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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준호 횡성희망신문 부대표 |
선관위의 부실 선거관리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이익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올바른 방향의 선관위 개혁을 저해할 뿐이다. 지금은 선관위의 올바른 개혁이 이루어지는지 주시할 때이다.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시·구 선관위의 안이한 인식과 보고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중앙선거관리위의 지휘도 작동하지 않은 총체적 부실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6곳인데, 그중 22곳이 서울 지역 투표소였다. 선관위는 ‘남은 투표용지가 부정 선거에 활용된다’는 의혹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인쇄 지침 하한선을 50%로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행정의 편의와 보신주의를 앞세운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이번 선거를 부정 선거로 규정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극우 세력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국민의힘도 재선거를 요구하며 선관위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응하려면 이번 사태가 부실이었는지, 아니면 부정이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부실 선거란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로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선거이다. 반면 부정 선거는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자 투·개표 과정에 개입한 선거이다. 이번 선거가 부정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거 시스템에서 이러한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는 불가능하다. 선관위가 부정을 저질러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조작할 동기가 있었느냐도 문제이다. 선관위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부실 선거이다. 여기서 부실이 중대해 선거 결과, 즉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면 당연히 선거 무표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 부족이 후보자의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는 것이 법적 쟁점일 것이다. 사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를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선관위가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한 유권자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시간을 연장해 투표 기회를 보장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투표소의 결과가 선거 당락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선거 결과의 이해 당사자인 후보들은 결과에 대해 승복했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가 부실 선거가 된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을 만들면 될 일이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의 국민 참정권 침해에 대한 준엄한 비판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그 외 선관위에 쏟아졌던 여러 비판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부실 선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은 판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다.
우선 올림픽공원을 점거한 극우 세력은 그들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 음모론을 더욱 키우고 있고 이는 일부 성공한 듯하다. 투표용지 부족과 아울러 전주시 완산구 선관위가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 값을 잘못 입력한 사실 등 여러 부실 정황을 거론하며 허술한 선관위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는 일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지방선거 전체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한다. 몇몇 유권자가 선관위 과실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을 두고 선거 자체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여 더불어민주당과 비등해졌다. 그리고 지도부 사퇴보다 당의 결속을 강조한 정점식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장동혁 대표의 입지는 강화되고 있다.
이렇듯 정치권은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많다’는 속담처럼 선관위 자체의 개혁보다 이를 쟁점화해 얻을 이익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되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선관위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선관위의 올바른 개혁이 이루어지는지 주시해야 할 때이다.
태준호 횡성희망신문부대표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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