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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밥)이 있는 교실’을 바라며
이창조 기자 | 승인 2014.11.03|(0호)

안흥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전교생 54명 가운데 20명은 방과 후에도 학교에 남아 밤 9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는 것. 그리고 집이 가까운 학생들은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컵라면으로 때워가며 각자 식사를 해결한다는 것.
아는 척 물어봤다. “매년 교육경비 지원 예산이 배정되는데, ‘석식비 지원’을 신청해 보면 안 됩니까.” 그것은 ‘무식한’ 질문이었다. 석식제공은 ‘교육사업’이 아니라 ‘복지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육경비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한다. 교육청은 ‘교육경비 운영기준’에 따라 ‘프로그램비용’(강사비, 재료비 등)에만 예산을 지출할 수 있고 ‘밥값’(인건비도 포함된다)은 지원할 수 없다고 확인해 줬다.
첫 번째 의문. ‘초중고 (중식)무상급식’은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자치행정과 소관사업, 즉 교육사업이다. 그렇다면 점심값은 교육예산이고 저녁값은 복지예산이라는 말인가. 기자의 깜냥으로는, ‘기준에 안 맞아서’라기보다 ‘할 의지가 없어서’가 석식비 지원예산을 못 세우는 것 같다. 
또 하나의 의문은 ‘형평성’에 관한 거다. 횡성은 횡성읍과 나머지 지역 간의 교육환경 격차가 매우 크다. 모든 교육자원과 예산지원이 횡성읍으로 집중되는 반면, 면 단위의 교육여건은 황폐화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면 단위 지역에는 도리어 ‘특별한 기준(혜택)’을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기계적 형평성’은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저녁밥을 ‘무상제공’하는 기관이 있다. 인재육성관이다. 횡성군은 해마다 인재육성관 운영비 항목으로 17억4000만원의 예산을 지출하는데, 그 ‘운영비’에서 ‘석식비’를 배정해 아이들에게 따뜻한 저녁을 제공한다. 인재육성관 운영예산도 ‘교육예산’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안흥고 교장선생님은 저녁식사 한끼의 부담액이 학생 1인당 1만원 정도 예상된다고 했다. 평일 저녁마다 2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한 달에 약 400만원, 방학기간 두 달은 쉰다고 본다면, 1년에 4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안흥고를 취재하던 시점에 내년도 인재육성관 지원경비가 올해와 동일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짜 해외여행’이라는 비판을 불러오는 ‘우수학생 해외연수’ 경비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2억원 넘게 편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육성관 학부모들은 ‘애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해외연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중국으로는 동기부여가 어려우니 ‘미국’에 반드시 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행정 담당자들은 이럴 때 ‘형평성’이라는 말을 꺼내들어야 했다. 육성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말자는 게 아니다. 기회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납득시켰어야 했다.  
안흥고 학생들에게 밤늦은 시간의 교실은 어떤 의미일까. 알아서 저녁밥을 해결하고 다시 교실로 되돌아오는 학생들을 ‘따뜻한 저녁 한끼’로 격려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예산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핑계’고 ‘거짓말’이다.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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