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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웅횡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과장kkw3047@korea.kr |
친구의 사과 과수원이 의성 산불로 모두 불탔다.
지난 3월 25일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에서 시작한 산불은 안동시, 청송군, 영덕군까지 번져 역대 가장 큰 피해를 준 산불로 기록되었고, 피해 면적은 10만 4천헥타르에 달한다.
친구는 7년 전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고향인 의성으로 귀향해 사과나무를 심고 온갖 정성을 들여 과수원을 조성했지만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친구의 슬픈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이 무척 아팠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일어나, 늘 그래왔듯이 멋진 사과 농부로 돌아오길 기원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인해 친구와 같은 아픔을 겪은 농부들이 많을 텐데, 이들 또한 용기를 잃지 않고 다시 우리의 생명창고를 지키는 일을 훌륭하게 해주었으면 한다.
나는 이번 산불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에서 사과나무가 불타는 등의 피해가 컸다는 보도를 보면서 “올해 산불로 인해 사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어 사과를 수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앞으로 사과 농사는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
2006년 고추농사는 2005년 고추 가격하락으로 재배면적이 8,202㏊감소하였고, 여기에 더해 수확기인 8월과 9월에 고온과 잦은 강우로 인해 탄저병이 크게 발생하여 고추 생산량은 전년에 비해 무려 44,466톤이 줄어들었다.
크게 줄어든 고추의 수급안정을 위해 한번 수입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당연하게 매년 수입을 하는 작목이 되었다. 고추와 같은 상황이 사과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나치게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생산량이 갑자기 크게 감소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올해 사과를 재배하는 농업인, 관계자 모두 분발하여 사과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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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에 도입되어 한국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다. 전 세계의 고추 생산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52%인데, 우리나라는 채 1%가 안되는 6만톤~8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1년 동안 고추를 소비하는 양은 2.9㎏으로 15만톤의 고추가 필요하다. 매년 필요한 15만톤중에서 6만톤~8만톤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수입하고 있어 자급율은 40%에서 53%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 재배면적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80년으로 무려 132,703㏊에 이르렀고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96년으로 218,462톤을 기록하였다. 단보당 고추 생산량은 1980년 94㎏이었으며, 지난해에는 258㎏으로 1980년에 비해 2.7배 상승하였다. 단보당 생산량이 증가한 요인은 소과종에서 대과종으로의 품종개량, 비료, 농약, 재배기술의 발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횡성군의 고추 연도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1980년에는 326㏊을 재배되다가 1988년에는 958㏊까지 확대되어 강원도의 고추 주산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옥수수 정부 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고추가 그 대체 작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말부터 1990년대까지 고추는 횡성군의 주요 소득작목으로 부상했고, 한우, 벼 다음으로 중요한 농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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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나라와 횡성군에서 주요작물로 인정 받았던 고추 생산량이 급감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고추 재배면적이 급속하게 감소한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생육의 특이성 때문이다. 벼와 옥수수는 일정기간 자라고 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가을에 수확하지만, 고추는 생육을 하는 영양 생장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생식 생장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영양생장과 생식 생장이 동시 일어나면 관리는 그만큼 까다로워지게 마련이고 물과 비료를 주는 일반적인 관리와 병해충을 방제하는 노력도 다른 작물에 비해 어렵다.
둘째, 농촌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이다. 고추는 열매를 맺은 후 대략 50일에서 60일사이에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데 이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확도 일시에 할 수 없어 수확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단보당 371시간이 필요하다는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도 있으며 같은 조사결과에서 옥수수는 19.6시간, 쌀은 2.3시간에 비해 매우 높다. 그리고 완전히 익은 붉은 고추 중에서도 약간 시들기 시작한 고추를 수확해야 희나리라고 하는 붉은색 착색이 덜된 고추의 발생이 적어지기 때문에 수확 시간이 그만큼 더 길어지며 또한 수확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수확한 고추를 비닐봉지에 담아 2일 정도 그늘에서 후숙과정을 거쳐야 붉은 색소인 카로티노이드가 고추 과실 전체에 골고루 생성되어 분포하게 된다. 이후에 태양초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햇빛이 잘 드는 양지에서 대략 600시간의 건조시간이 필요하며, 매일 아침과 오후에 고추를 한 번씩 뒤집어 주어야 한다. 매일 고추를 뒤집어주지 않고 그냥 두게되면 물커지게 되어 버려야 한다. 또한 만약에 탄저병균이 고추 과실에 조금이라도 침입하였다면 태양초를 만드는 과정에서 병균이 왕성하게 증식하여 식용을 할 수 없는 건고추가 되기 때문에 제거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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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농산물건조기에 고추를 말린다면 48시간만에 건조 시킬 수 있지만 소비자는 태양초를 선호한다. 이 힘든 태양초를 생산하기 위한 작업을 감당할 숙련된 농업인들이 줄어들었고 고령화 되어 태양초 생산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이다.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쌀생산 소득은 단보당 605,615원인 반면, 고추 농사의 소득은 2,793,928원으로 고추가 훨씬 많았지만 이를 기초로 노동 생산성을 분석해보면 쌀은 시간당 65,878원이지만 고추는 19,745원에 불과하다. 특히 고추 생산은 노동력이 많이 드는 작목임에도 가격 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건고추가 가장 맛있고 품질이 좋은 상태는 7월에 수확하는 첫물고추를 건조 시켰을 때인데 첫물고추가 태양초로 시장에 나오게 되는 9월의 산지 태양초 가격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근당 20,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넷째, 고추는 노동집약형 농업에서 기계화로의 전환이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벼농사는 100%에 가까운 기계화를 이루고 있지만 고추 농사의 기계화는 밭을 가는 경운작업을 비롯해 평탄작업, 이랑 조성작업, 비닐 피복작업, 퇴비와 비료 살포작업, 병해충 방제 작업은 기계화 되어 있지만 가장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수확작업은 기계화 시키지 못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추 수확의 기계화를 촉진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시에 수확하는 고추 품종을 도입하여 시범사업을 전개하였으나 고추가 익는 속도가 균일하지 못해 덜 익은 고추와 너무 익은 고추가 혼합되어 수확하게 되어 태양초 품질 기준에 미달하거나 균일한 붉은 색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가 원하는 색을 맞출 수 없었고 고추 재배가 지주대를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수확 작업의 기계화에 한계가 발생하여 실패하였다.
다섯째, 매년 고추 수입량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2005년 생산량이 크게 줄어 부족한 소비량을 메꾸기 위해 수입을 시작한 이래 매년 고추 수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추의 수입은 다양한 형태로 수입되는데 고추 형태에 따라 수입 관세는 최소 27%에서 최대 270%가 부과되고 있다. 매년 평균적인 고추 수입량은 133,187톤으로 이중에서 기타소스가 가장 많은 64,268톤이 수입되었고 그 다음으로 냉동고추가 45,478톤, 김치에 들어간 고추가 13,211톤, 혼합조미료가 2,861톤, 고추장 18톤이었고 관세가 가장 많이 부과되는 건고추류는 수입량의 5.5%인 7,350톤이었다.
현재 횡성군의 농토에서 밀을 재배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1965년에는 1,157㏊나 재배하였다. 밀 처럼 횡성군 농토에서 사라졌거나 재배 규모가 크게 줄어든 작목을 살펴보면 목화가 1963년 514㏊가 재배된 적이 있었고, 콩은 1972년에 4,123㏊를 재배하였고, 옥수수는 1971년에 4,677㏊나 재배된 적이 있었다.
세월에 따라 또는 시장 상황이나 소비 형태의 변화로 인해 재배 작목의 변화는 필연적이지만, 문제는 어느 한 작목의 재배 면적이 어떤 영향으로 크게 감소하게 되면, 돈을 좀 더 많이 버는 작목으로 작목전환이 이루어지고 재배규모가 커져 가격하락을 부추기게 되어 농업인의 소득이 낮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농업인의 작목 선택의 폭이 점점 더 좁아지게 되고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가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경쟁력이 없는 작목의 생산은 크게 줄어든다. 밀, 콩, 옥수수, 담배, 호프, 목화 등은 경쟁에서 도태된 대표적인 농산물이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율은 20.2%이고,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 자급율은 45.8%로 OECD국가 중 가장 최하위 수준이다. 해외에서 곡물을 수입하지 못할 위험성에 대비하려면 곡물 자급율만이라도 끌어 올려야 한다. 농산물 수입개방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비료, 농약, 농자재의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것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고추의 수입량이 늘어나게 된 원인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고추 농사 등 내부적인 원인이 큰 측면이 있었다. 한번 내준 안방을 되찾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작목별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 농업인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고 재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농업을 이탈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2023년부터 사과 농사가 기후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산불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해 사과를 수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횡성군농업기술센터농촌자원과장 곽기웅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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