다면서 물건을 버리지 않는 것이 환경을 위한 길이라며 처음에 살 때부터 튼튼한 것을 사고 부서지면 고쳐 쓰고 나눠 쓰고 아껴 쓴다. 농기구를 갈고 닦고, 고장 나면 고쳐 쓰고 정갈하게 잘 관리하고 집 앞 텃밭엔 3년에 한 번씩 쓸 수 있도록 나눠가며 골고루 퇴비를 만든다. 농사가 부지런해야 하는 것은 알았지만 그토록 연구하고 계획하고 섬세함이 있어야 하는 줄은 미처 몰랐다.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는 그에게 있어 농사는 직업이라기보다 하나의 미션으로 보였다.
-노동을 통한 생명창조의 삶
농작물은 모두 그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것을 지향하여 일주일에 두 번은 자신의 밭에서 난 채소와 달걀, 오리 농법으로 만든 쌀, 모친이 집에서 직접 담근 노란 무,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주변농가에서 가져온 야채 등을 싣고 장에 간다. 당일 아침에 밭에서 수확해야 하기에 장날이면 다른 날보다 더 바쁘고 온 가족이 총동원되지만 수확이 적든 많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어김이 없다. 약속을 어겨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마을축제가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야채를 팔러 간다고 하여 따라나섰다. 야채는 어느새 동이 났고 축제도 끝났지만 그는 남아서 축제의 뒷정리를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공동체와 함께 하는 농사, 즉 농부는 공동체의 일원이고 농사는 농부 한 사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었다.
집근처의 밭을 빌려 나만의 농사를 시작했다. 땅 속 깊이 퍼져 간 고구마, 감자 등을 캐고 나누고 먹으면서 비·바람 ·햇빛·공기·흙·새·인간 그 모든 피조물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새 생명이 내안으로 들어와 가득 퍼져 새 에너지를 만든다. 또 그 에너지는 노동을 통해 새 생명을 창조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참여하고 있음을 알았다.
서로 도와가며 살 때 만물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새 생명을 창조하고 생태계의 순환을 불러오는 에너지라는 것을 한 농부를 통해 그리고 흙과 노동을 통해 알았다.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면서 만물의 성장에 협력하며 창조사업에 참여하는 삶, 다른 생명을 위해 봉헌하는 삶이 있기에 이 생태계는 늘 생명력으로 넘친다. 그 순환 속에 평화가 있다. 그것이 선한 농부의 삶이고 예수님의 삶이 아닐까. 내 삶이 그들의 삶을 닮아가기를 바란다.
※글쓴이는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의 평신도선교사로 일본 와카야마의 고야성당에서 본당사목과 환경사목을 했으며 현재는 일본 오사카교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정혜 로베르타 일본,오사카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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