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
올해도 달린다! 동네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싣고강영일 기사가 전하는 청일마을버스의 3년 6개월
이창조 기자 | 승인 2015.01.13|(0호)

 

▲ 청일면 출신으로 2009년 고향으로 되돌아온 강영일 기사. 5년간 버스운전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청일마을버스의 운행을 맡고 있다.



횡성군 청일면에는 25인승 소형 마을공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2011년 8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마을버스는 봉명, 속실, 금평, 애고지, 월항, 북너미, 수나지 등 도로여건이 열악하거나 농어촌버스가 다니지 않는 청일면 내의 교통소외 지역을 돌아다닌다. 

 2014년 한해 마을버스의 운행일은 243일, 총 이용객은 4412명으로, 월평균 367명, 하루 평균 18명 정도가 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12. 26. 현재). 마을버스 이용객의 90% 이상이 70~80대 어르신들이고, 등하교하는 학생들이 5%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이용객 규모도 크게 달라진다. 농번기 동안에는 이용객이 40% 가까이 급감하는데, 움직일 만한 분들은 다들 밭에 나가 일하시기 때문이란다. 마을버스 요금은 2011년 이래 변함없이 어른 600원, 중고생 400원, 초등생 300원이다. ‘수익성’만 놓고 보면 청일마을버스의 운영은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이다. 하지만 청일마을버스의 기능과 역할은 오히려 다른 데 있다.



마을의 파수꾼, 심부름꾼 역할

 벽지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마을버스는 ‘소풍’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소통’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강영일 마을버스 기사는 “봄가을이면 김밥을 싸들고 승차해서 코스를 다 돌 때까지 하차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다”고 했다. 시티투어버스에 승차한 여행객과 다름없는 셈이다. 게다가 전에는 힘들었던 마을들 간의 왕래도 생겼다고 한다. 강영일 기사는 “춘당1리와 속실리는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닌데, 마을버스 노선이 생기고 나니까 그제야 내왕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마을버스 기사는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된다. 강영일 기사는 “늘 타시던 분이 안 타면 걱정이 되고 들여다보게 된다. 4년새 돌아가신 분들이 몇 분 계시다”고 했다. 그래서 강 기사의 휴대폰에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는데, 고정적으로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50여명 중 70% 정도는 저장해 뒀다고 한다.


 강영일 기사는 의도치 않게 외부인의 ‘나쁜 짓’을 찾아내기도 했다. 마을버스로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낯선 차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중에 의심가는 차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해엔 장뇌삼절도범 차량을 신고해서 검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강영일 기사에겐 ‘심부름꾼’ 역할도 뒤따른다. 버스가 금평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 한 주민이 손을 흔들어 차를 멈춰 세우고는 운전석으로 서류봉투를 들이민다. “이거 동호회 결산자료인데 좀 (타이핑) 쳐 죠. 토종닭 잡으니까 내일 막국수 먹고 가!” 마트에 가서 장을 대신 봐주기도 하고, 세금을 대신 내주기도 하고, 개 사료 구매, 막걸리 배달, 우체국 택배 접수 등 버스운행 도중에 추가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영일 기사는 “겨울철엔 집 앞 눈을 치워준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강요된 것이 아니라 강영일 기사가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 일들이다. 스스로의 역할을 ‘버스기사’로 한정하지 않고 ‘마을의 일꾼’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강 기사는 어르신 승객들을 부를 때 ‘아버지’ 혹은 ‘어머니’라는 호칭을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버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똑같지 않다. 일부 군 의원들은 “이용객도 별로 없는데, 예산 낭비가 아니냐”며 마을버스 운행을 재고하라고 압력을 넣은 바 있다. 반면, 수익성과 효율성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강영일 기사는 “마을복지의 관점에서 (버스운행을) 보자”는 의견을 줬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게 뭘까요. 마을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이동할 수 있는 교통편을 갖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그것을 해결해주어야 해요. 어르신정책 관련 예산 중 일부와 비교해보면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둬야 할지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 판단해보아야죠.”

2년 넘게  교대자 없이 혼자 운행


▲ 25인승이지만 좌석은 15개로 개조된 청일마을버스. 어르신 승객을 감안하면 입석공간 대신 좌석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1년 청일마을버스가 운행을 시작할 때는 2명의 기사가 번갈아 운행을 맡았었다. 그러나 2013년 2월 동료기사가 그만둔 이래 2년 가까이 강영일 씨는 혼자서 운행을 맡고 있다. 대체인력이 없다보니, 강영일 씨가 휴가라도 쓰는 날은 버스가 아예 운행을 쉴 수밖에 없다. 그때마다 강 씨는 미리 몇몇 어르신들께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드린다고 한다. 횡성군 소속 기사들 중에는 대형운전면허를 가진 기사가 없지 않으나, 버스운행자격을 취득하지 않아 투입이 어렵다고 한다.

청일면 내엔 물골이나 절바우골처럼 아직 마을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마을들이 있다. 도중에 차를 돌릴 수가 없고, 마주오는 차를 비켜설 곳이 마땅치 않은 동네다. 때문에 그 마을주민들이 버스를 이용하려면 1.5~2km를 걸어나와야 한다.

청일마을버스의 운행과 관련해 아쉽거나 보완해야 할 점들은 더 있다. 현재의 차량은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엔 여러 단점들이 있다. 우선, 좌석마다 안전벨트가 없어 언제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출입문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어르신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강영일 기사는 현행 600원인 요금을 1000원으로 올리기를 원했다. ‘수익’ 때문이 아니라 ‘안전’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동전 거스름돈 챙기려고 다시 허리를 숙이는 게 더 힘들어 보인다”는 게 강 기사의 설명이다.

청일공영마을버스에 한해 투자되는 예산은 4400만원 정도. 수익을 좇는 버스사업자들 대신 횡성군청이 직접 경영하는 이유는 사업의 ‘경제성’ 대신 ‘교통접근권과 이동권’ 등의 또 다른 가치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청일마을버스는 청일면 마을주민들에게 적잖은 편의와 만족을 배달하고 있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