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횡성교육도서관의 책읽는 가족으로 선정된 심동현군 가족과 김성수군 가족이 인증서를 전달한 이정이횡성교육도서관장(뒷줄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 12월 26일 횡성교육도서관(관장 이정이)은 2014년의 ‘책 읽는 가족’으로 심동현 군(고1) 가족과 김성수 군(초4) 가족을 선정해 현판 및 인증서를 전달했다. 횡성교육도서관은 한 해 동안 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며 책을 읽는 두 가족을 선정해 ‘책 읽는 가족’이라는 ‘명예’를 부여하고 있다.
심동현 군의 네 가족(심영남-아버지, 최성희-어머니, 심소현-누나)은 2014년 한 해에만 무려 561권의 책을 대출했으며, 김성수 군의 네 가족(아버지-김주성, 어머니-김수진, 누나-김빈) 역시 432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도서를 빌린 것으로 집계됐다. 김 군의 가족은 도서관과 거리가 떨어진 우천면에 거주하면서도 매주 가족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읽거나 빌려가며, 독서 관련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는 여덟 명의 독서가족들 중에 심동현 군과 그의 어머니 최성희 씨를 만나 그들의 ‘책’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서관을 놀이터로, 책을 선물로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심동현 군은 ‘역사 마니아’다.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도 주로 역사서적인데, 한국사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권하는 책도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2>와 MBC예능 ‘무한도전’으로 유명해진 <설민석의 무도한국사 특강> 등 두 권의 역사관련 서적이었다. 학교급식시간에는 20분간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친구들과 함께 급식소 2층의 도서관에 올라가서 잠시나마 책을 읽고 내려오는 ‘습관’을 만들었다고 한다. 동현 군의 누나도 고등학교에서 다독상을 수상할 만큼, 책을 끼고 산다고 한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누나가 선택한 전공도 문헌정보학이다.
자녀 모두 책과 가깝게 지내게 된 데는 어머니 최성희 씨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였다. 최성희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도서관엘 다녔다고 한다. 빌려온 책들을 식탁위에 올려둬, 아이들이 각자 원할 때 책을 집어볼 수 있도록 했고, 대여업체에 월정액을 지불하고 매주 책을 빌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마다 스티커를 붙이게 해서 그것이 10개 모이면 책 한권씩을 선물로 사줬다고도 했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자라난 셈이다.
최성희 씨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접할 수 있던 게 책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아이들 때문에 도서관에 찾아가던 최성희 씨는, 도서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본인 스스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자리에도 이르게 됐다. 2014년에 책을 많이 빌린 이유에 대해 최성희 씨는 “동화구연활용반 활동을 하다 보니 아동서적을 많이 빌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아동서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은 내용이 많고 공부도 많이 된다”는 것. 자녀들이 커가면서 아동서를 치워버렸는데, 그게 잘못이었다는 생각도 하게 됐단다. “동화책 내에 많은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란다. 최성희 씨는 <줄줄이 꿴 호랑이>라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의 동화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정보를 전해주는 것
심동현 군의 역사공부는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진로결정으로 이어졌다. 벌써 한국사검정능력시험의 고급자격을 획득한 심 군은 지난해 7월부터 예비 ‘역사선생’이 되어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횡성교육도서관에서 2시간 씩 ‘역사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제자’는 초등학생부터 성인에까지 이른다. 2015년에도 역사수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는 동현 군은 ‘답사여행’을 추가하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 ▲ 역사관련 책을 좋아하는 심동현군(사진 서있는 이)은 횡성교육도서관에서 초등학생과 성인들을 위해 역사수업을 진행하는 자원활동도 하고 있다. |
두 모자에게 ‘책’이 갖는 장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최성희 씨는 “책은 상상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최 씨는 “책은 TV나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 이상을 상상하게 한다”며 “책으로 먼저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었던 딸아이가 영화를 보고는 너무나 실망했는데, 그 이유가 ‘상상했던 것을 모두 파괴해서’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현 군은 ‘역사학도’답게 “책은 드라마 같은 것보다도 공신력이 있고 정보를 정확하게 준다”고 평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비교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서에 관해 동현 군의 ‘조언’을 들어봤다. 동현 군은 “독서에 미리 목표를 세우지 마라”고 권유했다. “목표 같은 것을 세우면 재미가 아니라 ‘숙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성희 씨는 ‘도서관 애용자’로서 몇 가지 아쉬움을 전했다. “도서관은 아이들이 스스로 진로를 찾아나가게 도움을 주는 곳이에요. 그런데 늘 (도서관에) 오는 사람만 와요.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있고,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다들 자기가 관심가진 것만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여기(횡성교육도서관)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는데, 식당이 없으면 사람이 머물지를 않아요. 그런 점들이 아쉬워요.” 최성희씨가 아쉬워하는 점은 횡성의 지역도서관이 채워가야 할 점이기도 하다. 엄청난 양의 책이 가득한 침묵의 공간이 아니라 책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먹고 떠들며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지역도서관말이다. [이창조 기자]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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