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벌어지면 후보들의 말은 참 시원시원해집니다. 평소에는 예산이 어떻고, 재원이 어떻고, 사업의 타당성이 어떻고 한참을 따져야 할 일도 선거철만 되면 간단해지죠.
“20만 원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상대 후보가 “30만 원 드리겠습니다” 합니다. 영화 <타짜>의 “묻고 더블로 가!”가 떠오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생지원금 공약을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한 후보가 민생지원금 20만 원을 내걸면 다른 후보도 20만 원을 약속했고, 또 다른 후보는 30만 원을 내걸었기 때문이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명기 후보가 100만 원 지원을 공약하자 장신상 후보는 200만 원의 버팀지원금을 들고 나왔습니다. 누가 더 많이 주느냐를 놓고 경쟁이라도 하듯 숫자가 올라갔죠.
선거판에서는 표를 얻기 위한 공약 경쟁이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공약은 말로 할 수 있지만 행정은 돈으로 움직입니다. 예산이 있어야 하고, 조례가 필요하면 조례도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입니다.
장신상 군수는 선거 당시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죠. 주민들도 그 말을 믿었던 것 같습니다. 3파전 상황에서도 과반의 지지로 군수에 당선됐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기대할 만했습니다.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데 설마 못하겠어?”
특히 돈과 관련된 공약은 더 그랬을 겁니다. 20만 원을 준다고 했으니 20만 원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고,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200만 원을 준다고 했으니 20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당선되고 보니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정책을 추진하려면 결국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민생지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군은 재원을 마련해 9월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하고 10월 중 전 군민에게 2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약 4만6천 명, 예산은 약 93억 원입니다. 말로 할 때는 “20만 원”이지만 예산서에 올려놓으면 “93억 원”입니다. 선거판에서는 보이지 않던 숫자가 이제 현실의 숫자가 된 것이죠.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버팀지원금입니다. 당초 약속은 2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올해 지급이 쉽지 않아 내년부터 4년에 걸쳐 매년 5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산도 문제지만 지급 근거가 되는 조례도 마련해야 하고요.
주민들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만 원 준다더니 왜 50만 원씩 준다는 거지?” “당선되면 바로 준다더니 왜 내년이고, 또 4년이야?”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는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닙니다. 지금 필요한 돈과 1년 뒤 받을 돈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더구나 횡성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닙니다. 김명기 전 군수도 4년 전 선거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30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300만 원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민생지원금 20만 원과 소상공인·자영업자 100만 원 지원으로 정리됐습니다.
선거 막판의 300만 원은 매력적인 숫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당선되고 나면 그 숫자를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장 군수는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말로 주민들의 기대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기대에 답해야 합니다. 예산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조례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공모사업에서 탈락할 수도 있습니다. 공약을 추진하다 예상하지 못한 벽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입니다. 선거 때 한 약속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면 왜 조정하는지,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죠.
선거 때는 누구나 많이 주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만 원이 30만 원이 되고, 100만 원이 200만 원이 되고, 300만 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청에 들어와 예산서를 펼쳐놓는 순간부터는 ‘묻고 더블로 가!’가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계산기를 두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계산서에는 주민들의 세금과 행정의 책임이 함께 올라갑니다. 이번 민생지원금과 소상공인 버팀지원금이 장신상 군정의 첫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주민들은 단순히 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선거 때 자신들에게 했던 약속이 당선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책임 있게 움직이는지를 보고 있죠.
이제 “묻고 더블로 가!”판은 끝났습니다. 더블로 갈 돈이 있는지,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지, 약속한 돈을 언제 줄지 계산해야 할 시간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군민들이 계산서를 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20만 원도, 200만 원도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거 때 한 말을 당선 뒤에도 지킬 수 있느냐죠.
결국 주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지원금 봉투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고 뽑은 사람의 약속 이행이라는 계산서일 것입니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저작권자 © 횡성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외협력관, 6년 전 논란을 다시 꺼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