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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선거는 끝났지만 패거리는 끝났습니까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07.05|(344호)

선거가 끝났습니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거리마다 나부끼던 현수막도 하나둘 사라지고, 선거사무실을 드나들던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습니다. 겉으로는 평온을 되찾은 듯 보입니다.

그런데 횡성은 정말 선거를 끝낸 것일까요.

선거 다음 날 읍내 커피숍에 앉아 주민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전히 선거가 한창입니다. "누가 누구 편이었더라", "이번에 줄 잘못 섰다더라", "이제 인사철 되면 다 드러날 거다"라는 말이 오갑니다. 선거는 끝났는데 사람들 마음속 편 가르기는 아직 진행 중인 듯합니다.

사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군수 선거가 아니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고, 군정도 바뀌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의 잡음은 무소속 연대라는 예상 밖의 정치 실험을 만들어 냈고, 결국 횡성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선거 전만 해도 "정당만 믿고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무소속 연대가 실제 얼마나 큰 정치적 성과를 거두었느냐와 별개로 지역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주민들은 더 이상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또 다른 현실도 있었습니다.

횡성은 아직도 패거리 정치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선거가 다가오자 지역 곳곳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움직였습니다. 누구는 어느 후보를 돕고, 누구는 어느 후보를 비판했습니다. 마치 정책 경쟁보다 세력 경쟁이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논란이 됐던 일부 단체들의 정치 개입 문제는 많은 주민들에게 씁쓸함을 남겼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특정 단체가 횡성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특정인의 의견이 곧 지역 여론인 것처럼 포장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횡성은 누구 한 사람의 것도 아니고, 어느 단체의 것도 아닙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치적 행동은 구분돼야 합니다.

정치가 공동체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어느새 공동체가 정치의 도구가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건강한 지역사회의 모습이 아닐 것입니다.

선거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정책이 실종된 순간들이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 발전을 이야기했습니다. 500만 관광시대도 나왔고, 농어촌 기본소득도 나왔으며, 행복소득과 햇빛소득마을도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 돌아보니 정작 주민들이 궁금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500만 관광객이 오면 횡성은 무엇이 달라지는가.

농어촌 기본소득은 어떤 재원으로 지속할 수 있는가.

행복소득과 햇빛소득은 무엇이 다른가.

청년들은 왜 떠나고 있으며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토론보다 누가 누구 편인가를 따지는 이야기가 더 크게 들렸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최근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을 둘러싼 논란도 비슷합니다.

선거 때는 서로 다른 정책처럼 싸웠지만 선거가 끝난 뒤 들여다보니 결국 모두 주민소득을 늘리고 지방소멸을 막자는 이야기였습니다.

김명기 군정의 행복소득이든, 장신상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햇빛소득마을이든, 농어촌 기본소득이든 결국은 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좋은 정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일 것입니다.

500만 관광시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관광객 숫자는 구호가 될 수 있지만 지역경제는 구호만으로 살아나지 않습니다.

관광객이 횡성에 와서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콘텐츠와 인프라가 없다면 숫자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관광객 500만 명보다 중요한 것은 횡성에서 하루 더 머무는 관광객 50만 명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갈라지고, 선거가 끝나면 서로 등을 돌리고, 당선되면 내 편부터 챙기고, 낙선하면 상대를 탓하는 정치문화가 반복된다면 누가 군수가 되더라도 횡성의 미래는 크게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장신상 군정이 출범합니다.

군민들은 승자의 군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횡성의 군정을 원합니다.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품고, 전임 군정의 성과 가운데 계승할 것은 계승하며, 지역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은 정당을 가리지 않습니다. 인구감소도 편을 가리지 않습니다. 침체된 지역경제 역시 진영논리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선거는 끝났습니다.

이제 정말 끝내야 할 것은 선거가 아니라 패거리 정치일지 모릅니다.

횡성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승자도 패자도 아닌 공동체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큰 숙제일 것입니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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