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소득마을이 횡성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주민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그 수익을 주민과 마을이 함께 나누는 방식은 기존 개발사업과는 분명 다른 접근이다.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고, 지방소멸 시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 취지에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주민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 횡성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기대보다 우려가 먼저 앞선다.
일부 민간업체는 "무조건 선정된다", "수익이 보장된다", "오늘만 도장을 찍으면 된다"는 식의 설명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행정을 믿지 말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정책의 본질은 사라지고 조급함과 불안감만 키우는 홍보가 현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주민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도 무너뜨린다. 햇빛소득마을은 어느 업체가 계약을 먼저 따내느냐의 사업이 아니다. 주민 스스로 협동조합을 만들고 수십 년 동안 함께 운영해야 하는 공동체 사업이다. 시작부터 불신과 갈등이 생긴다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행정도 냉정하게 현실을 설명해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은 주민 동의만 받는다고 추진되는 사업이 아니다. 부지 적합성, 인허가, 전력계통, 주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강원지역의 전력계통 포화는 행정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주민에게는 장밋빛 전망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업이 가진 위험과 부담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이 실패했을 때 행정에 대한 불신도 줄일 수 있다. 정책은 기대를 키우는 것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다.
주민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누군가 "된다"고 말한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하게 계약하거나 동의서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사업은 한 번의 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년 이상 함께 운영해야 하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충분히 묻고, 충분히 검토하고, 마을 전체가 공감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햇빛소득마을은 단순한 태양광 사업이 아니다. 에너지 생산의 이익을 지역 안에서 다시 나누겠다는 새로운 농촌 모델이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기술보다 사람이 중요하고, 시설보다 공동체가 중요하다.
횡성이 햇빛소득마을의 성공 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속도를 경쟁해서는 안 된다. 몇 개 마을이 먼저 선정됐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스스로 선택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행정은 허위·과장 홍보를 단호히 차단하고, 정부는 계통 문제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주민 역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태양광 패널은 몇 달이면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무너진 주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햇빛소득마을이 횡성의 미래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것은 발전시설이 아니라 신뢰라는 기반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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