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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더 내고 덜 받는’ 안만 고집하는 정부...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가장 중요한 수단,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혁안 만들어야
독선과 자화자찬이 가득했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4대 개혁을 강조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발 빠르게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겉으로는 청년을 위하는 척하면서 내놓은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 세대별 차등 보험료,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2%로 유지하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방법으로 기금을 지속시키겠다는 안이다.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가 합의한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과 내용이 배치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 다수가 선택한 안은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였다.
청년세대를 위해 도입했다는 세대별 차등보험료는 잠재된 세대 간 연금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조세나 사회보험은 능력비례원칙에 따라 개인의 소득이나 재산 등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결정된다. 더 많은 소득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차등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수평적 조세 정의를 훼손하게 된다.
자동조정장치도 문제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도입되어도 전년도에 받은 연금액보다는 높은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의 국민연금은 물가에 연동하기 때문에 실질 가치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 연금액을 100만 원 받았고 물가가 5% 올랐다고 가정한다면 내년 연금액은 105만 원이 되어야 한다.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으로 현재 연도와 같은 금액을 받거나 1만 원이 올랐다면 연금 수령액이 증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실질 가치가 하락한다면 당연히 연금액은 줄어든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작년에 발간된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자동조정장치의 효과로 급여수준을 낮춤으로서 장기적 재정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국민이 수령할 연금액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안을 제출하면서 노후보장과 재정안정을 다 잡을 수 있는 묘안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의 일부를 연기금에 직접 지원하는 등의 지원책은 전혀 없고 연기금의 고갈을 막는 데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다. 결국 연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액을 감액하겠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에 왕도가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만 한다. 다행히 공론화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안이 있다. 그간 수차례에 걸쳐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음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전진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더 내고 덜 받는’ 안만 고집하고 있다.
어쨌든 정부의 안은 제시되었고 국회에서의 논의가 남았다. 그러나 정상적인 협의는 고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도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을 볼 때 국회의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지루한 소모전만 지속하다 연금 개혁의 적기를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국민연금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정부의 안보다는 공론화위원회에서 제시한 선제적 국고 투입과 사각지대 보완의 내용 등을 국회에서 논의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국회에서 결론이 나더라도 대통령의 장기인 거부권으로 무효화시키겠지만 말이다.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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