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향기 그늘에 서다
내일 모레가 입동(立冬)
달도 별도 얼음처럼 차게 보인다
배 한 척 창공에서 항해하는 듯 빛나고
이런 밤
숨바꼭질하던 뒤란, 노란국화 사이로
빈 양자리속에 들어가 짚방석 뚜껑을 덮고 숨을 죽였지
“못 찾겠다 못 찾겠다” 외치던 술래는 사라지고
주위를 감싼 고요에 잠이 들면
새근새근 숨소리에 어머니 노란향내 나를 덮쳤지
“아가, 꽃에 취했구나 .”
노란 국화 한 그릇 밥보다 반가웠지
오늘은 영하의 추위, 두 눈을 감고도 갈 수 있는
초등학교 교정 국화를 찾아나간다
꽃밭머리 국화단지
꽃송이만 똑똑 바구니에 담고
이게 사랑이라고 위로하며,
새삼스레 꿈을 꾸자고 말하며
맑은 국화주를 마셔 볼까
쬐그만 향낭처럼 국화베개를 낮게 베어 볼까
그대를 위하여 장독대 해 그늘 아래서 꽃송이로 밥을 짓듯이
반달을 벗 삼으며
노란 국화 백 송이를 살포시 따보는 행복에
눈시울 젖는다.
최보정 시인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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