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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주민들은 변했는데 정치는 변했습니까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06.15|(343호)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여러 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누가 이겼는지보다 더 많이 들린 말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싸웠으면 좋겠습니다."

"선거 끝났으면 같이 일해야지요."

"맨날 선거만 하면 동네가 갈라집니다."

어쩌면 이번 선거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당선자도 결정됐고 패배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단순히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의 문제로만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죠.

이번 선거는 횡성 정치가 어디까지 왔고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선거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를 보며 든 생각은 하나입니다.

주민들은 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죠.

횡성은 오랫동안 사람 중심의 정치가 강한 지역이었습니다. 이른바 패거리 정치라는 거죠.

정당보다 사람이 중요했고 정책보다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누구와 가까운지, 누구 사람인지, 어느 편에 서 있는지가 정치적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곤 했죠.

그러다 보니 선거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줄을 섰고 선거가 끝나면 편이 갈렸죠.

승자는 승자대로, 패자는 패자대로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마을 안에서도 갈등이 생겼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감정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횡성의 선거는 단순한 정치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계를 흔드는 일이 되곤 했습니다.

이번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고 후보들 간의 대립도 치열했습니다. 매번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전 전직 군수(?)’가 이번 선거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주민들의 입길에 올랐습니다.

패거리 정치가 또다시 지역사회를 크게 흔들었던 거죠.

그런데 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주민들은 패거리 정치인들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군수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군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도록 표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도의원도 여야가 한 석씩 나눠 가졌습니다.

어느 한쪽에도 모든 권력을 몰아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습니다.

정치권이 편을 나누는 동안 군민들은 균형을 선택한 것입니다.

최근 만난 한 주민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가 됐든 일만 잘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쪽이 다 가져가면 또 싸움이 납니다. 서로 견제하면서 일하는 게 더 낫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더욱 직설적이었죠.

"정치인들보다 주민들이 더 똑똑해요. 정치인들은 자기편만 보는데 주민들은 지역 전체를 보니까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은 정치권이 아니라 주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공천 문제가 선거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누가 공천을 받았고 누가 받지 못했는지가 정책보다 더 큰 이슈가 됐습니다.

지역 발전 비전보다 공천 과정이 더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지금 군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공천 결과가 아닙니다.

앞으로 누가 지역을 살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선거의 승패와 책임 공방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누가 잘못했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두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죠.

물론 평가와 반성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보복도 아니고 책임 공방도 아닙니다.

지역의 미래입니다.

한 자영업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거 끝나고 나면 정치인들은 또 다음 선거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죠. 정치가 정말 주민들 걱정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 말 속에 횡성이 안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정치는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역 정치인들은 너무 오랫동안 선거를 위한 정치를 해 온 것은 아닐까요.

이번 선거를 통해 주민들은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패거리 정치를 끝내라는 거죠.

싸우지 말고 일하라는 것입니다. 편 가르기보다 통합을 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정책으로 경쟁하라는 것입니다.

정당보다 지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큰 의미는 특정 후보의 당선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주민들이 정치권보다 먼저 성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치권의 몫입니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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