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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에서 살아온 토종씨앗이야기 (28) 할아버지가 이름 붙이신 쌀수수와 수수농사 이야기“메쑤꾸면 내년엔 안하고 찰수꾸면 또 심을 거야.”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 승인 2014.11.17|(0호)
▲ 토종수수를 키우시는 안흥면 소사리 장한수(67세, 사진 왼쪽) 할아버지와 이경도(90세. 사진오른쪽) 할아버지.
▲ 수수는 거피를 해야 먹을 수 있지만 흰수수는 거피를 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 왼쪽 사진 속의 붉은 빛이 좀 더 도는 오른쪽 수수가 몽탁수수, 왼쪽이 장목수수다. 오른쪽 사진은 횡성읍 김은숙씨(43세)가 수확한 흰수수. 수수알이 쌀처럼 흰색이고 장목수수처럼 키가 크고 맛이 좋다. (오른쪽)

 


지난 봄 횡성군 토종씨앗 실태조사 때 작성한 일지를 보니 쌀수수가 있었다. 쌀수수. 여태 들어보지 못한 수수이름인데 아마 몇 해 전에 본 적이 있는 흰수수를 혹시 쌀수수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씨앗에 스스로 쌀수수라 이름 붙인 분이 궁금해졌다. 
쌀수수를 갖고 계신 분은 안흥면 민족사관고등학교 근처에서 살고 계신 장한수(67세)씨다. 그동안은 대부분 할머니를 중심으로 씨앗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이번에 할아버지를 인터뷰 하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대체로 할아버지들은 이야기를 잘 안하시기 마련이다.
아주머니가 안흥면에서 김치 담그는 날이라고 나가시는 바람에 혼자 쥐눈이콩을 털고 계셨던 장한수씨는 아저씨처럼 젊으셨다. 게다가 쌀수수농사는 올해 안 지으셨단다. 바쁘기도 하고 다른 걸 심느라고 지우셨는데 이웃집들에게도 많이 나눠준 게 있느니 거기가면 있을 거라며 일을 하다말고 앞장을 서신다. 씨앗을 이웃들과 나누셨으니 참 다행이었다.
왜 쌀수수라 부르냐고 여쭈었더니 수수 알이 흰색이다 보니 그냥 쌀수수라고 했단다. 옛날 어른들이 작물 모양을 보고 이름을 지었듯이 모양과 색을 보고 이름을 지어주신 것이다 .쌀수수는 방아를 안 찧고 그냥 먹어도 되는데 방아를 하면 훨씬 부드럽다고 자상하게 설명도 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장한수씨가 쌀수수를 심었다고 일러주시는 분을 만났다.
밭에서 돌들을 골라 나오시던 이경도(90세) 할아버님이 바로 그분이었다. 
“ 할아버지, 쌀수수 농사지은 것 좀 보여주세요. ”
“ 뭐 수꾸. 쌀쑤꾸. ”
잘 들리지 않아 수수 소리가 쑤꾸로 들리나보다 했더니 할아버지가 수수를 부르는 이름이 ‘수꾸’였다. 무를 무꾸, 무수라 부르는 것처럼 할아버지는 수수를 ‘수꾸’라고 부르셨다. 그런데 쌀쑤꾸를 올해 안 심었단다. 어머나! 어쩌나…. 다행히 봄에 받은 씨앗으로 텃밭꾸러미 회원이 심은 것이 있긴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농사를 짓지 않은 이유는 쌀쑤꾸가 양도 적고 맛도 덜한 것 같아서 2년 전부터 다른 씨앗으로 갈았다는 것이었다. 남들 마냥 씨앗을 지우게 되는 이유였다. 지금은 이것만 농사짓는다며 보여주신 것은 집 앞 나무에 매달아놓은 장목수수와 몽탁수수로 보였다. 할아버지의 장목수수를 보고 여쭸다.
“이 쑤꾸 이름이 뭐예요. ”
“몰라! 그냥 우천서 얻어다 심었는데 거긴 이거 농사짓는 사람 많더만.” 
옆에 잇는 수꾸는 다른 모양이어서 할아버지께 여쭸다.
 “응 그건 옆집서 모종해서 심다가 남은 걸 주워 몇 대공 심었어. 몽탁수수여.”
“ 맛은 어때요.”
“ 아직 안 먹어봐서 모르는데 메쑤꾸면 내년엔 안하고 찰수꾸면 또 심을 거야.”새들이 좋아하는 수수를 이렇게 실하게 놔둘 리가 없었는데 어떻게 가꾸셨을까.
“새들이 거기다가 집을 지었지. 허구한 날 나가서 소리를 질렀는데... 참새가 먹다 남은 게 두서너 말 될까 ”
 참새는 작으니 먹는 것도 적지만 비둘기가 날아오면 아무것도 남아나질 않는다며 곡식농사가 쉽지 않다고 하신다. 이삭이 좋은 걸 보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수수농사에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경도 할아버지는 안흥면사무소근처에 살다가 이십년 전에 땅을 사서 소사리 태우지 웃말로 이사를 했다. 예전부터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내년이면 91살이 되신다는 할아버지는 100여 평의 땅에 콩도 심고, 수수도 심으면서 시적시적 할머니와 함께 농사를 지으신다.
몸이 아파서 집안일만 하시는 할머니가 이른 저녁나절부터 군불을 때시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연세가 90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동네사람들과 팔씨름을 하면 지지 않는다는 힘이 세고 기골이 장대하신 할아버지는 내년에도 몽탁수수도 심어볼까 하셨다. 스스로 씨앗이름을 짓고 지역의 사투리로 씨앗이야기를 친절하게 해주시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싣게 되니 좋다.

 

 

횡성여성농업인센터 토종씨앗지킴이  chamhop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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