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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 |
코로나 이후 “방역은 국력이다” 이란 구호가 언론에 많이 회자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국민이 유명을 달리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아파했고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다. 그리고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했다. 만약에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픈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물론 죽은 사람도 없었고 경제적 손실도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처럼 우리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있는 것처럼 동·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해충이 자연계에는 무수히 많다. 최근에 우리나라 농작물에는 없었던 외국의 병균이나 해충이 들어와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고 농업인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 모두 방역을 생활화하여 새로운 병해충 발생을 막아야 한다.
나의 아버지는 1970년대부터 둔내면 둔방내리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 그 시절 나는 아버지가 키우는 토마토를 보면서 “참으로 재배하기 쉬운 작물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버지는 비닐하우스가 아닌 밭에다 이랑을 만들고 토마토를 심고, 산에 가서 아카시아나무나 물푸레나무를 잘라 와서 지주를 세워 주었다. 그렇게 토마토를 재배하면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는 배꼽썩음병이라는 석회결핍증을 방제하는 정도였으며 토마토 특유의 향으로 인해 해충도 잘 발생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토마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1992년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사를 지었는데, 평당 40㎏을 생산하였다. 이 시절 아버지뿐만 아니라 둔내면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모든 농업인이 토마토를 생산하는데 별 어려움 없었다.
하지만 1996년부터 유럽에서 주로 요리용으로 사용하는 완숙 토마토 품종을 우리군에서도 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더운 여름 날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보면 토마토 전체가 시들은 포기가 발견되기 시작했고, 몇일 안 가서 많은 포기의 토마토가 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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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피헤를 입은 토마토와 고추 |
나는 토마토가 죽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농촌진흥청에 원인 규명을 요청했었고, 농촌진흥청의 토마토 병 전문가는 토마토가 죽은 이유는 궤양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알려 주면서 궤양병은 한국에서는 없던 병이지만 궤양병에 감염된 외국산 종자로 인해 전염 되었다고 하였다.
이후에 횡성군 어느 지역을 가나 토마토 궤양병은 쉽게 발생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토마토에는 많은 종류의 새로운 병해충이 외국으로부터 유입되어 농업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1990년이후 횡성군에 들어온 새로운 외국산 병해충으로는 줄기속썩음병,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 온실가루이, 담배가루이, 아메리카잎굴파리, 꽃노랑총채벌레, 오이총채벌레 등이며 토착화 되어 버렸고, 최근에 발생한 검역 해충은 토마토뿔나방이 있다.
요즈음 토마토를 처음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이들 병해충이 원래 우리나라에 있던 병으로 알고 있다. 만약에 이 중에 몇 종이라도 유입되지 않았다면 농약 사용량도 줄었고 토마토 키우기도 쉬웠을 것이다.
2016년 초여름 둔내면 현천리에서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나에게 전화가 왔었다. 전화의 내용인 즉슨 5월 10일경에 고추를 비닐하우스 안에 심었는데 고추가 더 이상 크지도 않으면서 잎은 뒤틀리고 잎색이 연두색 내지 노란색을 띠고 있으니 현장에 와 달라는 것이었다.
문의를 준 농가의 비닐하우스를 방문하여 고추를 보았을 때 첫 느낌은 “식물 바이러스에 심하게 걸렸구나” 라는 정도이었고 어떤 바이러스인지, 어떻게 전염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전화를 준 농업인에게 지금 바로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말씀드리고, 오늘 시료를 채취하여 농촌진흥청 등에 보내 진단을 받아서 방제법을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병든 고추 시료를 우편으로 농촌진흥청 바이러스 연구실로 송부 하였더니 몇일 후에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진단 결과가 왔다.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에 걸리면 고추가 알록달록해져서 일명 칼라병이라고도 한다. 이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라는 병명은 주로 토마토에 반점과 위축이 발생하여 그렇게 이름 지어졌으나 고추, 강낭콩, 땅콩, 봉선화, 백일홍, 국화 등에도 발생하고 있다.
최초 발생은 1936년 호주에서 발생하였고, 이후 1967년에 불가리아로 전파되었고, 아시아에서는 1972년 일본으로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3년 충청남도 예산군에서 처음 발생하였다. 2018년에는 둔내면 토마토 재배단지에서 처음 발생되었고 고추에서 대 발생하였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발생 후에는 방제법이 없다는 점과 발생한 포장에서는 모든 농작물이 전멸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부터 횡성군의 고추, 토마토 재배 농가에서는 처음 접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로 인해 폐농하는 경우도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여 매우 큰 손실을 보아야 했다. 현재는 전용약제에 의한 토양소독과 전염원인 총채벌레 방제기술이 확산되어 피해액이 크게 감소되고 있다.
과수 화상병은 사과, 배나무 등에 세균에 의해 전염되는 병으로 잎, 꽃, 가지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조직이 검게 변해 서서히 말라 죽는 병이다. 이병은 1780년 미국의 뉴욕주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1957년에는 영국으로 전파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처음 발생하였다. 2020년에는 충주시를 비롯한 지역에서 744농가, 394.4㏊가 발생하여 확산 방지를 위해 발병한 과수원 전체를 매몰처리 하였다. 이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3~4월에 수체 밖으로 흘러나오게 되는데, 이렇게 흘러 나온 세균이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다른 꽃과 잎으로 전파되어 전염한다. 특히 꽃이 피는 개화기에 전염이 잘 이루어지는데 이 시기에 매우 빠르게 확산하여 나무 전체를 죽게 만든다. 만약 5월말에 나무 한그루가 발생한 과수원에서 방제를 하지 않는다면 6월중순에 가서는 과수원 전체에서 화상병이 발병한다. 과수나무에 발병하면 치명적이고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전염원 차단을 목적으로 매몰처리하는 방법으로 방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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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과수 화상병 발생 면적 및 농가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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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화상병 |
올해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남부지방에는 벼멸구가 크게 번성하여 횡성군 논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1만9천헥타르가 피해를 보았고, 국가에서는 재해로 인정하였다. 벼멸구는 벼줄기에서 안착하여 벼에 있는 영양분을 흡즙하여 벼를 고사 시키는 해충으로 중국의 광동성, 장시성, 저장성, 푸젠성 등에서 번성한 후에 계절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오는 비래해충이다. 이와 더불어 벼에 큰 피해를 주는 혹명나방도 대표적인 비래해충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없었던 식물 외래 병해충은 최근 5년간 1,687㏊발생하였고, 피해금액은 1,923억원에 이른다고 농촌진흥청에서는 밝히고 있다. 외래 병해충이 급격히 늘어나는 중요한 원인으로는 첫째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주요 농작물의 재배지역이 북상함에 따라 이들 농작물과 함께 외래 병해충도 유입되고 있다. 토마토 궤양병 같은 경우에는 토마토 종자를 주로 동남아 등 열대지역에서 채종하여 오고 있는데, 이때 종자에 감염하여 유입되었다. 두 번째로는 국제교역 및 교류의 확대이다. 30년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전혀 맛볼 수 없었던 망고, 두리안 등 열대과일을 현재 우리는 너무나 쉽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꽃도 많은데, 이 꽃을 통해 꽃노랑총채벌레가 수입되어 많은 피해를 주었고, 이제는 토착화 되었다. 또한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외래 병해충 유입도 늘어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목화 씨앗을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가져 온 문익점선생 같은 분을 자처하는 분도 계신다. 언젠가 우리 군민 한 분이 해외 여행을 하다가 예쁜 꽃을 보고 우리나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지 하나를 꺽어오셔서 나에게 삽목을 해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그분에게 공항에서 식물검역을 했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하지 않았다고 하여 다음엔 꼭 검역을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이와 같이 많은 피해를 주는 외래 병해충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는 물론 국민 개개인도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철저한 검역을 통해 외국에서 유입되어 우리나라 농작물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외래 병해충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해야 한다. 농업인은 검역을 거치지 않은 불법 종자나 종묘를 심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해외 여행 중 품질이 우수한 종묘를 한국으로 가져오게 된다면 인천공항 등에 설치된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병해충 감염여부에 대한 검역을 받아야 한다. 또한 작물 재배중에 발생하는 새로운 병이나 해충은 농업기술센터에 신속히 신고하여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신규 유입 병이나 해충에 대한 방제대책을 빠르게 마련 할 수 있다. 병해충의 특성이나 생활사 등이 기재된 정보를 제공 받게 되면 한번 정도는 꼼꼼히 읽어 봐주고 이웃 농가에도 알려주어 새롭게 유입된 병해충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막아야 한다.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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