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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의 아이들] (27) 영화감독 둔내고 장창용 군
이창조 기자 | 승인 2015.02.10|(0호)
 

          팔도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한 10개월의 공동작업
 

2월 6일과 8일, 대구와 부산에서 영화 한편의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제목은 <회귀록>, 제작은 <전국 고삼 수능 끝 영화 프로젝트 - 팔뚝>,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올해 둔내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장창용 군이다.

지난해 4월 대구에 사는 한 학생의 제안으로 전국 팔도의 고3 수험생 15명이 모여 조직한 <팔뚝>은 수험생활 틈틈이 진행해온 준비과정을 거쳐 마침내 지난 1월 촬영을 마치고 작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강원도 대표로 섭외되어 <팔뚝>에 참여하게 된 장창용 군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가 채택되면서 감독으로 ‘입봉’하는 경사를 맞았다. 장창용 군은 어떤 친구일까.

 

▲ 밴드 <들국화>를 좋아하는 장창 용 군은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친구들과 음반작업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에 집중하며 즐기는 이유

숭실대 영화학과로 진학하게 된 장창용 군은, 철학과와 사회학과에도 지원했지만 ‘떨어졌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영화의 ‘기술’을 배우기보다 사람 사는 세상의 관계를 더 깊이 통찰할 수 있는 학문을 공부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란 ‘관계’를 다루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아! 이 친구의 생각하는 깊이가 남다르다.

영화에 대한 관심은 오래된 것이 아니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단편소설을 써왔을 정도로 창작을 좋아했다고 한다. 음악, 미술을 포함해 여러 창작영역을 한데 묶어보니 영화가 보였고,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5월경부터 영화에 본격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창용 군은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 8개월가량 다니며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성, 영화제작에 대해 배우고, 이듬해 1월에는 13분짜리 단편영화도 제작했다. 집(둔내면 둔방내리)부터 원주영상미디어센터까지 왕복 2시간 반이 넘는 거리인데도, 장 군은 꾸준히 센터를 찾아갔고, 방학 때는 하루종일 그곳에서 살 정도로 치열하게 집중했다.
그만큼 즐거웠기 때문이다.

중학생 시절까지 학교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썼던 장창용 군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 친구들과는 좀 다른 인생관을 갖게 된다. 그 직접적 이유는 갑작스럽게 발병한 ‘공황장애’ 때문이다. 원인도 찾지 못한 발작이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매일 발생하기도 했다. 호흡곤란과 공포가 찾아오는 공황장애 때문에, 급식소와 같이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감독이 꿈이냐’는 질문에, 장창용 군은 “꿈이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황장애가 생긴 이후로 장 군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컸다”고 한다. 때문에 “앞으로 뭔가 하자는 것보다는 지금, 순간순간, 하고 싶은 것들부터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식으로 미래를 단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창작’의 영역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 장 군의 희망이다. 
장창용 군의 공황장애는 영화작업 중에도 찾아왔다. 가장 중요한 촬영기간에 발작이 찾아와 후반부 작업은 동료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완성해주었다고 한다.
 “촬영기간 내에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이 찾아왔는데도, 누구하나 투정 안 부리고
기운을 북돋아준 팀원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회귀록>이 탄생하기까지

 

▲ 1월 중순 경북 영천에 서 진행된 촬영현장에서 배우들과 대화하고 있는 장창용 감독

 

 

 

제작팀의 <팔뚝>이라는 팀명은 ‘팔도’에서 모였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대구의 표태욱 학생이 직접 각 도의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참여를 제안했다고 한다. 5월, 7월, 11월 세 차례 모여 회의를 했고, 시나리오가 선정되고 수능이 끝난 이후에 12월 4일부터 경북 영천에서 합숙을 하며 세트와 배우를 구하고, 1월 10일부터 닷새간 집중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회귀록>은 30분짜리 단편영화다. ‘환생’과 ‘오해’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3명의 주인공을 비롯한 전문배우들은 모두 공모를 통해 캐스팅했고, 15명의 <팔뚝> 팀원이 모두 현장스태프 역할을 맡았다. 애초에 팔도에서 모인 참여자들은 모두 ‘연출’을 꿈꾸는 친구들이었지만, 조명과 촬영, 녹음 등의 궂은일을 충실히 소화했다고 한다. 제작비는 팀원들이 갹출해서 7~800만원을 마련하고, 또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마련해준 후원금으로 나머지를 충당했다고.
장창용 군이 영화에 대해 처음 가졌던 생각은 “영화는 예술이어야 하고, 상징적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자신이 처음 찍어본 13분짜리 단편영화는 학교의 두발, 교복문제 등을 각종 상징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펄프픽션>(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한 생각이 아예 깨졌다”고 했다. 오락영화인데도 오히려 더 멋있고 아름답다는 걸 느꼈고, “영화는 시각적 재미와 오락성이 겸비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회귀록>에는 굳이 “메시지를 넣지 않았다”고 했다. 2월 9일 서울에서 시사회를 가진 이후에는 다른 지역에서의 시사회와 영화제 출품도 계획하고 있다. 

 

▲ 2014년 여름 <팔뚝> 팀원들과 서울에서 미팅을 갖고 나서. 맨 왼쪽이 장창용 군.

 

 



“말로만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라!”

장창용 군은 “다 큰 아들이 아파서 걱정하시는 부모님과 영화 팀원들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내 상황이 잃을 게 없는 상황이에요. 미래에 크게 부담 느끼지도 않아요. 내가 아픈 걸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히피 아니냐’, ‘생각없이 산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나는 후배들한테 해보고 싶은 거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요리부터 하고, 글을 쓰고 싶으면 당장 글부터 쓰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발, 말만 하지 말고요.”
최근에는 알지도 못하는 여고생으로부터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하냐는 문의전화까지 받은 장창용 군. 그의 답변은 “일단 (영화를) 만들어봐라”는 것.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부족하면 그때 가서 도움을 청하면 된다. 장 군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 핑계다. 뭔가 해볼 생각은 안 하고 걱정부터 하는 거 같다”고 했다.

<팔뚝>으로 뭉친 젊은 친구들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 같다. <팔뚝>을 제안하고 조직한 표태욱 군도 <페이스북, ‘전국 고삼 수능 끝 영화 프로젝트’에서>수험생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제가 후배들한테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형! 영화만들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무서워서 엄두가 안 나요!’ 저는 그럼 긴 말 안하고 딱 한마디 합니다!  ‘그냥 해! 지금 안 하면 죽고 나서 만들래.’

 

이창조 기자  redfrog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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