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은 상품으로 거래하지 않으며 공공적으로 비용을 분담한다는 의미이다. ‘교육이 상품인가 아닌가.’, ‘학교급식이 교육복지인가, 식당에서 파는 상품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무상급식의 출발점이다.-

태준호
횡성읍. 횡성희망신문 독자위원
횡성군의 2015년 예산이 2995억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예산이 어떤 부문에 어떻게 사용되어지는지 사실 전문가가 아닌 다음에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이 우리의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영향을 미치는지 크게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횡성군의 예산을 보면서 나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횡성군 전체 예산중 겨우 0.2~0.3% 정도를 차지할 고교 무상급식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었다.
횡성군이나 의회가 내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강원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확대하고자 편성한 예산을 강원도의회가 전액 삭감했기 때문에 우리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의회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실리를 위해 그 출발점이 되었던 무상급식을 보수 대 진보의 논리로 몰아가며 예산을 삭감했고, 횡성군의회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예산을 삭감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20억을 충당하기 위해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축제 예산을 줄여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한 부산시 기장군의 경우와 대비해 보면 정말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간다.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인재육성관의 150명을 위해 20억원을 쓰는 횡성군이 아이들에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3억5천만원의 예산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무상급식은 단순히 밥 한 끼의 문제인가. 그렇다면 1인당 1년에 50만원 남짓 되는 이 문제에 이렇게 격분할 이유가 없다.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한 끼의 문제가 아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상 급식과 무료 급식을 혼동하고 있다. ‘무상’은 상품으로 거래하지 않으며 공공적으로 비용을 분담한다는 의미이다. ‘교육이 상품인가 아닌가.’, ‘학교급식이 교육복지인가, 식당에서 파는 상품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무상급식의 출발점이다. 무상 급식이 진전되지 않고 후퇴한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사용하는 책걸상에도 비용을 부담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너무 앞서 나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몇몇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수도 민영화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언제부터인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고들 한다. 이는 우리 아이들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들을 점점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은 그나마 학내에서 모든 학생들이 균등하게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처우 중 하나다. 공교육이 제대로 살아나길 바란다면 이런 부분부터 해결해야 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선도적으로 시행했던 횡성군이 다시 공교육을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고교 무상급식 예산을 추경예산에서 다시 배정하길 기대해 본다.
태준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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