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강릉간 철도공사의 둔내면 구간에서 주민과 철도시설공단 사이에 첫 합의가 이뤄졌다.
15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의 중재에 따라 둔내정거장 통로암거(약칭 ‘박스’)의 폭을 기존 계획 6미터에서 12미터로 확장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오후 2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고통민원 현장조정회의’에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김영하 강원본부장, 둔내대책위원회 주민대표 자격으로 온 백경현, 이영옥 씨, 그리고 한규호 횡성군수가 참가했다. 이날 조정안에 따르면, 철도시설공단은 박스의 폭을 12미터로 확장하되, 9미터에서 12미터에 해당하는 부분의 예산 2억4천만원은 횡성군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권익위의 중재에 따라 사안 한 가지가 해결되었지만, 공사구간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둔내역사가 들어서면서 강제 이주해야 하는 11가구에 대해서는, 시공업체(KCC) 측은 대집행(강제철거)을 들먹이며 10월말까지 모두 나가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측은 “법적으로는 이주보상을 할 필요가 없지만, 공사의 시급성 때문에 10월말까지 이주에 협조해주는 가구에 한해서 이사비용 100만원, 6개월간의 임시거주비용 300만원 등 모두 400만원을 지원해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민들은 마땅히 갈 곳도 없는 형편에서 당장 집을 비워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둔내지역에는 공사인부들이 들어오면서 거주할 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거처를 구하기가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 ㄱ씨(남, 84세)는 “읍내나 원주에 방을 얻으라고 하는데, 여기서 농사짓는 사람이 어떻게 거기서 왔다 갔다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 어르신은 운전면허도 없다. 주민 ㄴ씨(여)는 “사흘마다 공사 직원들이 와서 나가라고 하니 피가 마를 지경”이라며 “제발 겨울 나고 내년 봄에 집짓고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전 강원도의원이었던 둔내면 주민 박명서 씨는 권익위원회의 ‘조정회의’가 끝나자 “실제 이주택지로 이주해야할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충분히 들어야한다. 통로암거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살 곳, 즉 이주대책인데, 공단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규호 군수도 “공사의 시급성이 있겠지만, 주민들의 이주대책에 더 신경 쓰고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둔내주민대책위의 이영옥 씨는 “공단과 대화채널이 열린 것이 무엇보다도 반갑다. 군에서도 2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준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이날 합의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가 주민과 철도시설공단 사이의 수많은 쟁점들을 합의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조정회의’가 둔내면사무소에서 진행되고 있다. 테이블 왼쪽부터 김영하 본부장, 한규호 군수, 권태성 권익위 상임위원, 주민대표 이영옥, 백경현 씨. |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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