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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삼성은 그들만의 힘으로 선 기업이 아니다. 삼성이 부를 축적하는데 사회적 자산이 들어갔음을 인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지난 4월 23일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로 삼성의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량이 58% 감소했고,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도 18% 줄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이에 끝나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5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언론들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30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노조를 악마화하기에 바쁘다. 노조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과도한 성과급 요구 프레임만을 씌우며 공격하고 있다.
사실 고액의 성과급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많은 산업 영역에서 고유가 등의 피해로 말미암아 고유가 지원금이 나올 정도로 체감 경기는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건 단지 성과급을 달라는 것만이 아니다. 요약해 보면 임직원 모두가 함께 일하고 성장했는데 분배의 과정에서는 너무 불투명하다는 것과, 노동의 결실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했으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노동자를 무시했다는 것이 파업의 주된 이유이다. 즉 적자가 날 경우에도 임원들이 수천억 원의 성과급을 가지고 가고 주주들은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노동자들은 소외되었었다는 점이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액이 30조 원에 이른다는 것은 아무리 자동화가 이루어져 있어도 노동자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를 무시하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 이번 투쟁의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지만 서로 다른 색의 방진복을 입고 근무하는 하청 업체나 협력사 직원들은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이어가는 동안 더 높은 노동강도에 노출되었지만, 유령 취급을 당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2000년대 이후 ‘외주화’가 굳어졌다. 본사는 이익을 독점하고, 설비 유지보수나 위험 물질 관리 등 고위험·고강도 업무는 하청업체에 맡기는 구조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 공시’를 보면 2025년 삼성전자 사업장의 ‘소속 외 노동자’는 3만여 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1.6%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노동자까지 고려하면 지난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1차 하청회사는 1,061개, 2·3차 하청회사는 693개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들은 이러한 성과급 잔치와는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삼성은 그들을 소모품 정도로 여기고 있다. 2024년 노조법 개정을 앞두고 물류 하청업체인 ㈜명일에서 하도급 계약 만료 직전 198명의 대량 해고한 사태가 있었는데 원청인 삼성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를 묵인했다.
하청업체까지 본사에서 챙겨야 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삼성전자라는 거대한 부는 경영진의 탁월한 전략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밤낮없이 생산라인을 지킨 노동자들의 노동은 물론, 국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시설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인 K칩스법을 통한 수조 원대 세제 혜택, 산업 단지 내의 기반 시설 조성과 연구·교육 지원 등 국민의 세금과 사회적 자산이 투여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였을 때 그 결실은 소수가 독점할 것이 아닌 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익은 그룹 총수를 비롯한 소수의 임원과 거대 주주들의 배당금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불합리는 당연히 종식되어야 한다.
정부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지원할 명분으로 보통 낙수효과를 꼽는다. 기업이 발전하면 그 효과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익을 소수의 경영진과 주주들만이 독식한다면 정부의 지원 명분은 사라져 버린다. 삼성이 부를 축적하는데 사회적 자산이 들어갔음을 인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최우선 순위는 하청 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이들에게도 성과급을 배분하는 것이어야 한다. 삼성은 그들만의 힘으로 선 기업이 아니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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