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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송전탑만이 아니라 원전 자체를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승인 2014.10.20|(0호)
‘밀양’은 ‘송전탑 싸움’의 상징이다. 또다시 ‘송전탑 태풍’에 휘말릴지 모를 횡성주민들에게 이계삼 밀양대책위원회 사무국장(사진)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수도권 인근에 놓이는 154kV 송전선로를 2차선 도로라고 하면 횡성의 765kV는 36차선 도로인 셈입니다. 765kV라는 전압은 장마철에 내리치는 벼락보다 더 전압이 높습니다.

한전이 노리는 것은 결국 주민간 갈등. 따라서 보상이 문제의 쟁점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단결과 학습입니다.

 

 1. 송전탑 싸움, 왜 해야 합니까. 송전탑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인지요.

 765kV 송전탑은 우리나라에서 1천기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송전탑의 2.6%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765kV 송전탑은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사막지대나 산악지대를 관통하는 장거리 송전에만 쓰입니다. 워낙 전압이 높아서 민가 근처에는 올 생각을 못해요. 우선 탑신이 엄청 높아요.
 보통 건물 한 층이 2.5m 정도인데, 765송전탑은 42층 정도 되는 빌딩 크기에요. 그만큼 송전되는 전류의 양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요. 수도권 인근에는 154kV 송전탑이 많습니다. 흔히 154라고 하는데 154,000V가 흐릅니다. 154와 765는 산술적으로 5배 정도 되는데 송전되는 전류는 거의 18배에 달합니다. 154를 2차선 도로라고 하면 765는 36차선 도로인 셈입니다. 765kV라는 전압은 장마철에 내리치는 벼락보다 더 전압이 높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시공되는 765kV 송전선은 철탑 중간에 1회선만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처럼 철탑 좌우에 2회선을 걸면, 한쪽이 벼락을 맞으면 다른 쪽도 같이 끊어져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로 고압이에요.
 실제로 감사원에서도 당진 화력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최초의 765kV 송전선을 두고 한쪽 회선에서 낙뢰사고가 발생하면 양쪽이 다 끊어져버리기 때문에 수도권 150만 가구에 광역정전, 블랙아웃(black out)이 일어날 수 있으니 보완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했습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거예요.
 그러니 전자파 문제도 심각합니다. 송전선에서는 전계와 자계가 함께 흐르는데 인체에 유해한 것은 자계입니다.
 이미 산업부 용역보고서에서도 50대와 60대에서 송전선 전자파가 폐암, 위암과의 뚜렷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고 있고, 소아백혈병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음 문제가 있습니다. 충남 당진에 들어선 우리나라 최초의 765kV 송전탑 인근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소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어요.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글지글” 부침개 부치는 소리, “끼익끼익” 하는 소리가 일상적으로 들린다고 해요.
 특히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그 소리가 더 커져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해요.
 주민들은 신경을 갉아먹는 그 소리 때문에 병이 들어 고생하고 계세요.
 이런 문제를 한전이 예측하지 못했을까요. 그들은 순박한 시골 분들에게 마치 전봇대 하나 더 생기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관광여행을 보내주고, 그렇게 환심을 사서 공사를 진행한 겁니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하니까 엄청나게 큰 철탑이 들어선 겁니다. 주민들은 다 한전에 속았다고 말씀하시고요.
 무엇보다 주민들이 일생 피땀 흘려 일구어 온 재산이 하루아침에 재산가치가 몰락해버린다는 것입니다.
 
 2. 횡성에 새로이 송전탑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횡성은 이미 765kV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그곳으로 또 새로운 765kV 선로가 지나간다는 것은 도저히 인륜적인 차원에서라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서 있는 765가 얼마나 큰 피해를 미칩니까. 그리고 그 탑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시 새로운 765라니요.
 지금 신울진~신경기 765kV 노선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새로운 노선은 신울진 지역에 원전과 화력발전을 계속 짓기 때문이고, 기존의 765kV 선로가 고장이 발생했을 때, 대체 선로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 두 논리가 서로 맞물려서 765kV 선로가 불가피하고, 그렇게 송전선을 확보해서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신울진~신경기 변전소 구간에 놓여 있는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그리고 밀양과 청도 같은 송전선 피해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단결해서 이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그래서 전국적인 공론화로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학습과 주민들의 일치단결,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협조라고 생각합니다.

 3. ‘송주법’에 따른 보상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해 횡성의 주민들은 갈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몇몇 마을에서는 마을화합에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전이 주는 보상은 주민들이 겪을 재산적 정신적 고통에 비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한국전력, 정부, 여당이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으면서 보상법을 새로 만들었어요.
 이른바 ‘송변전 시설 주변지역 지원법’ 줄여서 ‘송주법’이라고 부르는데, 밀양 송전탑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져서 처음에는 ‘밀양법’이라고 불렀어요. 거기서는 보상 체제가 그 이전 전기사업법상 보상보다는 약간 개선되어서 765kV의 경우에는 좌우 3m에서 좌우 33m로 보상범위가 조금 넓어졌고, 송전선 좌우 180m에 민가가 있으면 매수청구권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송전선 좌우 1km 이내에 있는 마을들에는 km당 매년 3천만원씩의 마을보상금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 보상이 주민들이 입는 재산상의 피해를 상쇄할 수 있을까요. 34m에 위치한 논은 어떡하죠. 190m 지점에 있는 주택은 한 푼도 못 받고 꼼짝없이 살아야 합니다. 1km를 벗어나는 마을엔 한푼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법은 송전탑 피해를 상쇄하는 효과보다는 보상 범위를 조금 더 넓혀서 주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송전탑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꽂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돈 조금 쥐어주고 온 산천에 송전탑을 꽂는 방식은 이미 시효가 다했다는 겁니다.
 한전이 노리는 것은 결국 그 얼마 되지 않는 보상금 수령 여부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갈라지고 찬성론자와 반대파갸 갈등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의도를 간파한다면 일단은 보상금이 문제의 쟁점이 아니라 이 탑이 횡성을 지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이 송전탑이 반드시 필요한가, 이런 문제에 대한 학습과 토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상이 문제의 쟁점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단결과 학습입니다.

 4. ‘밀양’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줍니까.

 밀양은 10년을 싸웠지만, 이 문제가 신고리 원전 문제와 저들의 송전선 확보를 통한 노후원전 연장가동과 신규원전 건설 문제라는 사실에 대한 공유가 뒤늦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적 연대는 사실상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자결하신 2012년 1월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이미 밀양을 제외한 다른 구간은 공사가 거의 완료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전체 공정률이 이 정도인데 밀양만 막아서 되겠느냐, 협조하라, 전력대란 어떡할 거냐, 이런 논리에서 심리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10년을 저항했지만 결국 철탑이 꽂히고, 전선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많이들 힘들어 하십니다.
 그러나 아직도 260여 세대는 한전이 주는 수백만원의 개별보상금을 수령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있고, 또 횡성이나 다른 곳에 연대하며 싸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처음부터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밀양은 너무 늦었지만, 아직 사업승인도 받지 않고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고 그들의 부당함을 하나하나 알려나간다면, 주민들이 단결해서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밀양의 뼈저린 교훈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사무국장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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