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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연간 1조 원의 재정 부담보다 주곡 위기에 대응하고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양곡법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들에 대한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업 4법’으로 명명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하 양곡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도 그 처리 대상이다. 그런데 양곡법은 당정 협의를 거쳐 수확기에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양곡법을 다시 협의한다는 것은, 기존의 안을 후퇴시키겠다는 것으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양곡법 개정 논의는 2022년 쌀값 폭락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폭락하거나 등락할 때 정부가 쌀을 매입하여 양곡 가격을 안정시키는 법이다. 2023년 여당의 반발과 거부권이 이어지면서 쌀값의 등락 폭을 명시한 것을 철회하고, 개정을 거쳐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기준을 정하도록 후퇴하였으나 이마저도 거부권의 벽에 막혀 현재에 이르고 있는 법안이다.
쌀의 자급률은 타 작물에 비해 월등히 높지만 2024년 생산량인 358만 5천 톤의 11% 정도에 해당하는 40만 톤이 넘는 쌀을 해마다 수입하고 있다. 쌀의 가격 폭락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쌀 대신 콩·밀·사료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타작물 재배지원사업도 있지만 고령의 농민들이 새로운 작물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평생 지어온 벼농사인데다 기계화가 밭작물에 비해 잘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대부분의 고령 농업인이 아무리 쌀값이 낮아도 목돈을 쥘 수 있는 날은 벼를 수매하는 날이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있는 지금 쌀값 문제는 단순히 농업 문제를 넘어 농촌 사회의 생존 문제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양곡법 통과가 중요한 이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법의 통과를 미루는 이유는 연간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법안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신속한 민생 법안 처리를 강조하면서도 ‘재정이 들어가는 법안은 부처와 상의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농민들이 더 불안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양곡법을 다시 논의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벼 재배 면적 8만ha(2억 4천 2백만 평) 감축’ 계획을 양곡법 시행의 전제조건으로 덧붙이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당정간담회 이후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원들은 송미령 장관과 함께 벼 8만ha 감축을 포함한 양곡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략작물직불금을 늘리고 생산 기반을 정비해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통합 혹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농업의 지위 등을 이유로 기존의 자신들이 말해왔던 농업정책을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전 윤석열 정부는 전체 벼 재배 면적의 11.5%에 해당하는 8만ha를 줄여 쌀 생산량을 41만여 톤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만약 이 계획대로 생산량이 감축된다면 쌀 초과 생산량은 거의 없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 초과 생산량은 수입쌀로 인한 것이다. 자급률이 100%가 안 되는 상황에서 벼 재배 면적 감축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금 쌀값이 폭등해 사회문제가 되어 장관이 경질되고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지지율이 폭락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예상 밖의 흉작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면적 감축은 일본과 같은 ‘쌀 대란’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쌀 재배 면적에 타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그 작물의 판로 문제를 풀 해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송미령 장관과 함께 이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려 하고 있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값은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 100g에 300원이다. 서민 한 사람당 한 달에 추가되는 부담은 몇천 원 정도일 것이다. 굳이 벼 재배의 환경적 기능, 공익적 기능을 말하지 않더라도 언제든 일본의 경우와 같이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는 주곡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양곡법은 필요하지 않을까? 단순히 ‘연간 1조 원’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농업·농촌의 미래를 위한 양곡법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때이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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