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반자 내부 감지기,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
고기봉(횡성소방서 현장대응1단장) | 승인 2026.05.29|(341호)

 

고기봉(횡성소방서 현장대응1단장)

2016년 7월 18일 오후 5시 26분경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소재 ‘춘천중앙교회’에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당시 화재조사관으로서 직접 현장에 출동했던 필자는 지금도 최초 목격자인 교회 관계자의 생생한 증언이 귓가에 쟁쟁하다.

 

“1층에 있는데 천장 위에서 ‘탁, 탁’ 하며 무언가 튀는 소리가 들렸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천장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죠.”

 

그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화재의 전조가 아니었다. 이미 반자 내부에서는 상당 시간 전부터 전기 배선의 단락으로 불꽃이 일고 있었고, 폐쇄된 공간 속에서 축적된 열기가 천장재를 시뻘겋게 달구며 붕괴 직전까지 치달았던 것이다. 목격자가 신고를 위해 수화기를 들었을 때, 화마는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세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결국 3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재산피해를 남긴 이 대형 화재의 시작은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천장 반자 내부’였다.

 

정밀 감식 결과, 화재는 반자 내부를 지나는 전기 배선에서 시작되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키워진 화마는 천장재가 무너지는 순간 산소와 만나며 폭발적으로 분출되었고, 시뻘건 불덩이들이 예배당 바닥으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는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되는 ‘수직적 입체 연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만약 그곳에 감지기 하나만 설치되어 있었더라면 상황은 어떠했을까? ‘탁탁’ 소리가 나고 천장이 달아오르기 훨씬 이전, 연기와 열을 감지한 경보음이 울렸을 것이고 소방대는 골든타임 내에 진입했을 것이다.

 

화재조사 실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반자 내부의 실상은 위험천만하다. 대형 건축물의 반자 내부는 성인이 서서 이동하며 점검할 수 있을 만큼 광활하며, 그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전선 다발과 가연성 배관이 가득하다. 설치류에 의한 전선 훼손이나 과부하 위험이 상존하지만, 사람이 상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재 안전의 ‘법적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춘천 중앙교회 화재는 동일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반자 내부 화재는 발견되는 시점이 곧 ‘대응 불가능한 대형 화재’로의 전환 시점이라는 사실이다. 천장 위에서 축적된 열기는 건물 구조를 약화시키고, 붕괴와 동시에 재실자의 대피로를 차단하며 소방대원의 진입조차 무력화한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간이나 전력 부하가 큰 배선이 집중된 대형 반자 공간만큼은 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관련 법령(NFTC 203 등)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설비를 추가하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한 화재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화재는 우리가 방심한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30년 넘게 현장을 누벼온 소방관의 눈으로 보건대, 반자 내부 감지기는 이제 ‘선택’이 아닌 건축물 안전의 ‘필수’가 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을 지키는 작은 감지기 하나가,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천장을 공포 속에 바라봐야 했던 제2의 목격자를 막아줄 유일한 방패이기 때문이다.

 

고기봉(횡성소방서 현장대응1단장)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스포츠
여백
신문사소개ㆍ기사제보ㆍ광고문의ㆍ불편신고ㆍ개인정보취급방침ㆍ청소년보호정책ㆍ이메일무단수집거부
(25234)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앞들서2로 23(2층)  |  전화 : 033)342-1507  |  팩스 : 033)343-1507
등록번호 : 강원아00116(2012.02.08)  |  발행인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조만회  |  편집인 : 조만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용희
계좌 : 합자회사 횡성희망신문 농협 351-0755-0672-03  |  이메일 : hschamhope@naver.com
Copyright © 2026 횡성희망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