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비상계엄에 이은 탄핵정국 속에 우리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파괴한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행위를 전면 부인하고 수사 기관의 조사에도 불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극우 성향의 지지자들을 향해 반국가세력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여론이 20%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의 나타나는 것일까요?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한국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 구조에 있다고 분석합니다.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말은 냉전 시절에 나온 정치 용어입니다. 미국과 옛 소련의 강경파들이 서로를 비방하고 위협하면서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까지 빚었지만, 이들은 피해를 입기는커녕 자국민의 지지를 얻는 등 엄청난 이득을 챙겼습니다. 서로가 이익을 보며 도움을 주고받은 셈이죠.
박정희와 김일성도 마찬가지 관계였습니다. 2012년 비밀이 해제된 외교문서에 따르면 박정희는 1972년 유신헌법을 준비하면서 미국이나 일본이 아닌 김일성에게 먼저 알렸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번에 유신 개헌을 위한 명분으로 북한의 위협과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발표하겠지만 사실은 국내용으로 권력 강화 및 연장을 위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취치였다는 거죠. 이에 영감을 얻은 김일성도 세습통치와 전제 왕조 체제 구축을 위한 사회주의헌법 개헌을 추진하게 되죠. 결국 남북한은 1972년 유신헌법과 사회주의헌법을 공포하게 됩니다.
그 후 박정희는 북한을 이용하여 유신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야당 정치인과 민주화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했고 김일성은 남한을 이용하여 정적들을 미제 스파이, 부르조아로 몰아 숙청하며 자신들의 독재체제를 강화해 갑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관계와는 너무 다른 서로를 이용해 이득을 보는 전형적인 적대적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치...적대적 공생관계는 현재 진행형
냉전 시대 산물인 적대적 공생관계는 한국 정치에서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관계가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재명 대표가 야권의 압도적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람 모두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죠. 윤석열의 김건희 리스크는 이재명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물타기를 하여 두 사람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고 지지층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이용됐습니다.
탄핵정국에서 도리어 보수층이 결집하고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탄핵 반대 여론이 20% 이상을 유지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보수진영에서 윤 대통령 탄핵론을 두고 “윤석열도 마음에 안 들지만, 이재명보다 싫지는 않다.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감옥 가는 거 봐야 되는데, 지금 탄핵시키면 누구 좋은 일 시킨다”는 정서가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정서 때문에 여전히 윤 대통령이 저렇게 헌법과 법을 무시하고 큰소리치는 것이겠지요. 정상은 아니죠.
적대적 공생관계...익숙한 횡성
횡성은 적대적 공생관계에 익숙한 동네입니다. 특히 정치판이 그러합니다. 횡성의 정치권력은 적대적 공생관계 속에서 작동합니다.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잡으려는 기득권층이 끊임없이 자기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을 해 네 편 내 편을 구분짓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누구 편’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서로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으로 서로를 배척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 잘못을 저질러 사법처리가 된 전직 군수들도 여전히 큰소리치고 다니는 지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것도 정상은 아닙니다.
횡성에서 익숙했던 적대적 공생관계의 모습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어 나라가 비정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새해는 대한민국과 횡성이 정상화되는 시작이 되길 바라봅니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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