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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윤석열 탄핵을 둘러싼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실상 정치권에서 민생 경제를 둘러싼 정책 논의는 실종되었다. 국민의힘은 거짓말을 일삼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는 등 일고의 여지도 없는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극우 단체의 집회에 참석하고 논란의 여지조차 없는 부정 선거 음모론을 띄우며, 연일 헌법재판소와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는 등 공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국정 안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자신들이야말로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속에서 이재명 대표는 중도층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연일 우클릭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미 금융투자소득세 논란 때 더불어민주당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는 앞장서서 폐지를 밀어붙였었고, 지난 31일 “(국민연금)모수 개혁부터 2월 안에 매듭짓기 바란다”며 국민연금 개악에 불을 지폈다. 모수 개혁이란 연금 제도의 기존 틀은 유지하면서 내는 돈과 노후에 받는 돈을 손질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입장은 더 내고 덜 받는 안이다. 특히 지난 3일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는 주 52시간 규제를 무력화하자는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기존 입장(반대)을 재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의 이런 행보는 여야 모두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런 입장에 대해 동조하면서도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날을 세우기 위해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이라며 비난에 나섰고, 요즘 광폭 행보를 보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주 30시간 노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가 이재명 대표를 향한 듯 “시대 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하나의 팀을 강조하지만 이미 당내에서 다른 기류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속에서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회복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법원 난입 및 파괴 행위와 이를 옹호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지지율 상승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행보와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경제 불황이 심화하고 최근 중국의 딥시크 돌풍에서 보듯 첨단 산업을 둘러싼 세계적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지원하라는 경제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 속에서 2월 6일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전략 세미나에서 경제 정책 기조로 ‘성장 우선’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주장해 왔던 기본소득 등 민생안정 정책은 뒤로 하고 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을 앞세우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야 그 돈으로 인해 민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른바 ‘낙수론’은 이미 효과 없음이 입증되었음에도 이를 재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규제를 아예 풀자는 ‘반도체특별법’만 봐도 그렇다. 관련 기업들은 현재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들먹이며 미국의 예를 들어 규제 철폐를 외친다. 미국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 하여 관리직, 행정직 또는 전문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컴퓨터 근로자 및 외근 영업 근로자에 대해 최저임금 및 초과근로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이들은 실적에 대해 상상하기 힘든 거액의 연봉을 받는다. 이미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으므로 더 이상 초과근로수당을 줄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일부 그들과 같은 제도는 있겠지만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개발자들의 해외 유출이 왜 심한지 알아야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말처럼 “시대 변화를 잘 읽어야” 함에도 이를 단지 노동시간의 문제로만 한정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삼성과 SK로 대표되는 반도체 대기업이 노동자를 더 쥐어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개별 기업이 하기 어려운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로 협력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은 하청업체들에 대해 원가절감 등의 이유로 최소한의 이윤만 보장하고 있다. 하청업체들이 기술의 혁신이나 노동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단지 대기업뿐 아니라 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정치에 반영해야 함에도 현재 이재명 대표에게 그러한 정책 개발을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사법 리스크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가 진정 민생을 위한다면 민생을 위하는 방향으로 좀 더 새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태준호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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