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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영철 삼육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교수 |
필자는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총 4회에 걸쳐 북아프리카에 있는 튀니지와 르네상스가 시작된 이탈리아를 답사하고 기행문을 연재할 계획이다.
2025년 1월 18일 밤 11시, 인천 공항을 출발한 필자는 헬싱키를 거쳐 로마에 도착했고, 다시 비행기를 갈아탄 끝에 튀니스 카르타고 공항에 내렸다. 만 하루가 지난 19일 저녁 6시였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참으로 긴 여정이었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까지 오게 된 것은 튀니지 청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필자는 대학에 있으면서 1년에 한 번은 학생들과 함께 봉사 팀을 꾸려 해외로 나간다. 몸담은 학과가 글로벌한국학과여서 한류에 관심이 있는 해외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초청을 받고 있다. 오늘이 있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1년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 우리를 초청한 곳은 튀니지에 있는 아드라(ADRA, 국제구호개발기구)이고, 아드라 센터에서는 튀니스와 수스 지역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2010년대 이후 본격화된 한국의 대중문화인 한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바다 건너 지중해에 위치한 튀니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K-팝이나 K-드라마는 국경을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제 한류는 세계 문화를 선도할 만큼 성숙해진 것이다. 튀니지 카르타고 공항에서 렌트카를 나눠탄 일행은 천년 고도인 수스(Sousse)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가로등이 없는 길을 달리다 보니 밤하늘의 별이 한국보다 더 크게 보인다. 튀니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먼 곳이어서 그런지 기대감을 안고 첫날 밤을 보내었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문명을 발전시킨 튀니지는 아랍인과 토착민인 베르베르족의 혼혈인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대부분의 튀니지인은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인구는 대략 1,200만 명이고, 면적은 남한의 1.6배이다. 수도는 튀니스이며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 나라는 전통과 현대,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튀니지를 가리켜 “머리는 유럽에, 가슴은 아랍에, 다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권기정, <지금 이 순간 튀니지>, 2015). 그만큼 이 나라는 다양한 문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오고 있기에 ‘북아프리카의 보석’이라 불릴 만하다. 튀니지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소스를 포함하여 시디 부 사이드, 고대 카르타고, 로마 유적지, 엘젬 원형경기장, 사하라 사막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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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도시인 수스에서 바라본 지중해의 아침 풍경은 코발트색을 닮아 청색을 띄고 있다. |
아침에 눈을 뜨니 지중해의 햇살이 눈을 부시게 한다. 겨울임에도 야자수 나무는 초록을 간직한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튀니지에서는 3S가 유명하다고 한다. Sand(사하라 사막), Sun(이글거리는 태양), Sea(지중해의 해변)가 그것이다. 필자에게 있어 지중해는 세계사 책에서만 봤던 곳이었다. 이제라도 와서 보았으니 감개무량하다. 지중해는 코발트색을 띄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또한 지중해의 강한 햇빛을 반사하기 위한 칠해진 흰 벽과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창문은 시원하고 산뜻한 마을 풍경을 연출한다. 이로 볼 때 튀니지인들은 지중해의 태양을 마음속에 품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원고 마감 시간에 시달린 필자는 호텔에서 아침 조식을 간단히 먹고 9시가 되자 수스를 향해 출발했다. 숙소에서 73km나 떨어진 엘젬(El Jem) 원형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필자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에는 올리브 나무들이 심겨있다. 이곳은 들판이 지평선처럼 펼쳐졌는데 미국의 서부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한국의 고속도로에서는 보기 힘든 직선코스를 힘껏 밟아본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안드레스가 필자와 동행하며 길 안내를 해주는데 설명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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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젬 원형경기장은 로마인들의 권위와 위엄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엘젬 원형경기장은 3세기 무렵인 238년에 로마제국의 권위와 위엄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3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원형경기장인 엘젬은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에 비해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사람이 많지 않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필자가 방문한 엘젬은 소도시의 한복판에 있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특별히 관심을 쏟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을 이곳 사람들은 분주하게 다닌다. 엘젬 원형경기장 안에는 나와 같은 외국인만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엘젬에 원형경기장을 지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곳이 과거 올리브 제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부유하고 번창한 도시를 중심으로 문명은 발전하고 꽃을 피워왔다. 엘젬 원형경기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튀니지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뉴욕 타임즈는 2008년에 튀니지를 가볼만한 곳 3위에 올렸다고 하는데, 엘젬 원형경기장은 이 기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엘젬을 관광한 후에 필자는 다시 수스로 차를 몰고 갔다. 수스에 있는 전통 시장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먹을 것부터 찾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를 안다는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튀니지에 있는 대부분의 시장은 구불구불한 미로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온갖 진귀한 수공예품들이 자신을 데려갈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랍어로 시장을 수크(Souk)라고 하는데 음식도 맛있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라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필자도 온 김에 쿠스쿠스를 시켜 먹었다. 북아프리카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쿠스쿠스는 한국의 쌀밥과 같은데, 주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하리사(고추장과 맛이 비슷함)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매운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과일이나 우유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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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니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스크의 원형은 메디나에 있는 지투나 모스크이다. |
수스 지역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모스크이다. 그중에서도 지투나 모스크(Zaytuna Mosque)는 튀니스에 있는데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이다. 모스크의 첨탑이 사각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19세기에 증축되었다고 한다. 튀니스 대부분의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사각 모양의 모스크는 지투나 모스크를 닮아있다. 이곳에 가면 베네치아산 유리로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를 볼 수 있고, 역사가 오래된 기둥과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월 20일 월요일 오후가 되자 튀니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이 시작되었다. 튀니지의 젊은이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국에서 온 대학생들의 강의를 즐겁게 듣고 있다. 말로만 듣던 한국인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과 사귀면서 한국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았으면 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인 김치를 맛보고 튀니지의 전통 음식을 비교하면서 배웠으면 좋겠다. 떡고치, 주먹밥과 같은 한국의 음식에서부터 딱지치기, 제기차기와 같은 한국의 놀이문화를 알게 된다면, 이 또한 한국학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는 한 사람으로서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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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니지 청년들은 한국에서 온 선생님을 통해 한국어를 즐겁게 배우고 있다. |
다음에 소개할 지역은 튀니지를 오는 분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이라고 한다. 필자는 앙드레 지드와 알베르 까뮈가 자주 왔던 카페 데 나트의 도시인 시디 부 사이드, 한니발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카르타고의 비르사(Byrsa) 언덕, 모자이크로 유명한 바르도 박물관을 중심으로 튀니지를 알리는 두 번째 글을 쓰고 싶다.
음영철 삼육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교수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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