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가을의 토요일 오후. 고수지(왼쪽), 고세진(오른쪽) 학생. |
지난 9월 20일 춘천에서 <강원희망신문> 주최로 제2회 강원청소년토론대회가 열렸다. 이 토론대회의 중등부 본선에 횡성의 ‘최GO’팀이 참가했다. 대동여중 2학년인 고수지, 고세진, 두 ‘고’가 한 팀을 이뤘다. ‘교복착용의 자율화’를 주제로 홍천여중 학생들과 맞붙은 본선 8강전에서 이들은 대회를 마쳤다. 두 학생은 “상대쪽이 말도 논리도 다 잘 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토론에서는 ‘말솜씨’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논리’의 바탕이 되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이다. 그래서 토론대회를 앞둔 두 학생은 ‘자료조사’에 힘을 쏟았다. 각자 인터넷을 통해 신문기사를 검색하고, 교과서도 들여다보고, 그렇게 자료와 논리를 만들어내는 준비과정을 거친 뒤, ‘실전’에 임한 것이다. 수지는 “상대방 주장의 허점을 발견해서 그것을 반박하고, 그 반박에 상대방이 당황하는 걸 느낄 때 토론의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준비하고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반론에 당황했다”는 수지. “실수도 많이 하고, 끝나고 나니 못했던 말이 생각나서 더욱 아쉬웠다”며 내년에 재도전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진이는 “아무리 조사를 잘해도 반론은 나오기 마련이어서 항상 반성하며 준비한다”고 했지만, 역시 “떨려서 허둥지둥했던 게 아쉬웠다”고 했다.
두 학생에게 지금 토론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를 물었다. 세진 학생이 답을 했다. “9시 등교에 대한 찬반토론을 해보고 싶어요.” 그 이유는 “우리가 당사자인 문제”이고, ‘청소년 인권, 수면권’ 등 여러 논점이 나올 것 같아서란다. 그래서 두 학생에게 토론을 붙여 봤다. 세진이는 ‘찬성’, 수지는 ‘반대’ 쪽을 맡았다.
세진 : 잠잘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학교에 와보면 다들 힘들어해요.
수지 : 어차피 학교에서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등교시간이 늦어지면 학교 끝나는 시간도 더 늦춰질 거에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춰질 거고, 수면시간은 어차피 부족할 거에요.
세진 : 학교일정을 조정하면 오후 4시에 끝나는 것, 그대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수지 :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면서 방학이 줄었어요. 등교시간 때문에 일정을 줄이면 또 방학이 줄어들 거 같아요.
세진 : 수행평가 때문에, 방학 때는 숙제에 치어 살아요. 차라리 방학이 짧은 게 좋아요. 방학을 짧게 해서 숙제 없이 홀가분하게 놀게 해주면 안 되나요.
수지 : 방학 때 수행평가를 안하면 학기 중에 수행평가를 많이 해야 하니까 더 힘들어질 거 같아요.
토론은 거기서 중단하기로 했다. 단, 두 사람은 “9시 등교 문제는 학생들이 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당사자니까”라는 점에 의견이 같았다. 의사결정에 학생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매니큐어로, 쇼핑으로
여가를 즐기는 소녀들
이제 겨우(.) 중학교 2학년이지만, 두 친구의 일상은 벌써부터 ‘빡빡’해 보인다. 세진 학생은 학교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 월, 수, 금 3일은 인재육성관에서, 화요일엔 학원, 목요일엔 교육청에서 공부를 하고, 토요일에는 초등학생 멘토링 봉사도 한다. ‘공부가 많이 재밌냐’고 물어보니, “해야 되겠다고 느껴서 한다”는 덤덤한 답이 돌아왔다. 수지 학생도 만만치 않다. 방과 후에는 학원과 공부방을 연이어 가게 되는데, 시간이 넉넉지 않아 저녁식사를 건너뛰기도 한단다. 그래도 이 둘에겐 ‘일’에서 벗어나 즐기는 나름의 ‘여가활동’이 있다. 세진이는 ‘매니큐어 바르는 것’이 자기만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잘 바르면 이쁘고 매끈한 질감이 좋다”는 것. 수지는 일주일에 하루 ‘쇼핑’을 즐긴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적어뒀다가 한방에 해결하는 것이다.
수지는 커서 ‘약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간호사인 엄마랑 같이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글쓰기도 계속 하고 싶지만 “(글쓰기로는) 돈을 못 벌까봐” 직업으로 삼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세진이의 꿈도 ‘해외’를 향한다. 세진이는 외교관이 되고 싶은데, 특히 터키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터키는 한국과 ‘형제의 나라’이면서, 문화도 다양하고 유라시아에 걸쳐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로벌’한 시대답게, 이들의 꿈도 매우 ‘지구적’이다.
두 중학생 소녀에겐 미래의 꿈과 함께 당장의 희망사항도 있다. “시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라 화를 많이 내는데 엄마 아빠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 말고 동생한테도 신경 많이 써주세요.”(수지). “주말에 매니큐어 바르고 노는 거 엄마가 허락해주셨으면 해요. 오래 안할게요.”(세진).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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