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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아문] 사람을 부르는 관광에서, 사람을 보는 인사로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08.30|(348호)

요즘 횡성에서 은근히 입길에 오르는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횡성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자리입니다.

8월 24일로 공모 접수가 끝났습니다. 이제 누가 지원했는지는 공개된 자료를 통해 확인해야겠지만,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이런저런 이름과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누가 지원했다더라” “그 사람이 거기를 왜?” “이번에는 누구 측근이 들어간다더라”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다들 목소리는 낮습니다. 괜히 한마디 했다가 어느 편 사람으로 찍힐까 봐서죠.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비슷한 말로 돌아옵니다. “그래도 500만 관광시대라는데 전문가가 가야 하는 것 아니냐.”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묘합니다. 500만 관광객을 부르겠다면서 정작 문화관광재단 대표 자리를 놓고는 관광보다 정치가 먼저 입에 오르내리니 말입니다.

관광객은 누가 군수 선거를 도왔는지 모릅니다. 어느 당을 지지했는지도 관심 없습니다. 횡성에 와서 볼거리가 있는지, 먹을 것이 있는지, 하루 묵을 만한 곳이 있는지를 보겠죠.

그런데 우리는 관광객보다 먼저 사람을 따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 편이야?” “이번 선거 때 어디 있었어?” “군수하고 얼마나 가까워?”

이쯤 되면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공모가 관광전문가를 찾는 공모인지, 선거 뒤풀이 자리를 찾는 공모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물론 지금 지역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지원자와 심사 결과가 공개되면 그때 판단하면 됩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는 것 자체는 한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어떤 자리입니까. 현재 대표이사는 한국관광공사 부사장과 서울관광재단 대표를 지낸 관광 분야 전문가입니다. 그만큼 대표이사의 자리와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는 것이 지역의 평가입니다. 그런데 후임자 이야기가 나오면서 정작 관광보다 정치가 먼저 거론됩니다.

참 이상하죠. 장신상 군정은 500만 관광시대를 말합니다. 관광을 횡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관광재단 역시 그에 걸맞은 조직이어야 하고 대표이사도 그에 걸맞은 사람이 맡아야 합니다. 누구와 친한 사람이 아니라 관광을 아는 사람. 선거 때 열심히 뛴 사람이 아니라 관광을 실제로 만들어본 사람. 명함에 그럴듯한 직함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횡성 관광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겠죠.

그런데 선거가 끝나면 이상하게도 ‘공신’들이 움직입니다. 선거 때 고생했으니 한자리쯤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 참 오래된 정치 공식입니다. 선거에서 표를 얻었으니 자리를 나누고, 자리를 나눴으니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관광은 표로 만드는 산업이 아닙니다. 관광객에게 “이번에 우리 군수 선거를 도와주셨으니 횡성 관광 한번 부탁드립니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관광객은 냉정합니다. 재미없으면 안 옵니다. 불편하면 다시 안 옵니다. 먹을 것이 별로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갑니다. 볼 것이 없으면 사진 한 장 찍고 돌아갑니다. 그러니 관광재단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선거판에서의 정치력이 아니라 관광판에서의 실력입니다.

운전기사를 뽑으면서 운전은 못해도 차주와 친하니 괜찮다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500만 관광시대를 말하는 때입니다. 횡성의 역사와 문화, 자연을 어떻게 관광상품으로 만들 것인지, 관광객을 어떻게 불러올 것인지, 온 사람을 어떻게 하루 더 머물게 할 것인지, 그들이 쓴 돈을 어떻게 지역 상권과 농민·축산농가에게 돌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일을 잘할 사람이라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정치인이든 공무원이든 기업인이든 민간 전문가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사람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해봤느냐이고, 누구와 가깝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죠.

반대로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그 일을 맡을 능력이 없다면 가까운 만큼 더 냉정하게 제외하는 것이 군수에게 필요한 인사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사는 사람에게 주는 보상이 아니라 조직에 맡기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선거운동의 공로를 인정하는 훈장도 아니고, 고생한 사람에게 주는 기념품도 아닙니다. 횡성 관광의 미래를 맡기는 자리입니다. 이번 공모가 끝난 만큼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지원했느냐보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입니다.

지원한 사람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내가 정말 이 자리에 필요한 사람인가’ ‘500만 관광시대를 책임질 전문성이 있는가’ ‘군수와의 친분을 빼고도 내가 이 자리에 뽑힐 수 있는가’

마지막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면 도전할 만합니다. 누구에게나 지원할 기회는 열려 있으니까요.

장신상 군수에게도 이번 대표이사 선임은 꽤 중요한 시험입니다.

측근에게 자리를 하나 챙겨주는 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0만 관광시대를 성공시키겠다면 오히려 자기 사람에게 가장 엄격해야 합니다.

“미안하지만 당신은 안 되겠습니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좋은 인사 아닐까요.

이번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선임에서 군수가 보여줘야 할 것은 사람을 챙기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가려내는 능력입니다. 500만 관광객을 부르겠다는 군정이라면 그 관광을 책임질 사람부터 제대로 골라야 합니다.

관광객 500만 명은 사람을 많이 불러야 오지만, 좋은 관광은 좋은 사람이 만듭니다.

이번에는 부디 ‘누구의 사람’이 아니라 ‘횡성 관광에 필요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500만 관광시대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되겠죠.

사람을 부르는 관광보다 먼저, 사람을 제대로 고르는 인사가 필요한 때입니다.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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