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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의 재미난 생리적 특성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 승인 2026.07.05|(344호)
곽기웅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kkw3047@korea.kr

나는 농촌지도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농업인을 만나왔다. 그분들 중에 농사를 매우 잘 짓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특징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몇몇 농작물이 자라면서 나타나는 생리적 특성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첫 번째 작물은 과채류 중 생산량이 가장 많은 수박이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먹는 수박의 원산지는 열대 아프리카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튀르키예와 중국을 거쳐 고려 말경에 도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프리카가 원산지이기 때문에 덥고 건조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생육하기 좋은 온도는 28~30℃이다. 수박은 씨앗으로 번식하는데, 파종 4~5일 후에 발아하여 싹이 자라기 시작하며, 이 싹의 줄기를 원줄기(主枝)라 부른다. 이 원줄기와 잎 사이에서 나오는 줄기를 아들줄기(子蔓)라고 한다.

또 이 아들줄기와 잎 사이에서 나와 자라는 줄기를 손자줄기(孫蔓)라고 칭한다. 수박 꽃은 단성화(單性花, 암술이나 수술 중 한가지만 존재하는 꽃)로 암꽃과 숫꽃이 핀다. 그런데 암꽃이 피는 주기가 잎 7장 전개 시마다 일정하게 핀다는 것이 흥미롭다. 떡잎 바로 위에 나온 잎을 1번 잎이라 하고 이후 차례로 2번, 3번, 4번잎이 자라면서 수박 줄기가 커 간다. 수박의 제1번 암꽃은 7번 잎이 나온 겨드랑이에서 출현하고, 제2번 암꽃은 14번 잎이 나온 후에, 제3번 암꽃은 21번잎이 나온 후에 핀다. 수꽃은 잎이 나온 마디마다 출현하여 꽃이 피는데, 암꽃 하나에 수꽃 6개가 피는 꼴이다.

그리고 수박의 크기는 수박이 착과된 아래 잎의 수와 면적에 의해 결정된다. 제1번 암꽃을 착과 시키면 대략 3~4㎏의 수박을 수확할 수 있지만 제2번 암꽃을 착과 시키면 5~6㎏, 제3번 암꽃을 착과 시키면 8㎏ 이상의 수박을 얻을 수 있다. 우장춘 박사께서 작물육종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만들었던 씨없는 수박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씨 없는 수박은 염색체가 2배체인 일반적인 수박을 심은 다음 본엽 전개 후에 생장점에 콜히친(백합과 식물인 콜히움의 종자 및 비늘줄기에서 추출한 알카로이드 추출물)이라는 호르몬 0.1%액을 떨어뜨리면 수박의 염색체는 배가되어 4배체 수박이 되고, 성숙하면 종자를 수확한다. 이듬해에 4배체 종자를 파종하고 키우다가 암꽃이 피면, 2배체 일반 수박의 수꽃의 꽃가루로 인공수정시켜 주면 3배체 수박이 되며, 수박이 익으면 수확하여 종자를 수확한다. 이 3배체 수박 종자를 심으면 씨 없는 수박이 된다.

두 번째 작물은 횡성군 우천면과 청일면에서 재배를 많이하는 오이다. 오이 품종의 계통이 매우 다양하며 보통 다다기오이, 가시오이 등으로 분류한다. 다다기형(節性型)은 열매자루 부위는 짙은 초록이지만 아래쪽으로 갈수록 하얘지는 일반적인 오이이며, 이름 그대로 원줄기 마디마다 암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다다기오이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늦은 가을부터 초여름까지 주로 생산된다. 작물의 마디는 잎과 잎사이를 뜻한다. 여름에 주로 재배되는 가시오이는 원줄기보다는 아들줄기에 암꽃 착생이 많고 이에 따라 정지법도 달라지는데 원줄기 6~7마디 위에서부터 아들줄기를 받아내어 암꽃이 많이 피도록 해야 한다. 여름철 암꽃 발생을 많이 하기 위해서 야냉육묘(夜冷育苗)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 오이의 암꽃은 낮 온도보다는 밤 온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이 육묘상의 밤 온도를 13~15℃로 조절하여 기르고, 또한 질소질 비료를 적게 주며, 에스렐이라는 생장조정제를 처리하기도 한다. 오이의 생육은 매우 빠른데 개화 후 3~4일까지는 하루에 1㎝정도 자라다가 이후에는 3㎝까지 자라며 10일이 되면 수확한다. 오이는 수정 없이 씨방만 자라는 단위결과성 식물이며, 수정이 되면 오히려 곤봉과 같은 기형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노각이라고 부르는 늙은 오이는 수정이 이루지고 씨가 발달한 오이이다. 오이를 먹다 보면 열매자루 부위가 유독 쓴맛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오이의 쓴맛은 엘라테린이라는 수용성 알카로이드 물질이며, 적온보다는 낮은 온도나 높은온도에서 재배되었을 때, 특히 건조한 상태에서 질소질 비료를 많이 흡수하면 쓴맛이 강해진다.

세 번째 작물은 횡성군 8대 명품 농산물 중의 하나인 토마토로 1975년 영동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재배가 확대되어 왔다. 토마토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의 페루, 에콰도르로 적도지방이지만 해발 2000m이상의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이다. 즉, 강한 햇빛이 비추면서도 온도는 30℃ 아래이고 비는 적게 오는 지역이다. 토마토의 꽃은 양성화(兩性花, 암술과 수술 모두를 지니고 있는 꽃)로 첫 번째 꽃은 9장의 잎이 생긴 후에 나온다. 첫 번째 꽃이 핀 지점에서 잎이 3장 더 나온 후에 두 번째 꽃은 핀다. 다시 두 번째 꽃 핀 위로 잎이 3장 나오고 세 번째 꽃이 피며, 이후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온실에서 1년 동안 토마토를 기른다면 50번째 꽃도 피울 수 있다. 토마토의 줄기에서 피기 시작하는 꽃은 화뢰(花蕾, 꽃봉오리)로, 단 1개의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꽃이 피기 때문에 화방(花房)이라고 부른다. 한 화방에 적게는 1개의 꽃부터 100여 개의 꽃이 피기도 한다. 토마토의 꽃 소질은 토마토 영양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육묘 때부터 비료나 물주기 등을 잘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영양상태가 너무 과하면 울퉁불퉁하며 300g 이상의 기형과 발생이 많아지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토마토는 자기의 꽃가루를 받아들여 수정을 하고 착과를 하는 작물이다. 노란 꽃의 맨 중앙에 암술대가 있으며 바깥쪽에 여러 개의 수술이 있고, 개화 당일에 수술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노란 꽃가루가 나와 암술머리(柱頭)에 올라 앉으면 이것을 수분(受粉)이라고 한다. 수분이 이루어지고 대략 50시간이 지나면 수정이 된다. 수분이 되면 화분이 자라는데 이것을 화분관 신장이라고 하며, 화분관 안에는 정핵을 가지고 있고, 1,200마이크로미터이상 자라야 정상적인 수정이 이루어진다. 암술머리인 주두로 부터 토마토 씨앗이 자라는 씨방까지의 거리가 1,000마이크로미터 정도 된다.

이때의 알맞은 온도는 23~25℃이며, 이보다 낮은 저온에서는 화분관이 신장하다가 온도가 낮아지면 정지하고 있다가 적온이 되면 자라지만, 적온보다 높은 30℃이상의 고온이 되면 더 이상 신장하지 못한다. 화분관은 정핵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고온이 되면 호흡량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에너지 소모가 커 고사된다. 횡성군에서 8월 20일 이후 토마토 생산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원인인 된다. 토마토 화방에서 개화한 꽃들 중에서도 제일 먼저 개화한 1번 꽃의 세력이 매우 강해 2, 3, 4번째 핀 꽃보다 30% 이상 큰 과실이 될 소지가 매우 크다. 토마토의 균형 생장을 유도한다면 1번 과를 크기 전에 따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토마토는 자기 몸을 키우는 영양생장과 과실을 키우는 생식생장을 동시에 하는 작물이기 때문에 생육조절이 매우 중요한 작물이다. 영양생장이 강하면 착과불량과 기형과 발생이 많아지고, 생식생장이 강하면 과실이 작아진다.

특히 여름 고온으로 인해 착과불량과 지온 상승으로 인해 뿌리가 많이 고사하면 더욱 생산량이 감소하게 된다. 마지막 작물은 5월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장미다. 식물 생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정부우세성(頂部優勢性)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 현상은 식물 줄기의 맨 위에 있는 눈(정아, 頂芽)이 옆에 있는 눈(측아, 側芽)보다 우세한 성질을 말한다. 식물들이 자기 체내에서 만드는 옥신 등 식물호르몬을 자라 나가는 방향의 눈에 집적시켜 충실히 자라도록 하기 때문에 이런 정부우세성이 만들어진다. 봄에 과수 나무를 사서 심을 때 대개 1m에서 잘라 심었을 때, 가장 위의 눈에서 나온 가지가 제일 세력이 크게 자라는 현상도 같은 원리이다. 봄에 감자를 심기 위해 씨감자를 30~50g 내외로 절단하여 심으라고 하면서 자르는 부위를 정아를 중심으로 2쪽이나 4쪽으로 자르라고 한다. 감자의 정아는 감자줄기에 붙어 있던 위치가 기부이고 반대쪽이다. 만약 정아와 측아를 구분하지 않고 씨감자를 쪼개어 심게 되면 본밭에서 생육 차이가 크게 나기 마련이다. 정부우세성을 이용한 작물 재배법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은 농업인들이 있다.

일본 중부지방인 아이치현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인 아이치현 아칭재배연구회가 그 주인공이다. 장미 아칭 재배법은 1990년대 말 기술 개발을 시작하여 2003년 일본 특허청에 특허 등록하였고, 이 재배법을 사용하는 농업인들에게 입회비 10만 엔, 연회비 5만 엔씩 받고 사용하도록 하였다. 아칭재배는 가지의 일부를 광합성 전용으로만 이용하도록 개발한 장미 재배법이다. 장미 묘목을 땅이나 수경재배 베드에 심은 후 처음 자란 가지 3~5줄기가 50㎝가 되면 기부(基部, 나무의 맨 밑) 10㎝ 부근에서 비틀어 꺾어지게 하여 심겨진 부위보다 낮아지도록 유인한다. 그러면 자라던 가지에 있는 잎에서 만들어진 광합성 산물과 식물호르몬인 옥신이 기부로 몰려 새로 나오는 가지가 매우 왕성하게 자라게 된다. 새로운 가지의 줄기도 굵고 탄탄하며, 장미 꽃의 품질은 매우 우수해진다. 작물들의 원산지 환경과 생리적 특성을 알고 재배한다면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실패 없이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챗GPT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에게도 질문하면서 농사를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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