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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kkw3047@korea.kr |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앞길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면, “아, 가을이 왔구나”하고 느끼게 된다. 햇살이 아직 따갑게 내리쬐는 8월 하순, 낮에는 무척이나 무덥지만 밤공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식물에게 이 시기는 계절적 전환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시기로,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고 들깨와 콩 ·팥이 점차 영글어 간다.
반면 토마토와 고추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열과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산과 들의 풀과 나무들도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여 잎은 초록에서 노랑, 빨강으로 물들고 이러한 변화는 대게 10월 초에 절정에 이른다. 우리는 이를 두고 “단풍이 들었다”라고 하며, 단풍의 사전적 의미는 “늦가을에 식물의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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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식물은 단풍이 드는가? 단풍이 드는 이유는 겨울을 나기 위한 식물들의 절차 중에 하나다. 식물이 살아가는 방법은 광합성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고, 그 영양분으로 잎과 줄기 그리고 뿌리가 자라면서 성장을 한다. 식물이 영양분을 만드는 광합성은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햇빛은 반드시 필요하며 온도가 적당해야 한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기온이 낮아져 광합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식물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생육이 멈춰진 상태가 되는데 이것을 휴면이라고 한다. 휴면은 식물 생리상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자발휴면과 낮은 온도 등 외부 환경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타발휴면이 있다.
대부분의 온대지방에 자라는 낙엽 활엽수들은 12월 초에 휴면에 들어가 2월말까지 휴면을 하는데, 자발휴면은 대체로 12월부터 1월 말까지 이루어지며, 2월에는 낮은 온도 영향으로 타발휴면이 이어진다. 즉 식물이 낮은 온도로 인해 더 이상 광합성이 어려워지는 환경이 되면 잎에 있던 모든 영양분을 종자와 줄기 그리고 뿌리로 이동시키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며 색소만 남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 단풍이 든다“라고 한다.
식물의 색은 세포 속 소기관인 색소체의 종류와 양으로 결정되며, 그중 엽록소는 계절과 생육 단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4월에 심은 토마토 모종과 8월 성숙기에 있는 토마토 잎의 엽록소 양을 비교하면, 성숙기의 잎이 단위 면적당 대략 1.5배내지 2배 정도 많다. 같은 크기의 세포라도 색소체에 들어있는 엽록소의 양은 토양에 있는 질소의 양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질소비료를 주면 엽록소의 개수는 늘어나며 세포당 수십 개씩 들어 있다. 그래서 요소나 유안 등 질소비료를 주면 잎색은 짙어진다. 학계에서는 토마토 잎 10㎠에 들어있는 세포의 숫자는 대략 백만개에서 천만개 정도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만약 10㎠에 백만개의 세포를 가진 토마토 잎에 있는 세포 1개에 엽록소가 1개씩 들어 있다고 하면 광합성량은 1이 될 것이고, 10㎠ 잎의 총광합성량은 백만이 된다. 하지만 질소 비료를 주어 세포당 엽록소의 개수가 10으로 증가했다고 하면, 세포당 광합성량이 10이되고 총광합성량은 천만이 되어 광합성효율이 10배나 증가한다. 즉 광합성량이 증가하는 만큼 농산물 생산량도 증가한다. 이러한 질소의 효과 때문에 질소비료는 농사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질소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잎이 뒤틀리거나 토마토 과일은 다 익었지만 열매자루 부근의 색이 붉어지지 않고 초록색을 띠는 착색 불량과가 발생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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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5대 호르몬> |
단풍은 세포속에 있는 엽록소가 없어지면서 시작하는데, 그 시작은 해의 길이가 짧아지는 단일이 되거나, 적온보다 기온이 낮아지거나, 수분이 적은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롯된다. 식물체는 환경적인 신호를 감지하면 식물 호르몬 균형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식물호르몬은 수십종이 알려져 있지만 대표적인 식물 5대 호르몬은 옥신, 지베렐린, 시토키닌, 아브시스산, 에틸렌인데, 생장과 발육에는 옥신, 지베렐린, 시토키닌이 작용하고, 생장억제나 노화에는 아브시스산과 에틸렌이 작용한다. 옥신은 종자나 식물의 상부에서 주로 생산되어 식물의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작용한다. 식물이 자라는 맨위 부위를 정부라 칭하는데, 옥신은 정부에 주로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이 부근의 생장이 다른 부위보다 월등히 강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정부 우세성이라고 하며, 봄에 나무 묘목을 심을 때 묘목의 중간 부위를 자른 다음 심으면 맨 위에서 나온 가지가 가장 세력이 크게 자란다. 정부 우세성을 이용하는 농사는 장미가 대표적이며, 절곡재배 또는 아칭재배라 불리는 재배법이 그것이다. 그리고 옥신은 종자에서 합성하는 경우도 많은데 고추, 딸기, 토마토 등에서는 과실 발달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고추가 고온으로 인해 꽃가루가 말라 죽어 수정이 불량해지면 고추씨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고추가 옥신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고추에는 생장 호르몬인 옥신이 없어 고추가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딸기, 토마토, 오이, 호박 등에서도 볼 수 있는데, 구부러진 오이나 기형이 된 토마토 등이 옥신 영향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에틸렌은 식물체를 성숙시키는 호르몬인데, 바나나를 노랗게 익히거나 감을 홍시로 만들고, 덜익은 토마토를 빨갛게 익게 만든다. 에틸렌을 많이 생산 시키는 식물로는 사과, 살구, 배, 복숭아, 키위가 있다. 에틸렌은 오이 암꽃 발생량을 늘려주고, 감자의 휴면을 깨워 주기도하고, 멜론의 과육을 연화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브로콜리와 파슬리의 노화를 촉진시키고 사과의 저장성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호르몬이다. 사과는 에틸렌 발생이 많은 과일인데, 사과를 수확하여 저온저장고에 보관할때 같은 장소에 브로콜리를 보관하면 브로콜리가 빠르게 황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 사과에서 생산된 에틸렌이 브로콜리에 작용하여 엽록소를 분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과 단독으로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자기가 생산한 에틸렌의 영향을 받아 저장력이 떨어지며, 저장기간이 길수록 저장고 내에 에틸렌이 더 많이 축적되어 저장력은 급속히 떨어지므로 10일에 한 번 정도 환기를 해 주면 에틸렌 농도가 낮아져 저장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에틸렌은 식물의 잎이 단풍 들게 하고 낙엽지도록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 호르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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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저온 등 생육에 불리한 외부 환경 변화 신호를 감지하면, 잎 속에 있던 옥신과 시토키닌 등 생장촉진 호르몬의 양은 점차 줄어들고 에틸렌이나 아브시스산 같은 노화 호르몬의 양은 증가한다. 에틸렌에 영향을 받은 세포 내 색소체의 엽록소는 분해되어 사라지고, 카로티노이드나 안토시안 등 색소들은 남게 된다. 이로 인해 식물의 잎은 초록색에서 노란색, 황색 또는 빨간색으로 변한다. 은행나무 잎에는 많은 종류의 색소가 포함되어 있으나 그중 카로티노이드가 주종이기 때문에 잎이 노란색으로 변하게 된다. 단풍나무의 주요 색소는 안토시안이며, 이 안토시안은 포도,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등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온도가 낮아지면 식물체의 대사 작용과 속도도 함께 감소하며, 잎 뒷면에 주로 분포하는 기공이 폐쇄된다. 이 과정에서 노화 호르몬인 에틸렌과 아브시스산의 농도가 상승하여 잎의 노화가 촉진하게 된다. 에틸렌 농도가 높아지면 잎의 색 변화가 일어나고, 동시에 잎자루에는 탈리층이 생기게 된다. 탈리는 잎이나 과일이 스스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며, 잎의 탈리는 잎 내 옥신 농도가 감소하고, 에틸렌에 영향으로 세포벽이 이완되고 세포 간 결합이 약해지면서 일어난다. 그래서 고추나 토마토 같은 과일을 딸 때 덜익은 열매보다 완숙된 열매가 더 쉽게 따지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그렇다면 단풍이 예쁘게 들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가을철 기온의 일교차가 커야 한다. 낮에는 따뜻해 광합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밤에는 온도가 낮아 호흡량이 줄어들어야 광합성 산물인 당 성분이 많이 축적된다. 그러면 축적된 당으로부터 전환되는 안토시안이나 카로티노이드의 양이 증가하여 선명한 단풍색을 만든다. 이상적인 일교차는 10~15℃ 정도이다. 단풍에 적합한 온도는 낮 15~20℃, 밤 5℃정도가 적당하다. 그러나 0℃이하로 내려가면 잎의 세포가 얼어 파괴되면서 잎이 갈색, 또는 흑색으로 변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영하로 떨어질 경우, 호르몬 변화가 충분히 진행되기 전에 기온이 급강하하면 탈리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잎이 떨어지지 못하고 흑갈색으로 변한채 나무에 오랫동안 붙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온도와 더불어 광합성의 필수조건인 햇빛이 충분해야 한다. 즉 맑고 강한 햇빛이 충분한 날씨가 가을 내내 이어지면 잎이 스트레스 없이 색소 합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토양에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한다. 토양이 너무 건조하면 잎이 일찍 떨어지고 너무 습하면 병해가 증가되고 색 발현이 불량해진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기 위해서는 9월 중순부터 온도가 서서히 내려가 낮 15℃, 밤 5℃ 정도의 기온이 유지되고, 맑은 날이 이어지다가 15일에 한번 정도 비가 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풍이 들어 낙엽이 지고 난 뒤 나무는 내년의 성장을 위해 휴면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잎이 모두 떨어진 모습을 보고 쓸쓸하게 느끼기 보다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자연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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