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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아펙 정상회의는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승인 2025.10.24|(327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보호무역의 기조가 강화되고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아펙 정상회의는 대다수 국민에게 줄 희망이 없어 보인다.

2005년 11월 부산에서 APEC(이하 아펙) 정상회의가 열렸었다. 당시 21개 회원국 정상은 당시 UR(우루과이라운드)을 대체할 뉴라운드인 DDA(도하개발어젠다) 협상의 진전을 촉구하는 강력한 특별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 이는 ‘농업 등 자국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무역 자유화를 위한 것’으로 미국의 요구를 대다수 수용한 것이었다. 이에 ‘아펙 반대, 부시 반대’을 외치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줄을 이었었다.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200만 달러 공여 약속’을 하였지만, 국내적으로는 비정규직 양산 법안을 추진하는 등 양극화를 가속화 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2025년 20년 만에 다시 경주에서 아펙 정상회의가 열린다. 대통령이 홍보 광고에 직접 출연하고, 국회에서 9월 25일 ‘아펙 정상회의 성공 개최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국회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주력하고 있으나 여야의 극한 대립 상황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펙 즉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는 환태평양 연안 국가의 경제적 결합을 돈독하게 하고자 20개 국가와 1개의 특별행정구(홍콩)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아펙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경제협력체’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만과 홍콩의 참여 때문이다(대만은 아직도 총통이 참석하지 못하고 경제 각료만이 참여한다). 처음에는 일본과 호주의 주도로 1989년에 만들어졌는데, 북미자유무역지대·유럽 공동체 등 다른 경제 블록과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에서 패권을 다지려던 미국은 일본 등이 아펙을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특히 1990년대에는 미국이 일본을 주요 경쟁자 중 하나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미일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일본 외무장관은 악의 정신에 사로잡힌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시장 개방을 압박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자신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한 통로로 아펙을 활용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제 위기와 이후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깊어지면서 ‘경제협력체’로서의 아펙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졌다.

2010년대 이후에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며 각자의 의제를 관철하려 애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펙을 중국 견제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자리로 활용했다. 2018년 집권 중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부통령인 펜스를 대신 보내 중국의 무역 관행을 비난했고, 그 결과 처음으로 정상 공동 성명 채택이 무산되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경주 아펙 정상회의는 이러한 갈등이 더욱 깊어져 가는 여정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막 2일 전인 29일 방한하지만 본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역시 대표단만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어린이 강제 이주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번 아펙에서 미중·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길 바라고 있었다. 미중 정상회담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을 잇는 가교임을 내세우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한민국에서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 속에서 경제적 활로와 국내외 지지를 모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북미 정상회담은 무산될 듯하고, 미중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가 이번 회의를 통해 얻으려던 성과가 시작부터 어긋난 것이다. 만약 이번 아펙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경제 협상에서 진전이 생길지라도 이는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다. 미중 갈등을 불러일으킨 여러 사안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리적·경제적 여건상 미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이번 회의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어긋나고 있다. 정부는 극우 세력의 반중 시위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한미·한미일 군사 훈련을 지속하며 아시아·태평양에서 군사적 긴장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펙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한다고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울산의 자동차 부품사에 근무하는 이주 노동자 50명을 수갑에 채워 강제 체포한 것은 그 시작이다.

이번 아펙 정상회의에서 그 주제는 시장 개방에서 보호무역으로 바뀌었지만 20년 전 부산 아펙 정상회의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이번 아펙 정상회의가 대다수 국민에게 줄 희망은 없어 보인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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