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
38년 장수 이장 비결은먹이고 나누고 베풀고 돈관리는 똑소리나게
정암2리 도호근·전금례 부부
이상규 기자 | 승인 2012.04.23|(0호)

“뭐를 마이 멕여야지 뭐.”

인민군 대장이 고함한번 지르지 않고 주민들을 휘어잡는 비결을 묻자 동막골 노촌장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순하지만 인간 본성을 꿰뚫는 촌철살인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이다.

▲ 횡성읍 정람2리 도호근 이장(오른쪽)과 부인 전금례씨가 봄날 햇살을 받으며 대화하고 있다.

그랬다. 횡성읍 정암2리 도호근(76) 이장과 부인 전금례(73)씨는 동막골 노촌장을 똑 닮았다.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웃음 속에 배어나오는 너그러움이 그랬고, 뭐 하나라도 더 ‘멕이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랬다.

뭘 많이 멕인 탓일까. 도 이장은 34살이던 1971년부터 무려 38년간 정암2리 이장을 맡아오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최장수 이장이다. 내무부장관상에서부터 도지사상과 군수상 등 수 십 개의 상을 받았다.

부인 전씨도 도 이장과 똑 닮았다. 마을에 부녀회가 처음 생기던 20대 시절부터 44년간 부녀회장을 맡아 온 전씨는 2년 전 부녀회장 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주민들이 노인회 총무를 맡겼다. 부녀회가 마을 살림을 도맡아 하니 노인회일을 하려면 결국 부녀회를 다 움직여야 한다. 부녀회장을 내려놨어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은 폐교된 덕고초등학교 1기인 도 이장과 3기인 전씨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소꿉친구다. 초교 동창회에서도 두 부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마을 주민들은 “도 이장의 뒤에는 부인 전씨가 있다”고 귀띔했다. 도 이장도 이를 인정한다. “내가 이장 한다고 집사람이 뒤에서 열심히 뒷받침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지 뭐.”

도 이장은 이장 자리를 내놓고 싶지만 뜻대로 되질 않는다. 오래전부터 투표로 이장을 뽑아 온 정암2리 주민들은 지난해 만장일치로 도 이장을 연임시켰다. 40가구 가운데 26가구가 마을회의에 참석했는데, 마을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추천할 이장을 써넣는 교황식 선출방식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마을 주민들이 신뢰한다는 뜻이다. 2006년에는 이장을 그만두려 하니 마을 주민들이 도 이장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송덕 기념비까지 세우며 계속 하기를 권했다.

“이번에 꼭 내려놓으려고 했는데… 원래는 환갑 때까지만 하라더니, 환갑 지나니까 이제는 돌아가실 때까지 하라니 원.”

두 부부는 연말만 되면 이장과 총무를 누구에게 넘겨야 하나 고민이다. 1995년 전국 최장수 마을로 선정된 정암2리에서 나이 70이면 아직 젊은 편에 속한다. 이 때문에 이장직을 넘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부부가 장기집권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도 이장이 말하는 비결은 봉사정신이다. “봉사한다는 기본 정신을 갖고 하지 않으면 못해.”

부인 전씨도 “마을 일을 내 일처럼 하니까 주변에서 인정하긴 하는데, 내 속을 생각하면 벌써 그만 뒀어야지...”라고 하면서도 싫지 않다는 눈치다.

“작년에도 퇴비 신청해 놨다가 퇴비 없다는 사람 나눠주다 보니 내 쓸게 없는 거야. 300포 받았는데 한 100포나 썼으려나... 대단한 건 아니지만 쓴다는 사람 있으면 나눠 줘야지 뭐.”

도 이장은 ‘나눔’과 ‘봉사’ 정신이 자연스레 배어 있다. 마을 일도 늘 솔선수범한다. 퇴비나 비료 차량이 들어오면 내 일처럼 퇴비를 함께 내리곤 한다. “못 봤으면 모르겠는데 앞에서 퇴비 내리는데 어떻게 모른척해.”

베푸는 데에는 전씨도 뒤지지 않는다.

“주부대학 8명, 이장 부인도 하나씩 주고... 지회 사무실에 또 6개는 떠다 줘야겠더라고... 계산해서 떠 놨는데 손님들 괜히 와 가지고서는... 내 솜씨니까 하나씩 받아.”

전씨는 직접 뜨개질을 한 도장 주머니 두 개를 내민다. 비닐봉지 안에는 8개, 6개, 4개 나눠줄 숫자에 맞춰 뜨개질한 도장 주머니가 들어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정이 느껴져 거절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퍼주는 사람’으로 소문이 파다하다.

도 이장이 말하는 두 번째 비결은 돈 관리다. “돈하고 직결된 건 똑소리 나야 돼. 결산보고는 철저히 하고, 단 한푼이라도 어물어물 넘어가선 안 돼.”

몇 해 전 전씨는 뇌출혈로 위험한 상황을 겪었고, 도 이장도 폐암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두 분 입가엔 미소가 배어있다.

“돈은 못 벌어도 재밌게 살았어. 후회 없이 살았어.”

정암2리에 대해 “양 같이 순한 사람들만 사는 동네”라고 자랑하시는 도 이장은 동막골 노촌장을 똑 닮았다. 분명 동네 주민들도 동막골 주민들의 순수한 모습을 똑 닮았을 것이다.


이상규 기자  eco239@hanmail.net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