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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호 칼럼] 2026년 예산안 통과를 바라보며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 승인 2025.12.21|(331호)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복지보다는 성장을 선택한, 국민 생활 안정보다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내년도 예산안은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12월 2일 국회는 2026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여야 합의와 4년 만에 법적 예산안 처리 기한을 지켰다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그 과정은 우려스럽다. 그들은 합의해 처리했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정상적인 예산안 의결 과정은 상임위와 예결위를 거쳐, 예결위에서 합의한 내용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 지난 11월 21일 예결위 소위 개최 이후 공식 예결위의 논의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교섭단체 간 밀실 협의로 합의된 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된 것이다. 이러니 심사 과정을 담은 예결위 심사보고서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예산안이 어떤 이유로 수정되었는지 국민의 알권리가 존재하지만 이를 알 수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밀실 합의가 이루어졌어도 헌법정신과 국회법을 존중한다면 예결위 전체 회의를 열어, 심사하고 본회의에 상정했어야 했다. 국민은 물론 다른 예결위원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합의한 안을 정상적인 예산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니 밀실에서 타협의 산물로 된 예산안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2026년 예산안은 2025년 673조 원에서 728조 원으로 8.2% 상향되어 통과되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 아래 균형 성장을 위해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을 되돌려 세수를 증가시켜 국민 생활 안정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기조는 찾아볼 수 없고 경제성장, 특히 AI·신산업 투자와 국방비 증액이 우선시 되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공공의료 강화보다는 보건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이 우선시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이재명 정부는 부자 감세를 축소해 세수를 증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수 증대를 위한 개정은 각 구간별 법인세율을 1% 인상한 것과 교육세를 0.5% 인상한 것에 그쳤다.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는 고액 자산가의 세금을 깍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과세표준 50억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 30%의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하는 법안으로 공정성을 후퇴시키는 법안이다. 국내 상장주식을 50억 원 보유한 고액 자산가들의 배당소득세를 감면해 주는데, 하위 80% 투자자들의 배당소득이 연간 8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통신 분야는 30.8%, 과학기술 분야에 18.8%,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에 14.7% 등이 증가되었는데, 이는 모두 AI 및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에 관련된 분야이다. 반면 복지 예산은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 분야에서 약 8조 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노인 인구 증가 및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지 새로운 복지 정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복지보다는 성장을 선택한, 국민 생활 안정보다는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예산안으로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 지표를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인 듯하다. 결과적으로 국방비 증액과 기업 지원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입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킬 공공분야와 복지 예산은 감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란 사태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그들이 남긴 감세 정책과 성장 우선의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내란 종식은 몇몇 내란 종사자들을 법정 위에 세우는 것이 아닌 그간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온 많은 의제, 즉 사회 불평등·양극화 문제·저출산·고령화 등을 딛고 나아가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대폭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성장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가 민생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정부와 국회의 논리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재명 정부에게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지키라고 요구할 때이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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