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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열 칼럼] AI 주권, ‘국가나 기업’ 아닌 ‘사람’을 위한 공공재로 가야 한다
윤장열(언론학자) | 승인 2025.08.24|(323호)
윤장열(언론학자)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를 ‘국민주권정부’라 칭하며, ‘주권’이라는 개념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는 인공지능(AI) 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자립형 AI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10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른바 ‘AI 주권’을 확보하려 한다.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AI 국가책임 강화 4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공데이터를 AI 학습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가 AI 산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바람직한 변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자칫 ‘AI 주권’을 특정 기업이나 국가 기관에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AI 주권’이라는 개념이 국가의 데이터 통제권을 강화하거나, 대기업 중심의 기술 패권 구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데이터를 개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공공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AI 주권’은 단순한 국가 주도의 투자나 산업 정책만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국민의 데이터 주권,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디지털 자원의 공공재화라는 원칙들이 함께 전제될 필요가 있다.

데이터는 방송의 주파수와 같이 본질적으로 비배타적이고 비경합적인 자원이다. 여러 주체가 동시에 사용해도 가치가 줄지 않으며, 오히려 공유되고 가공될수록 그 사회적 가치는 증가한다. 따라서 데이터는 폐쇄적인 소유권 개념이 아니라 공익적인 자원으로 법과 제도 속에서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한국이 처한 AI 정책의 양면적 딜레마와도 연결된다. 한편으로는 국내 기업과 정부가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려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K-콘텐츠 보호와 저작권 강화 정책을 유지하려 한다. 이처럼 상반된 방향의 정책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AI 주권’은 오히려 개념적 혼란과 정책적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근본 원인은 기술 주권에 대한 명확한 법·제도적 틀의 부재, 그리고 데이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주권국가’라는 선언이 아니라, 디지털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민주적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다.

AI 기술은 국민의 삶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그렇다면 그 기술의 혜택 역시 국민 전체에게 환원되어야 한다.

최민희 의원의 ‘AI 국가책임 강화 4법’은 이러한 체계를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디지털 권력을 재편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금 이 시점에서 정책의 철학과 방향성을 분명히 정립해야 한다.

AI 주권은 기술력의 우위나 데이터의 소유보다, 기술과 데이터가 지닌 다양성과 공공성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의 실질적인 권리 주체는 바로 이용자, 곧 국민이다. ‘AI 주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패권의 수단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적 권리이자 공동 자산이다. 나아가 AI 주권은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인류 보편의 권리로, 공동의 책임과 협력 속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윤장열(언론학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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