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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kkw3047@korea.kr |
횡성군의 8대 명품은 횡성한우, 더덕, 안흥찐빵, 횡성쌀 어사진미, 사과, 토마토, 잡곡, 절임배추다. 이 가운데 더덕은 횡성한우와 더불어 전국적인 인지도가 매우 높은 작물이다.
횡성군은 태기산, 청태산, 어답산 등 고산지대가 많고, 토양이 비옥한 충적토로 이루어져 예로부터 야생 더덕이 풍부했다. 더덕 소비가 늘어나면서 고랭지 소득작물로 개발되어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되었으며, 횡성군 산간지의 서늘한 기후가 더덕의 생육에 적합해 다른 지역보다 향이 진하고 육질이 단단한 고품질 더덕이 생산되었다.
현재 횡성 더덕은 산림청의 임산물 지리적 표시 22호로 등록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전국 생산량의 약 13%를 차지한다. 더덕의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인 만주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횡성군의 기후와 토양 환경은 더덕 생육에 매우 적합하다. 이 때문에 사포닌, 이눌린, 펜토산, 레오이틴, 파이토데린 등 약리 성분이 타 지역산 보다 높다. 이러한 성분들은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폐의 열을 내려주고 기관지와 간의 건강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풍부한 섬유질은 변비 개선에 좋고, 숙취 해소와 각종 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이같은 효능이 알려지면서 알러지, 아토피, 천식 예방을 위한 건강식품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덕 추출물을 활용한 미용 팩과 건강차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년간 소비되는 더덕은 약 1만4천톤으로, 이 중 강원특별자치도가 6천2백톤을 생산하고, 횡성군은 이 가운데 1천8백톤을 차지하여 전국 소비량의 13%을 담당하는 최대 생산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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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군 청일면의 더덕 밭 |
소비자가 선호하는 고품질 더덕의 기준은 길고 곧으며, 잔뿌리가 적고, 향이 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토양 조건이 중요한데, 토양 깊이가 30~50㎝, 부식질이 3%이상으로 풍부하여 수분 유지가 잘되면서도 배수가 잘되는 밭, 토양 산도가 6.0~6.5로 약산성인 밭에서 고품질의 더덕이 생산된다. 이는 횡성군 전반의 토양특성과 부합하며, 횡성군 어디나 더덕 생육에 아주 적합한 토양 조건을 가지고 있다.
다만, 향이 진한 더덕은 오히려 생육조건이 불량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더덕의 향은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반응 물질이기 때문에 햇빛, 물 그리고 양분 경쟁이 심한 산속에서 자란 더덕일수록 짙다. 또한 3년생 보다는 4년생에서 향이 더 많이 축적된다. 더덕 향은 알데히드류와 알코올류, 케톤류 등 휘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확 후 빠르게 휘산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먹을 때에는 향이 다소 줄어든 상태인데, 이 때문에 “향이 없는 더덕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더덕 향이 줄었다고 해서 약리 성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향 때문에 횡성군의 더덕 재배 농업인들은 더덕향이 진하고, 품질이 좋은 더덕을 생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국립공원 입구 산채 식당에 가보면 더덕구이가 빠지지 않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이 먼저 향을 맡아 본다. 그러면 식당 주인은 “우리 식당은 자연산 더덕을 써서 향이 진하다”고 홍보하지만, 사실상 5년이상 자라야 제 맛을 내는 산더덕을 지금은 산에서 채취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향이 휘발되었더라도 횡성 더덕은 아삭한 식감과 사포닌 등 약리 성분이 풍부한 최고의 기능성 산채임을 알려야 한다.
오늘의 횡성 더덕 명성은 재배 · 가공 · 판매 과정에서 농업인들과 관련 기관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우선 품질 좋은 더덕 생산이 기반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횡성 더덕은 맛과 건강을 모두 갖춘 특산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횡성 더덕을 보배로 만든 주역들이 있다. 서원면 창촌리에서 더덕 농사를 선도적으로 재배하셨던 안재형 님, 횡성버스터미널에서 깐더덕을 생산하였던 정영식 님, 횡성더덕연합회장이신 이철수 회장님이 대표적이다. 또한 횡성군청 농정과와 횡성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의 역할도 컸다. 그리고 횡성군 둔내면 삽교3리에서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만화가 이종선 님께서 횡성 더덕이 널리 홍보되어 농업인이 부자되라는 염원을 담아 “덕이와 향이”라고 하는 예쁘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를 창작하여 무상으로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횡성 더덕 홍보를 위해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횡성 더덕아가씨 선발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2년부터 횡성 더덕의 우수성과 청일면의 청정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횡성군 청일면 농거리에서는 매년 가을에 “횡성더덕축제”가 열리며, 횡성군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횡성 더덕 홍보관, 더덕 품평회, 더덕 빨리 까기, 더덕 요리 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며 더덕 생산 농업인들이 정성껏 기른 고품질의 더덕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매장도 함께 운영한다. 그리고 횡성군에는 70개에 이르는 더덕 전문 농장과 횡성군더덕연합회가 있고, 더덕을 이용하여 발효흑더덕을 만드는 하심정, 깐더덕을 생산하는 동횡성농협 그리고 23개소에 달하는 더덕 판매업소 등 다양한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
더덕은 왜 품종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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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성 더덕 축제 품평회 |
일반적인 더덕의 재배 방법은 7~8월에 초롱꽃 모양의 더덕꽃이 피고 수정하여 결실이 끝나는 10월에 종자를 채취하여 정선하여 보관하다가 이듬해 3월에 파종한다. 종자가 발아하여 싹이 올라오는 줄기에 붙은 잎이 대개 4장인데, 간혹 3장이나 5장이 보이며, 잎 끝이 둥근형이 있는가 반면에 세모 꼴인 것도 있다. 이 잎 모양과 크기에 따라 나중에 수확했을 때 더덕 품질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것은 더덕의 유전 형질에 따른 결과이다.
국가나 민간 종묘회사에서 판매하는 종자를 심으면 항상 똑같은 식물체를 얻을수 있는데 이것은 국립종자원에서 품종 등록을 받을 때 품종의 균일성이 없으면 품종 등록 자체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더덕도 품종을 개발하고 등록하여 판매한다면 생산량도 많아지고 소비자도 더 좋은 품질의 더덕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더덕 품종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점인데 더덕 품종을 개발하는데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더덕 품종 개발에 한경대학교, 국립식량과학원, 강원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 횡성군농업기술센터 등 다양한 기관에서 나섰던 적은 있었지만 품종을 등록한 기관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더덕 품종”이 없다는 사실이다. 개발에 나섰던 대학이나 기관들이 어느 정도의 연구 성과를 냈지만 지속적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데 소면적 작목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와 이에 따른 연구비 확보 문제, 시간부족, 개발담당자들의 보직 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현재까지 품종 등록을 한 사례는 없다.
그리고 더덕은 자기 꽃가루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가불화합성 식물”이라는 생리적인 특성도 품종 개발의 어려움에 한몫했다. 자가불화합성이란 자기와 같은 품종의 꽃가루를 받아들이지 않는 성질을 말하는데 우리가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작목은 사과, 체리, 자두 등 과수류이다. 만약에 홍로 사과가 맛있다고 홍로만 심으면 사과가 열리지 않는데 그이유는 홍로 사과꽃이 피어 수정을 할 때 암술은 자기 품종에서 날아온 꽃가루를 받아들이지 않아 수정이 안되기 때문에 자연히 결실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과수를 심을때는 꼭 두가지 이상의 품종을 심어야 한다. 사과 과수원을 개원하는 농가는 두가지 품종이상을 심거나, 꽃가루를 많이 생산하는 꽃 사과를 더 심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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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덕꽃 |
일반적으로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전적으로 순수한 혈통을 가진 집단, 즉 계통을 만들어야 한다.
더덕 껍질은 대부분 연한 황색이지만, 간혹 빨간색이나 초록색 껍질을 가진 개체도 발견된다. 유전적으로 순수하다고 하는 것은, 빨간 더덕 종자를 심었을 때 다음 세대에서도 반드시 빨간 더덕만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빨간 더덕 종자를 심으면 황색 더덕과 빨간 더덕이 나오고 심지어는 초록 더덕도 나와 유전적으로 순수하지 않아 계통으로 인정되지 못한다.
빨간 더덕을 심으면 다음세대에 빨간 더덕만 계속 나오게 하려면 최소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빨간 더덕을 심어 꽃이 피면 자기 꽃가루를 받아들이게 만들어 종자를 얻고 이 종자를 심어 키운 다음에 생산된 더덕 중에서 빨간 더덕만을 선발하기를 최소 6번 이상해야 비로소 유전적으로 순수한 계통을 확보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더덕은 자가 불화합성 식물이기 때문에 교배 시킬때마다 자가 불화합성을 타파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일 또한 쉽지가 않다. 황색더덕, 빨간더덕, 초록더덕 등 껍질에 따른 계통, 향이 많이 나는 계통, 세력이 강한 계통, 뿌리 비대가 빠른 계통 등 우리가 원하는 방향의 계통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계통이 선발되면 그때부터는 교배하여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향이 많이 나고, 뿌리 비대가 잘 이루어지고, 빨간색 더덕을 육종해 낸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횡성 더덕은 수많은 농업인들이 오랜 노력과 정성으로 지역 특화 품목으로 자리매김하며, 횡성군을 ‘더덕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재배에서 가공,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품종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앞으로 10년이상 더덕 품종 개발에 매진할 열정적인 젊은 육종가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지금보다 향이 강하고 약리성분이 더욱 풍부한 붉은 더덕을 언젠가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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