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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웅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kkw3047@korea.kr |
2010년대 영동고속도로를 지나가다가 차창 밖으로 여주시 들판을 바라보며 품었던 나의 소망은, 횡성쌀 어사진미가 서울시에서 대왕님표 여주쌀이나 임금님표 이천쌀과 같은 대접을 받는 고품질 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가끔 신문 지상에 올라오는 쌀에 대한 기사를 읽다 보면, 언젠가는 어사진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기사가 나오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4년, 드디어 횡성쌀이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한 쌀 품질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나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8월 18일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리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건강한 쌀 중심의 식습관 확산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제정한 ‘쌀의 날’이다. ‘쌀의 날’은 한자 쌀 미(米) 자를 팔(八), 십(十), 팔(八)로 풀이한 것으로, 쌀 한 톨을 생산하기까지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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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쌀의 날 기념행사는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였고, 이 자리에서 횡성쌀 어사진미가 2026년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우수상과 식미 부문 전국 3위에 올랐다.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평가는 전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107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수 쌀 브랜드 평가였다. 1차 평가는 농협식품R&D연구소가 맡아 품종 평가와 수분 함량, 단백질 함량, 이물 혼입 여부 등 품위 평가를 진행했으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 쌀 브랜드 10종을 1차로 선발했다. 이후 1차로 선발된 10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국식품연구원이 2차 평가를 실시했는데, 밥맛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관능평가자 30명이 참여한 블라인드 평가를 통해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졌다.
이번 평가는 품종부터 밥맛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횡성쌀 어사진미는 2014년 농협중앙회 쌀 품질 평가 대상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19년, 2023년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우수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꾸준히 품질을 인정받았다. 2025년에는 팔도 농협쌀 대표브랜드 평가에서 대상을 다시 한번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최우수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횡성쌀 어사진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성공 요인이 있었다.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3천여 벼 재배 농업인의 땀과 정성이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른 봄 퇴비와 규산을 논에 살포하여 농토를 배양하고 기름진 옥토를 만들었다. 4월 꽃샘추위 속에서 씨를 뿌리고 모를 길렀으며, 5월부터는 논을 돌보며 잡초를 뽑고 병해충을 살피는 고된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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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논에 나가 물꼬를 손보고, 무더위와 비바람 속에서도 벼의 상태를 살피며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 수확하고, 수매할 때까지 모든 열과 성을 다해 벼를 길렀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단백질 함량이 낮은 삼광벼를 재배한다는 점이다. 단백질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쌀의 주성분은 75% 내외의 전분이며,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일반적으로 밥맛이 떨어진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단백질이 전분보다 먼저 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분이 충분히 물을 머금지 못해 밥이 딱딱하고 질겨지며, 찰기와 윤기가 줄어든다. 또한 전분은 소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이러한 분해 효율이 떨어져 단맛도 감소할 수 있다. 여기에 단백질 특유의 비린맛과 쓴맛이 더해지면 전체적인 식미를 해칠 수 있다.
오래된 쌀에서 나는 군내와 황변이나 흑변 현상도 단백질과 관련이 깊다. 단백질 함량이 9% 이상이면 밥쌀용으로는 부적합하고, 주로 가공용으로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에서 술을 제조할 때 쌀을 20회 이상 도정하는 것도 쌀겨층에 섞여 있는 산화되기 쉬운 지질과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하여 술이 극도로 맑은 맛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술 공장에서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쌀을 여러 번 씻는 이유도 이와 같다. 지질과 단백질성 불순물을 줄여 잡맛과 탁함을 없애려는 것이다.
결국 쌀 품질에서 단백질은 핵심적인 변수이며, 이 단백질은 질소비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쌀 품질을 높이려면 질소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주지 않고 적절하게 조절하여 단백질 함량을 낮추고, 전분의 장점을 살리는 재배가 중요하다. 세 번째 요인은 벼꽃이 수정된 이후의 기상환경이 매우 좋다는 점이다. 특히 벼알이 여무는 등숙기에는 낮 기온 27~28도, 밤 기온 20도 안팎, 일교차 5~8도 정도가 알맞다. 벼꽃이 피는 8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의 기상 조건은 한 해의 밥맛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 시기에 햇빛과 온도, 일교차가 조화를 이루어야 전분이 고르게 축적되고 찰기와 단맛이 살아난다.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 북위 37도 인근의 “라이스벨트”다. 세계적으로 단립종 쌀의 우수 산지로 꼽히는 이천시, 여주시와 횡성군, 그리고 일본의 고급 쌀 생산지로 유명한 니가타현 등이 모두 북위 37도 인근에 위치한다. 이 지역들은 등숙기에 적합한 기온과 넓은 평야, 안정적인 물 환경을 바탕으로 고품질 쌀을 생산해 왔다.
어사진미가 신뢰받는 이유도 이처럼 좋은 자연환경 위에서 재배된다는 데 있다. 네 번째 요인은 횡성어사품조합공동사업법인의 벼 건조와 도정 기술이다. 수확 직후의 벼는 수분 함량과 온도 관리가 조금만 어긋나도 품질과 식감에 큰 영향을 받는다. 횡성농협 RPC는 수분을 균일하게 조절하고 급격한 건조를 피하는 방식으로 벼알의 손상과 성분 변화를 최소화한다. 건조 과정이 안정적이어야 이후 저장과 도정 과정에서도 품질이 흔들리지 않는다. 도정 기술 역시 중요하다. 과도한 도정은 쌀의 손실은 물론 맛의 균형을 해칠 수 있고, 도정이 부족하면 식감이 거칠어질 수 있다.
어사진미는 품종과 용도, 수확 시점의 상태에 맞춰 도정 정도를 세심하게 조절하여 밥맛과 식감을 살린다. 단순히 껍질을 벗기는 수준이 아니라, 단백질 함량과 전분의 특성까지 고려한 정밀한 가공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건조와 도정의 정교함이 어사진미를 단순한 지역 특산물을 넘어 소비자가 신뢰하는 쌀로 만드는 핵심이다. 오늘날 이렇게 횡성쌀 어사진미가 고품질 쌀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많은 농업인의 요구와 행정기관, 농협의 검토와 노력이 함께 작용했다. 먼저 쌀 전업농을 비롯한 농업인들은 연작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다른 품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횡성군의회는 2011년 농정과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어사진미에 대한 소비자 불만과 반품 사례가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관, 도정, 품종의 다변화에 대한 총체적인 품질관리와 개선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주문했다. 같은 행정사무감사에서 농업기술센터에는 신품종으로 개발된 운광벼와 삼광벼가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많을 뿐 아니라 쌀 품질도 우수하므로, 조속한 시일 내에 수매 품종을 변경하여 농업인 소득이 높아지도록 노력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농업기술센터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벼 품종 비교 전시포를 운영하며 삼광벼, 운광벼, 추청벼 등을 재배하여 품종별 특성을 파악하고, 횡성 지역에 적합한지 실험해 왔다. 이러한 준비와 검토를 바탕으로 2012년 1월 4일 횡성군청 농정과가 ‘횡성군 고품질 쌀 브랜드 육성 협의회’를 개최하여 수매 품종을 조생종은 오대벼에서 운광벼로, 만생종 벼는 대안벼에서 삼광벼로 갱신하기로 하고, 고품질 쌀 생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민관의 문제 인식과 실험, 협력이 이어지면서 어사진미의 품종 개선과 품질 관리가 본격화되었다.
횡성쌀 어사진미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쌀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어사진미는 맛있는 쌀’이라는 인식을 넓히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가 쌓이면 횡성쌀 소비가 확대되고, 이는 안정적인 판로 유지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품종과 재배, 수확 후 관리와 보관까지 포함한 품질 관리가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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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질소질 비료 시비량을 9kg에서 7kg/10a 수준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소비료가 과다하면 단백질 함량이 높아져 밥맛이 떨어지고, 도복이나 병해 발생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비료를 적정하게 관리하면 단백질 함량이 낮아져 식미가 좋아지고, 벼의 균형 있는 생육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간물떼기를 통해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고, 무효분얼을 억제하여 청미 발생도 낮출 수 있다.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품질도 높이는 방법이다. 또한 앵미, 즉 잡초성 벼가 없는 벼 생산도 중요하다.
앵미가 섞이면 수확물의 순도와 품질이 흔들리기 쉽다. 깨씨무늬병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병해가 적어야 외관이 깨끗하고 저장 중 품질 저하도 줄일 수 있다. 벼는 수확이 끝난 뒤에도 살아 있는 종자이므로 보관 과정에서 호흡을 이어간다. 특히 5월에서 9월까지는 기온이 높아지고 저장환경이 불안정해지기 쉬워 호흡량이 크게 증가한다.
이 시기에는 벼가 스스로 양분을 소모하면서 품질이 점차 떨어지고, 외관이나 식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수확만 잘한다고 해서 품질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수확 후 보관 역시 전체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단계가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횡성농협 RPC의 시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횡성쌀은 일반적인 쌀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등극하였다. 횡성군 농업인들은 최고의 쌀을 생산한다는 커다란 자부심을 갖으면 좋겠다.
곽기웅 횡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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