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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시작 ! 밭갈이(耕耘, 경운)는 왜 할까?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 승인 2026.04.04|(338호)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kkw3047@korea.kr

새봄이 왔다. 어스름한 저녁이 되면 온 지천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른 아침엔 지난밤에 내려간 기온으로 인해 대지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 곧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밭에 냉이와 꽃다지가 겨우내 얼어 있었던 땅을 비집고 올라와 크기 시작하면 농업인들은 석회비료와 퇴비를 살포하고 밭갈이를 시작한다. 반세기 전의 논밭에서는 밭갈이를 시작하는 “이러”와 멈추라는 “워~워~”등 구성진 소리가 울렸다면, 지금의 논밭에서는 트랙터의 굉음이 울려 퍼진다.

밭갈이는 언제부터 했을까?
밭을 가는 기구를 “쟁기”라고 하는데, 이 쟁기가 발명된 시기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메소포타미아(현 이라크)지역에서 기원전 4,000년쯤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6,000년전부터 밭갈이를 하였다고 한다.
밭갈이에 대한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의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 기록을 살펴보면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2권 아달라 이사금(서기 155년)조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그 내용은 “봄 2월에 왕께서 친히 나라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곡식을 심는 밭을 갈았다.”이다. 나라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지내는 제사의 제물을 생산하기 위해 왕이 몸소 밭을 간다는 것은 농사의 중요성을 백성에게 알리는 통치행위였다고 한다. 소를 이용한 밭갈이는 신라본기 제4권 지증 마립간 3년(서기 502년)에 기록된 “삼년 봄 삼월에 왕께서 농사를 권장하고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갈기 시작했다”이다. 그러므로 소로 밭갈이한 역사는 대략 1,500여년 정도가 된다.
어떠한 이점이 있어 밭갈이는 봄마다 반복적으로 6,000년동안 지속되어 왔을까? 

【 소를 이용한 밭갈이】

조선시대 세종대왕께서는 정초와 변효문에게 명하여 조선의 기후 풍토와 실정에 맞는 농사 기술을 책을 출판하게 하였는데 그 책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농지침서인 농사직설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종자와 토양을 다루는 방법, 각종 작물의 재배법과 벼 이앙법 등이며, 밭갈이를 다루는 항목은 지경(地耕)편이다. 농사직설의 지경편에서는 “땅을 갈 때는 천천히 해야 하니, 그래야 흙이 부드러워지고 소도 피곤하지 않다”는 밭갈이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고, “봄과 여름 갈이는 얕게 해야 하고, 가을 갈이는 마땅히 깊게 해야 한다.”는 땅을 가는 깊이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밭갈이 후에 땅을 손질하는 방법, “척박한 밭에는 녹두를 심어 그것이 무성해지기를 기다렸다가 갈아엎어 묻으면, 잡초와 벌레가 생기지 않고 척박한 땅이 옥토로 변한다”는 척박한 땅을 개량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밭갈이는 단순히 흙을 뒤집는 행위가 아니라 소의 컨디션, 계절별 기후, 토양습도, 녹비 활용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토양관리 시스템으로 봐 왔다.
그러면 현재의 농사에서 밭갈이란 무엇인가? 재배학에서 말하는 밭갈이의 정의는 “토양을 갈아 일으켜 흙덩이를 반전 시키고, 대강 부스러뜨리는 작업”을 경운 또는 밭갈이라고 한다.
밭갈이는 어떠한 이점 때문에 수천년의 세월동안 지속되어 왔을까?
첫 번째는 토양의 통기성이 좋아지고 배수가 개선된다는 점이다. 땅은 농사짓는 동안에 중력과 강우로 인해 자연적으로 딱딱하게 눌려지게 마련이며, 농업기계의 사용과 이동, 사람들의 농작업과 보행으로 땅은 압력을 받아 더욱 더 굳어지게 된다. 굳어진 땅을 갈아 줌으로써 땅속으로 산소가 더 많이 들어갈 수 있고, 땅속에 갇혀있던 이산화탄소는 대기중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또한 굳어진 땅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땅속 물길이 생겨 배수가 양호하게 된다. 땅속의 빈틈이 완전히 물로 채워져 있는 상태 즉 땅을 팠을 때 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높이를 지하수위라고 하는데, 이 높이가 지표면과 가까울수록 작물 재배가 어렵다. 대부분의 식물의 뿌리는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 보내는 호흡을 하는데, 물이 땅속에 가득 차 있으면 산소가 부족하여 호흡을 할 수 없게 되어 죽게 된다. 사람이 물속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이 5분 내외로 짧지만, 고추의 경우는 12시간 정도 버틸 수 있으나, 24시간 동안 뿌리가 물속에 놓이게 되면 50%이상 죽는다. 그래서 농사에 있어 장마철에 배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 침수로 인한 고추 습해 】

두 번째는 마른 흙 효과가 나타나는데 재배학에서는 이를 건토효과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밭보다는 논에서 건토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논농사의 경우 대부분 논에 물이 꽉찬 상태로 영농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땅속으로 산소가 들어갈 수 없어 혐기상태가 되고, 유기물 분해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가을에 논을 갈아주면 땅속으로 산소가 공급되어 토양미생물이 활성화 되고 이에따라 유기물 분해가 이루어져, 유기물은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하여 작물 생육에 매우 효과적인 상태가 된다. 또한 월동하기 위해 땅속으로 들어갔던 굼벵이류, 해충의 번떼기 등이 노출되어 얼어 죽게 됨으로 인해 월동하는 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10여년전부터 토마토와 고추 재배에 많은 피해를 입히는 칼라병(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은 꽃노랑총채벌레가 전염시키는 병이다. 꽃노랑총체벌레는 영하 10도 이하에서 월동하지 못하지만, 아무리 추워도 영하 10도 이상이 되는 땅속에서 번데기 상태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온도가 올라가면 부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농사가 끝난 가을에 밭갈이를 하여 번데기를 노출시켜 겨울동안 동사시켜 이듬해 봄에 꽃노랑총채벌레 발생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칼라병 방제의 첫걸음이다.
세 번째는 잡초 발생이 줄어드는데 이 효과는 우리 선조들도 해왔던 방법이다. 추수가 끝난 논이나 밭을 보면 파랗게 잡초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자란 잡초를 흙속으로 묻어버려 죽게하거나 밭갈이로 땅 표면에 노출된 잡초종자가 겨울바람에 건조되거나 얼어 죽게하여 잡초 발생량을 줄여 준다. 그리고 봄에 파종한 옥수수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사람이 끄는 쟁기로 얕은 발갈이하여 잡초를 제거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밭갈이하면 농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작물의 잔사를 흙속으로 갈아 넣어 분해를 촉진시킨다. 이 경우에는 다음해 봄에 농업기계 작동이나 농업인의 농작업을 방해하지 않게하고 유기물로 변해 작물의 양분으로 소모시키는 이점도 있다.
네 번째는 종자 파종이나 이식 작업을 원활하게 해 준다. 만약에 밭갈이를 해주지 않은 땅에 옥수수를 파종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대부분의 종자는 발아하기 위해 일정한 온도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며, 수분도 70%이상 존재해야 한다. 밭갈이 안한 딱딱한 땅에 호미로 땅을 파고 옥수수 종자를 심는다면 엉성한 흙으로 종자를 덮어주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흙 틈새 사이로 바람이 들어 종자가 물을 흡수할 수 없어 발아가 시작되기 어렵다. 또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한 밭에 파종한 옥수수라 할지라도 생육 차이가 크게 난다. 토마토, 고추, 오이 같이 이식하는 작물의 뿌리는 토양과 흡착시켜야 생육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는데 그렇지 못하면 말라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우리는 식목일에 나무를 심을 때 나무뿌리와 토양이 밀착하도록 밟아 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에서도 종자를 정확한 깊이에 심고, 흙과 종자가 빈틈없이 밀착되도록 토양표면을 부드럽게 해주는 밭갈이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다섯 번째는 작물의 뿌리 신장이 촉진된다는 점이다.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를 보면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에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를 비옥한 옥토에 옮겨 심으면 아마도 궁궐 지을 때 사용하는 임금의 나무인 황장목이 될 것이다. 흙이 부드러우면 작물의 뿌리는 저항없이 깊고 넓게 뻗어나가 가뭄에도 잘 견디고 영양분도 많이 흡수하여 아주 튼튼하게 자란다.
트랙터, 콤바인 등 농업기계가 대형화 되면서 농업인들이 농사 짓는 땅밑 20~30㎝아래에는 경반층이라고 하는 아주 딱딱하게 굳은 층이 생겨 작물 뿌리가 뻗어나가지 못하게할 뿐 아니라 물이 배수가 되지 않아 작물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경반층을 없애면 작물 재배가 훨씬 더 잘 자라기 때문에 심토파쇄기를 이용하여 경반층을 부수어 주어야 한다. 밭갈이는 농사에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에 농업인들은 로터리작업이라는 정지 작업을 하기 전에 밭갈이 작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근래에 들어 가을에 논과 밭을 가는 추경을 하는 농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트랙터를 이용하여 20㎝이상 깊이 갈이하여 주어야 건토효과도 있고, 병해충 밀도를 줄어들고, 유기물 시비 효과가 커진다.
그리고 비닐하우스에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은 5년에 1회 정도 호밀이나 보리를 비닐하우스에 심어 키가 1m 이상 기른 다음에 수확하여 건초나 퇴비로 사용하면 남은 뿌리는 땅속에 썩게 되어 뿌리가 있었던 곳은 물과 양분, 공기의 유통 통로가 되는 이점이 있으므로 실천해 보았으면 한다.
수천년간 이어온 밭갈이는 공기의 유통이 잘 이루어지고 토양에 존재하는 물의 배수가 양호해지며, 유기물 분해와 꽃노랑총채벌레 등 해충 밀도를 줄여주는 건토효과가 있고, 잡초 방제, 종자 파종과 양호한 발아 환경을 만들어 주며 뿌리와 흙이 밀착하여 이식작물의 활착율을 높이고, 뿌리의 신장에 아주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농작업의 편리성과 노력 절감을 위해 로터리 작업만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농업의 지속성과 토양의 물리화학성 개량을 위해서는 밭갈이를 꼭 실천 했으면 한다. 

【 트랙터를 이용한 밭갈이 】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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