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에게
며느리고개 터널을 들어서면
칡넝쿨이 넌출넌출 출구에서 춤을 추고
너는 그 곳에 서 있다.
엄마 손을 붙들고 유치원 가던 그날에도
무궁화 빈가지 사이
하얀 눈이 반짝거려
하염없이 누워서 하늘을 보던 그날에도
너는 작은 마당 한 귀퉁이
그렇게 그날그날 서 있다.
집안에서 들리던 웃음소리가
울음으로 바뀌고
홀로 비를 맞으며 뛰쳐나갔던 그날에도
너는 조용히 서 있다.
해마다 네가 떨구는 꽃망울은
웃음이 되었다가
눈물이 되었다가
잊혀지고
그날에도 너는 항상 꽃을 피웠다
엄마 손을 꼭 잡던 작은 아이는
서울로 떠나갔고
너와 함께 늙어가고
삶은 모두 지나가는데
너는 조용히 서서
그날그날,
이 땅의 며느리처럼 또 어머니처럼
꼭대기부터 밑동까지
무궁무궁 꽃을 피운다.
최보정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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