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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통합이라는 이름의 질문 앞에서, 횡성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조만회 | 승인 2026.02.21|(335호)

요즘 지방자치를 둘러싼 공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행정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광역단체 통합과 기초지자체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 일부 연구기관은 통합을 ‘불가피한 선택’처럼 말합니다. 작은 자치단체는 더 이상 홀로 설 수 없고, 규모의 경제 없이는 생존조차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원강수 원주시장이 꺼내 든 ‘원주–횡성 통합’ 제안은 단순한 행정 구상이 아니라 지역 사회 전체를 흔드는 정치적 쟁점이 되었습니다. 제안 이후 횡성군과 지역 단체의 즉각적인 반발, 성명 발표, 여론전까지 이어지며 사안은 지자체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통합이라는 단어 하나가 불러온 파장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사실 원주와 횡성의 통합 논의가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선거를 전후해, 또는 지역 소멸 위기 담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정치인이나 일부 단체, 개인의 입을 통해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통합은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 채 사라졌고, 횡성은 횡성대로의 길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안은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 광역단체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국면, 그리고 원주시장의 정치적 입지와 맞물리면서 이 제안이 ‘지역의 미래를 위한 고민’이기보다 ‘정치적 계산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합의 명분은 거창하지만, 그 과정과 방식에서 상대 지역에 대한 존중과 숙의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통합 논의가 불편한 이유는 단지 행정구역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스스로 선택해 온 삶의 방식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횡성은 오랜 시간 농업과 축산을 기반으로, 느리지만 자기 속도로 공동체를 유지해 온 지역입니다. 효율과 속도만으로 재단하기 어려운 가치들이 이 땅에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물론 냉정한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가속화되며, 재정 여건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에, 횡성이 과연 지금의 모습 그대로 생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피할 수 없습니다. 통합을 반대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통합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횡성이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행정구역을 키우는 것이 생존의 유일한 해법인지, 아니면 지역 고유의 자산을 다듬고 연결하는 다른 길이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횡성의 경쟁력은 대도시의 복제가 아니라, 횡성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에서 나와야 합니다. 농업과 축산, 생태와 자연, 돌봄과 공동체, 그리고 사람 중심의 삶의 방식은 횡성이 오히려 선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최근 논의되는 통합돌봄, 공공의료, 지역 기반 복지 역시 횡성 같은 지역에서 더 절실하고, 더 실험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과제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역 정치인은 통합이라는 쉬운 구호 뒤에 숨기보다, 횡성이 독립적으로 설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합니다. 공직사회는 관행에 안주하지 않고, 작지만 탄탄한 정책 성과를 쌓아야 합니다. 지역 단체와 주민들 역시 방관자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묻는 일입니다. 우리는 어떤 횡성을 후대에 남기고 싶은지, 편리하지만 정체성을 잃은 지역을 선택할 것인지, 불편하더라도 주체성을 지키는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 말입니다. 통합 논의는 그 질문을 피해 갈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의미를 갖습니다.

통합은 결과일 수는 있어도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충분한 토론과 공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 없이 던져진 통합 제안은 지역을 하나로 묶기보다 더 깊은 균열을 남길 뿐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을 서두르는 정치가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정치입니다.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나 횡성의 생존은 각자가 흩어져 사는 데 있지 않고, 공동체로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통합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횡성이 다시 한번 자기 길을 묻고 답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 질문을 외부가 아닌, 우리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입니다.

 

조만회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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