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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옥 지역전환팀 연구원 |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전국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한 해 추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 지난 5월 31일까지 광역지방정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각 지자체가 법정계획을 세운 뒤 처음 받아든 성적표였다. 정부가 2027년까지 2035년을 목표로 한 2차 탄소중립계획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점검 결과가 궁금했다. 첫 번째 계획을 돌아보고 다음 계획을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행평가 보고서를 받아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전국 226개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분석 시점까지 보고서를 받은 곳은 65곳뿐이었다. 대부분은 국가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보고와 심의가 끝난 뒤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이미 점검까지 끝난 자료를 시민은 아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했다.
65개 지자체의 보고서를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고서를 읽을수록 다른 질문이 생겼다. 사업은 정말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는 걸까. 65개 지자체의 3,964개 세부과제를 집계해 보니, 사업 이행률은 평균 74.2%, 중앙값은 78.3%였다. 숫자만 보면 대부분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감축목표 달성률의 중앙값은 40.2%에 그쳤다. 그것도 연평균 2.2% 감축이라는 비교적 낮은 목표를 기준으로 한 결과였다.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됐다고 하는데, 온실가스는 계획만큼 줄지 않았다.
두 숫자 사이의 간극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사업은 정상인데 감축은 왜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어딘가에는 적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찾기 어려웠던 건 숫자가 아니라 설명이었다.
평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의 기준인데, 그 기준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판단은 있는데, 이유가 없다.
현재의 판정 기준은 법령이 아니라 한국환경관리공단의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정상추진을, 올해 목표는 채우지 못했지만 2030년까지는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정의한다. 문제는 그 판단 기준을 지자체의 재량에 맡겨 놓았다는 점이다.
예산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65개 지자체는 감축사업에 6조 5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는데, 부문별로 예산 대비 감축효과는 크게 엇갈렸다.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간 수송 부문이 반드시 가장 큰 감축성과를 낸 것은 아니었다.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595만 원이 들어, 여섯 개 부문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이었다. 두 번째로 예산이 큰 건물 부문도 톤당 189만 원으로 평균을 웃돌았다. 예산이 가장 많이 들어간 부문이 오히려 감축효과는 가장 낮았던 셈이다.
결국 이번에 확인한 문제는 세 가지로 모인다. 정상추진과 지연·미달성을 가르는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것, 그 판단의 근거가 대부분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 예산이 어디에 쓰였고 그것이 감축효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길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 분석한 대상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161곳의 보고서가 남아 있고, 그 안에는 또 다른 결과와 이유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분석도 누가 더 잘했는지를 가리기 위한 작업이라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 가까웠다. 계획은 숫자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평가는 결국 설명을 통해 신뢰를 얻는다. 2027년이면 새로운 탄소중립계획이 만들어진다. 첫 번째 성적표가 의미 있으려면 결과만 남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이행평가 보고서를 시민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정상추진이나 지연 같은 판단에는 반드시 근거를 남기도록 하며, 예산이 감축효과로 이어졌는지를 평가하는 절차를 갖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번 이행점검이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박은옥 지역전환팀 연구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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