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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골농장 장용진 대표. |
지난 10월말 한 가공식품제조기업의 생일잔치가 열렸다. 횡성군 공근면 초원리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산골농장이 10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산골농장이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은 시골지역에서 소규모 자본으로 기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현재 산골농장은 한살림 등 전국의 여러 생활협동조합들의 주요 가공식품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도라지청>이 대표품목이다. 올해 연매출액을 40억원까지 목표로 할 만큼,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는 규모로 컸지만, 그 시작은 소박하다 못해 초라했다.
부족한 자본…차입 또 차입
산골농장의 장용진 대표는 후배 소유의 공장건물이 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연고도 없는 횡성으로 오게 된다. 서원면 유현리 오상골에 위치했던 그 공장은 7년째 비어있던 건물이다 보니, 당시 전기공사를 새로 맡은 인부가 ‘무서워서 공장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찌 됐든 월세공장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현금 250만원만 가지고 내려왔다”는 장 대표의 말대로, 온전한 밑천 없이 기업을 시작하다보니, 당연히 ‘차입금’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0년간의 경영을 돌아볼 때, 제일 힘들었던 것도 ‘자금압박’이었다. 정책자금을 빌릴 조건이 안 돼 수시로 ‘사채’를 빌려야 했고, 그러다보니 이자비용이 많아지고,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원료대금마저 제때 지불하지 못했다. 그러한 어려움을 조금씩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매출신장’ 뿐이었다. 도라지청의 개발·공급, 2013년 배도라지청, 2014년 견과제품(견과바, 매일견과)과 같은 굵직한 신제품들의 개발은 그때그때 막혔던 숨통을 틔워줬다고 한다. ‘조청’과 ‘엿’ 생산에 관련한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끝나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재무구조가 됐을 것이라고 한다.
신제품 <도라지청>개발로 어려움 돌파
산골농장의 주요생산품들. 뒷줄 윗쪽부터 도라지차, 도라지청,
배도라지청, 깐호두, 견과바, 매일견과, 통밀퐁, 오곡퐁, 옥수수퐁
산골농장은 초기에 <통밀퐁>과 <오곡시리얼>이라는 과자 두 종류를 생산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도라지청을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지인들과 강원도 정선을 방문했던 장 대표는 야산에 널린 도라지를 잔뜩 사오고 나서는 그것으로 무얼할까 고민하다 ‘도라지청’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한다. 그 뒤, 한살림의 고(故) 박재일 회장과 안부를 나눈 일이 있었는데, 얼마 후 한살림 실무자로부터 도라지청 가공을 제안받게 됐다고 한다. 우연한 결정이었지만, 그것이 알짜였다.
현재 도라지청의 공정은 대부분 설비와 기계의 도움으로 진행되지만, 초기엔 대부분이 수작업이었다. 손으로 직접 도라지를 씻고, 작두로 자르고, 최종생산물을 포장하기까지. 중간에 ‘도라지를 말리는 과정’은 장 대표의 ‘아이디어’에 의해 들어갔다. 장 대표는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면 효능도 좋아지고 먹기에도 좋아지더라. 그래서 도라지도 말려서 작업하면 쓴맛이 줄고 당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예상이 맞았다.
장 대표는 여전히 “기술부족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품질향상과 수율향상을 위해 강원대학교와의 산학협력을 시작했고, 3년여의 협력 끝에 마침내 2015년부터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게 됐다. 초기비용은 정부지원을 받는다. 연구소는 5년 정도 강원대학교 내에 두지만 그 이후에는 횡성으로 이전해 와야 한다. 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신제품개발과 품질향상을 연구할 예정이다.
‘기업’으로서의 원칙...
사람과 지역, 그리고 환경
산골농장에는 사훈(社訓)이 있다. “평화롭게, 정직하게, 깨끗하게”다. 장용진 대표는 “잘 안 되지만, 그래도 ‘이래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지키고자 하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직원들이 함께 하는 기업, 즐겁고 평화롭게 돈버는 기업’이어야 한다는 것. 처음 3명으로 출발했던 산골농장의 식구는 현재 15명의 정직원과 6명의 일용직원 등 모두 21명으로 늘어났는데, 정직원들은 모두 영농조합법인 산골농장의 조합원이다. 수백만원부터 1천만원이 넘는 출자를 한 직원들은 해마다 일정한 배당을 받는다. 산골농장의 식구들은 해마다 전 직원이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산골농장만의 특징 하나는 점심시간이 1시간 30분이라는 것. 그러나 장 대표는 “직원복지향상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했다.
두 번째 원칙은, 원료를 지역에서 구입하자는 것. 그리고 친환경원료 사용을 100%까지 올리겠다는 것. 산골농장의 매출의 50%는 원료비에 해당한다. 즉 100억을 벌면 그중 50억원은 지역의 농가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이야기다.
▲ 서원면 오상골의 임대공장에서 출발한 산골농장은 2010년 11월 현재의 초원리 부지로 이전을 했다. 양옆으로 <산내마을>과 <살림농산>이라는 또다른 가공식품기업이 함께 하고 있다.
산골농장은 넉넉지 않은 여건이면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기업인들에게 손을 빌려줘 왔다. 2005년에는 횡성의 여성농업인들이 ‘강정’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빌려주었고, 현재 우천농공단지에 자리를 잡은 사회적기업 <햇살나눔>도 2007~8년 산골농장의 도움을 받으며 오늘의 독립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햇살나눔의 대표품목인 <밥풀과자>도 장용진 대표의 아이디어였다.
최근 횡성군은 ‘기업 및 투자유치 촉진조례’를 개정해, 기업투자에 대한 지원기준을 새로 정했다. 관내 기업이 신규투자를 할 때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려면 “상시 고용인원 20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갖춰야 한다. 장 대표는 “지원금 받을 목적으로 만든 엉터리 법인들을 잘 걸러냈으면 한다”면서 “지원기준으로서 매출액이나 규모는 중요하지만, 규모도 있고 안정된 곳들보다는 좀 더 어려운 곳에 실제로 지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산골농장의 견과류 생산라인 현장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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