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늘 비슷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중앙 정치의 언어는 여전히 거칠고, 경제 지표는 회복을 말하지만, 일상의 체감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기본소득, 에너지 전환, 지역 소멸 대응 같은 단어들이 더 이상 학술회의나 공약집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삶의 문제로 성큼 다가온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횡성 역시 결코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작은 지역이기에 변화의 진폭은 더 크게 느껴졌고, 선택의 결과는 더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횡성희망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는 단순한 사건 목록이 아니라, 이 지역이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시험대에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었습니다.
올해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단연 ‘횡성형 행복소득’이었습니다. 지방정부 차원의 기본소득 실험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과 나누겠다는 구상은, 복지를 시혜가 아닌 구조로 만들려는 시도이자 지역 경제와 에너지 정책을 연결하려는 실험이었습니다. 재원과 형평성이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이 정책이 던진 질문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지역은 스스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가”
한편, 기간제 근로자 부당해고 소송의 대법원 판결은 행정의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 일치하는지를 다시 묻게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종결되었지만, 고용안정과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승패를 넘어, 공공행정이 어떤 태도로 노동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군의회 사무관 승진 인사 파동은 ‘공정’이라는 단어가 왜 이토록 민감한지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작은 조직일수록 절차와 기준은 더 투명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고,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책임이 어떻게 균형을 이뤄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던졌습니다. 인사는 곧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동시에 횡성은 뜻깊은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지속가능도시 평가 전국 1위, 그리고 도시재생혁신지구 국가시범지구 선정은 횡성이 더 이상 ‘소멸 위기의 농촌’이라는 틀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모빌리티 기업지원센터 준공 역시 미래산업을 향한 준비가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증명했습니다. 문제는 이제 속도보다 방향입니다. 산업과 개발이 주민의 삶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그 성과가 지역 안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올해는 갈등의 장면도 적지 않았습니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한 군민들의 원주 집회, 군부대 신설과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둘러싼 주민 반대는 개발과 환경, 공익과 지역 생활권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갈등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충분한 설명과 진정성 있는 소통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언제든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옵니다.
밝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횡성한우의 중동 수출은 지역 산업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횡성한우축제의 성공은 산업·관광·문화가 결합할 때 지역 경제가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축제가 끝난 뒤에도 그 온기가 일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브랜드의 가치가 농가의 삶으로 환원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입니다.
이렇게 돌아보면, 올해의 10대 뉴스는 하나의 공통된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횡성은 어떤 공동체가 되고자 하는가.”
성장만을 말할 것인가, 지속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할 것인가. 행정의 편의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중심에 둘 수 있는가.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와 생각을 어떻게 조정하며 함께 갈 것인가.
시장 골목에서, 읍내 정류장에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의 말은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크게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정책도, 개발도, 축제도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횡성의 미래는 숫자와 계획서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않는 행정,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느리지만 단단한 합의 속에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제 한 해를 보냅니다.
올해 횡성이 마주했던 성취와 갈등, 기대와 불안은 모두 내년을 위한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그 질문에 성급한 답을 내리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횡성이 조금 더 솔직해지길 바랍니다.
잘한 것은 당당하게 말하고, 부족한 것은 인정하며, 서로의 다름을 갈등이 아닌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는 지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 해 동안 애써온 모든 이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변화의 한복판에서도 사람을 잃지 않는 횡성을 조심스레 소망해 봅니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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