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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구들을 벼락에서 지켜준 150년 된 대추나무와 함께 한 이환천(67세) 할아버지와 양옥순(63세) 할머니(공근면 상동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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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옥순할머니의 시아버님이 분주한 40년된 대추나무들(위 사진). 수확해서 말리고 있는 대추열매(아래 왼쪽 사진). 하우스 안에서 말리고 있는 대추와 잣, 밤, 도토리 등 가을 수확물들(아래 오른쪽 사진). |
“여보세요. 양옥순 할머님이시죠. 지난봄에 토종씨앗 조사하러 갔던 사람인데요. 올해 대추 많이 따셨나요. ”
대추가 엄청 많이 열렸다는 말씀에 맛도 보고 대추나무 이야기도 들으러 간다 하니, 할머니는 어서 오라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전화를 끊자마자 신나게 달려간 곳은 공근면 상동리 어영골이다. 원래 이름은 어인골로 어진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교장을 몇 명씩이나 배출했는데 부르다보니 어느새 어영골이 되었다고 한다. 어영골 끝자락에 자리한 할머니 집은 조경이 잘 된 옛날 집이었는데 남편인 이환천(67세) 할아버지가 집주변 관리를 하신단다.
63세. 환갑도 지났고 손주도 있으니 할머니가 맞는데 젊으신 모습이 영락없이 언니라고 불러도 좋음 직했다. 찾아간 날에는 마침 메옥수수를 갈아 올챙이국수를 하려고 준비하고 계셨는데, 옛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사시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녀들은 밖에 나가 살고, 시어머님이 함께 살고 계시다.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당에 떡 버티고 있는 대추나무는, 토종조사 할 때 밑동이 80cm 키가 5.5m 정도인 아름드리 나무였다. 시 할아버님이 심고 키우셨다는 역사를 따지면 적어도 150년이 넘는다. 30년 전에 벼락을 맞아 두 동강이 나다시피 했지만 올해도 대추가 열렸다고 한다.
“벼락 맞기 전에 정말 나무가 좋았는데…. 하지만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지 않았으면 집에 벼락이 떨어져 가족들이 잘못됐을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
이환천 할아버지는 대추나무를 쳐다보면 고맙고도 아쉽단다. 성한 가지도 시나브로 가지가 부러지는 걸 보니 자꾸 죽어가는 것 같은데도 대추를 다는 걸 보면, 오래지 않아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벼락 맞은 자리에 시멘트 콘크리트를 발라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40여 년 전에 아버님이 분주해서 키우신 대추가 세 그루 자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신다.
분주가 뭘까. 곁순을 심은 건가 여쭈니 대추가 떨어져 싹을 틔운 것을 갓난아기 키만 할 때 옮겨 심은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할머니가 시집을 와보니 대추나무 키가 어린아이 만 한 게 있었다고 했다. 40년이 넘은 대추나무지만 150년 된 나무와 비교해 보면 앙상한 가지만큼 한 기분이 들었다. 150년 세월의 무게가 대단했다.
올해 네 그루의 대추나무에선 평생에 최고로 많은 대추를 땄는데 대여섯 말은 족히 되었다고. 어느 해는 제사지낼 대추도 따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올해 는 날씨가 좋았나 보다 하신다. 대추를 쪄서 말린 후 대추차를 끓이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쪄서 말리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냥 하우스에 널어 말리는 것도 있었다.
하우스 안에는 대추, 잣, 밤, 도토리, 울타리 콩 따위처럼 가을에 수확해서 말리는 겨울양식들이 따스한 가을햇볕을 듬뿍 받고 있었다. 낮 익은 아름다운 시골풍경이다. 한 알 집어 먹어도 괜찮을 거 같은 풍요함에 여쭙지도 않고 대추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약간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나는 게 시중에서 파는, 마냥 달기만 한 대추와 달랐다. 열매 크기도 작고 덜 달지만 몸에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전해와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두서너 개 입에 물고 입안에서 대추씨를 발려 내가면서 할머니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는 옆 동네인 홍천군 화촌면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 잠깐 원주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30년 이상 어영골에 사신 이야기를 하다가, 오전에 뒷산에 올라가 따온 잣이며, 다래를 자꾸 내다 주신다.
“이 다래야 말로 진정한 토종이네. 노글노글해진 거 먹어봐. 나무를 칭칭 감고 올라간 걸 찍어내서 따온 거야. 올해는 잣도 많이 달렸어.”
잣 풍년이 들었다며 잣이랑, 달고 맛있는 다래랑, 달콤새콤한 대추를 한 봉지씩 듬뿍 싸주시는 할머니의 정을 고맙게 받아왔다. 올해는 콩과 가래팥만 토종으로 농사를 지었고 특별하게는 종묘사와 계약해서 개량종 오이씨 채종을 하신단다. 수정은 벌을 풀어서 시키고, 수확한 씨앗은 1kg에 삼십심만원 계약을 해서 보낸다고 한다. 토종씨앗을 받는 방법과 비교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농민들 중에는 전문적으로 채종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씨앗 받을 때 다시 찾아가 채종하는 모습도 봐야겠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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