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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경모(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
우리는 2008년 1월에 결혼했다. 그해 11월에 첫애 낳고 한 두해 지나니 둘째 생기고, 그러다보니 집사람 고향에 갈 짬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남편인 나는 친정 부모이건 다른 사람이건 우선 자기 생활 잘 하고 그래야 남을 도와줄 힘도 생긴다고 보는데 집사람이 같은 나라 친구들을 만나고 와서 누구는 언제 친정 다녀왔고, 부모님께 돈을 얼마 보내줬다 하면서 속상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미안했다.
친정방문 왜 진작 해주지 못했던지
결혼 이후 한 번도 친정을 다녀오지 못했던 아내가 횡성군이 지원하는 다문화가정 친정방문의 기회를 갖게 되어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필리핀 처가를 다녀왔다.
아내의 고향 마을은 반카시난 망하까렘이란 곳으로 아주 시골이다. 집사람은 4남매 중 셋째인데 결혼 전에는 농사일도 조금 했지만 직장생활도 했고 사우디에 가서 일하기도 해서 그런지 활발한 편이다. 결혼하고 나서 집사람이 한국에는 축제 문화가 별로 없어서 심심하다고 한 적이 있다. 아내 말로는 필리핀은 크고 작은 축제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개방된 문화에 살다보니 한국에 처음 와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읍내생활도 아니어서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한글 공부도 하고 놀러 다니며 답답함을 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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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정 어머니와 함께 한 아내와 작은딸. |
집사람은 한국말이 조금 서툴긴 하지만 한국음식도 다 잘 먹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어 고맙다. 큰 딸은 어린이집에 다니고, 15개월 되어 가는 작은 딸은 좀 유난스러운 편이다. 벌써부터 막 뛰어다니고 제 언니에게 대들다가 맞기도 한다. 활발한 성격이 나보다는 할머니를 닮은 것 같다.
딸 나면 비행기 타고 아들나면 버스타고 다니며 애 봐준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래도 첫애가 아들이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지금도 내심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키우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육아를 하면서 접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와 교육이다. 집사람이 임신했을 때 병원에 가야할 때면 데려다 주어야 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진료시간 맞추기가 힘들어 원주까지 가기도 한다.
육아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의료와 교육
곧 학교에 입학할 텐데 걱정이다. 통학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면단위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애들 학교보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아내가 면허를 따서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아이들이 어려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편한 지역에 살다보니 이런 저런 일로 아내에게 미안하다. 미안함으로 늘 마음이 무거웠던 나로서는 친정방문의 기회를 주신 군수님과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 정말 감사드린다.
친정에 간다고 결정된 다음부터 설레고 좋아하던 아내가 필리핀에 있는 열흘동안 친정가족들을 만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그동안에 그렇게 못 해줬을까, 더 잘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가에 가서 식구들과 이웃사람들도 만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쇼핑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처가를 다녀오고 나니 아내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고 아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양경모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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