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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신상 전 횡성군수 |
최근 원주시 소초면을 치악산면으로 개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원주와 횡성 두 지역에 고루 걸쳐 위치한 치악산을 원주시 지명에 넣어 브랜드 가치를 독점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이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깊은 쓴맛이 느껴진다.
원주시는 지난 2월 소초면 주민과 원주시장 간담회를 열어 소초면을 치악산면으로 개명하는 사안을 공론화했으며, 곳곳에 현수막을 걸어 그 의지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개명을 통해 전국적 명성을 지닌 치악산 브랜드를 지역에 투영하여 상대적으로 낙후된 소초면의 이미지 쇄신과 지역발전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대표자원을 지역명에 반영하여 얻게 되는 이미지 쇄신과 가치상승에 따른 효과는 평창의 대관령면, 영월의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의 사례에서 입증된 바 있기에 지역사회에서는 개명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강원도의 명산이자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빛나는 치악산은 176,567㎢ 면적에 높이가 1,288m에 달하는 장대한 산이다.
원주와 횡성을 거쳐 그 일부가 영월까지 이어지는 이 산은 크게 원주시 관할의 서치악과 횡성군 관할의 동치악으로 구분된다.
동치악은 산세가 비교적 완만하고 자연 그대로 보전된 절경이 일품이지만 각종 규제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치악산 관광개발은 원주시 관할인 서치악산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원주시는 치악산 개발과 함께 브랜드를 적극 활용하여 지역의 음식, 문화 등을 치악산과 연계하며 지리적 장점을 톡톡히 누려왔다.
반면 치악산의 또 다른 축이지만 개발이 어려운 동쪽을 담당하는 횡성은 치악산 개발과 그 브랜드를 원주시에 독점하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며, 동치악산 개발 제한 규제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고, 그 결과 강림면 부곡지구가 국립공원 관리구역에서 일부 해제되며 개발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횡성군은 2022년 치악산 국립공원사무소와 동치악산 탐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관광자원을 개발한다는 큰 틀을 잡고 동치악권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시의 치악산 브랜드 독점의 정점을 찍을 “가칭 치악산면” 개명 추진 소식은 횡성군민에게 허탈감을 넘어서 망연자실함까지 느끼게 한다.
생태계 보전이란 공익적 가치를 위해 횡성군이 기울인 희생과 노력을 원주시에 오롯이 뺏길 수도 있는 치악산면 개명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계를 접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상 횡성과 원주는 가깝지만 먼 이웃이다.
가깝기에 공유해야 할 자산도 문제도 많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충의 이익에 오해와 갈등이 쌓이기도 한다.
먼 시선으로 보면 두 지역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은 상생과 협력이지만, 눈앞에 닥친 이익을 위해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치악산 개명도 마찬가지다. 치악산이란 큰 자원을 공유하기보다, 내 것으로 독점하고 푼 마음은 지나친 욕심이다. 치악산의 주인은 어느 누구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치악산의 동서가 횡성과 원주로 연결돼 하나의 산을 이루듯, 치악산을 지명에 담아 내 것을 만들려는 욕심을 버리고 두 지역이 함께 그 가치를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 혜택에서 배제되었던 횡성군민에게 동치악산을 개발할 기회를 보장하고, 브랜드 가치를 두 지역이 공유하는 것, 이것이 동서로 연결된 장대한 치악산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깊은 뜻이 아닐까.
장신상 전 횡성군수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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