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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재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는 장신상 횡성군수 당선인. |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서 횡성군이 최종 선정되지 못한 가운데 장신상 횡성군수 당선인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재추진 의지를 공식화했다. 장 당선인은 자체 재원 마련 방안으로 '햇빛소득마을' 조성을 제시하며 농어촌 기본소득 재도전을 선언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히 공모 탈락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수준을 넘어 민선9기 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정책 선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 당선인이 제시한 햇빛소득마을 구상이 민선8기 김명기 군수가 추진해 온 행복소득 정책과 적지 않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정책 계승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 탈락 아쉽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장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모 탈락에도 불구하고 사업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촌 주민들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발전 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장 당선인은 횡성이 이번 공모에서 탈락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생활환경과 교통 접근성, 그리고 자체 재원 확보 기반 부족 등을 언급했다.
실제로 횡성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고 KTX 개통 등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된 지역이다. 농촌지역 가운데서는 비교적 발전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한다. 반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상대적으로 소멸 위험이 높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우선순위가 부여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횡성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에서는 공모 탈락이 단순히 행정력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사업 선정 기준 자체가 횡성에 불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안으로 내놓은 '햇빛소득마을'
장 당선인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자체 재원 마련 방안이었다.
그는 향후 농어촌 기본소득 재도전을 위해서는 외부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횡성 스스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햇빛소득마을이다.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시설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환원하는 사업이다. 마을 단위 또는 주민참여형 방식으로 발전시설을 조성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공동기금이나 주민소득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단순히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소득 창출과 공동체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 당선인은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농어촌 기본소득의 재원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행복소득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기자회견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햇빛소득마을과 행복소득 정책의 차이를 묻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명기 군수가 추진한 행복소득 정책 역시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의 추가 소득 창출과 지역 내 부의 순환을 목표로 했다.
사업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행복소득 정책은 주민 참여 활동과 공동체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소득 창출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햇빛소득마을은 신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책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두 정책 모두 지방소멸 대응과 주민소득 확대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
주민이 지역 안에서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이 다시 지역경제를 순환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사실상 행복소득 정책에 대한 간접적인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좋은 정책은 계승" 의미는
장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전임 군정과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좋은 정책은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횡성은 민선시대 이후 군수가 바뀔 때마다 주요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방향이 크게 바뀌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치열한 갈등을 겪은 만큼 군정 출범 이후에도 정책 전면 폐기보다는 성과 중심의 평가와 계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준비 과정에서 축적된 행정 경험과 행복소득 정책의 성과 역시 이런 관점에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결국 재원 마련
문제는 실제 재원 확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기간에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수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확보돼야 한다.
예를 들어 주민 1만 명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20억원이 필요하다. 지급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 성공 여부는 정책의 명분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신안군 햇빛연금이 주는 시사점
장 당선인이 제시한 햇빛소득마을과 가장 유사한 사례로는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 정책이 꼽힌다.
신안군은 주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연간 수백만 원 수준의 배당금을 받고 있으며 해상풍력 사업과 연계한 바람연금도 추진 중이다.
신안군 사례는 단순한 복지지출이 아니라 발전사업 수익을 주민소득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영광군 역시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다양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횡성이 구상하는 햇빛소득마을 역시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횡성형 재원 모델 구축 필요
다만 횡성은 신안군과 여건이 다르다.
신안군처럼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태양광 집적단지 규모 역시 제한적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수익만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전체 재원을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횡성형 재원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태양광 발전 수익과 함께 관광사업 수익, 공공시설 운영수익, 기업 유치에 따른 상생기금, 탄소중립 관련 사업, 지역자원 활용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횡성한우 브랜드와 관광산업, 산림자원, 웰니스 산업 등을 연계한 지역기금 조성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을 만들어야 농어촌 기본소득 역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경쟁에서 정책 계승의 시대로
이번 기자회견은 농어촌 기본소득 재도전 선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는 끝났지만 지방소멸과 인구감소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민소득 확대 역시 횡성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장신상 당선인이 제시한 햇빛소득마을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명기 군정이 추진했던 행복소득 정책의 경험과 성과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성숙한 지방자치 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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