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글]일 년 농사를 계획하며
필자/ 김은숙
* 김은숙( 44 세) 횡성이 고향이며,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8년차. 토종씨앗을 지켜온 시어머니께 농사를 배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여성농민이다.
-나는 8년차 농사꾼이다. 우리 집 농산물을 드시는 분들이 “이 집 농사 참 잘 지었구나!”하는 말을 듣는 게 내 소원이다. 올 한해도 열심히 농사를 짓겠다.-
요즘 내 생활은 한가롭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9시 30분부터 내 시간이다. 빨래 청소를 다하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다시 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11시쯤 되면 작물들이 해를 보도록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둔다. 하우스 안에는 지금 시금치와 상추, 냉이, 토종 돼지파, 보리싹이 자라고 있다. 12시쯤에는 점심 준비를 한다.
낮에는 운동 삼아 밭에 간다. 비닐하우스 이백 평은 내 땅이지만, 나머지 6천 평은 도지를 주고 빌린 밭이다. 6천 평 밭을 보며 무엇을 심을까 생각을 한다. 개울가 1200평 밭에는 토종옥수수를 심자. 그리고 그 우엣 밭에는 더덕 600평, 도라지 600평, 아래 밭에는 뚱딴지 300평을 심을까 생각을 한다. 옛날 집터 자리에 있는 1600평 밭에는 고추, 고구마, 서리태를 심어야지 한다. 하루에 이 모든 밭을 다 둘러보진 못한다.
우리 집 비닐하우스 밑에 2000평은 감자를 심기로 계약재배를 했다. 감자는 보통 농협으로 내거나 일반판매를 한다. 하지만 농협은 수수료가 있어서 돈이 안 되고 큰 감자만 가지고 간다. 일반판매는 직거래여서 모두 팔기가 어렵다. 그래서 돈은 적지만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계약재배를 한다. 하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작물을 심어 아이들 학교 보내고 생활도 해야 하는데, 가격이 없어서 힘이 든다.
여름 하지에 감자를 캐고 나면 그 밭에 미백 찰옥수수를 심는다. 우리는 부천에 사는 언니네 아파트로 싣고 가서 모두 판다. 한 망에 25개씩 넣어 300자루를 갖고 가면 하루에 다 판다. 그 아파트에서 팔 년째 계속 하고 있다. 우리 옥수수가 가는 날, 아줌마들은 항상 먼저 나오신다. 그리고 작년보다 더 맛있냐고 묻는다. 부천 언니 동생이 가져온 거니까 제일 맛있다며 사간다. 두 시간이면 300자루가 금방 팔린다.
토종 옥수수는 ‘언니네 텃밭’이라는 전국여성농민회 꾸러미 사업단을 통해 판다. 토종 옥수수뿐만 아니라 토종으로 심은 작물은 여기서 판매를 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하지만 토종은 수확량이 적다. 그래서 토종으로 심은 작물은 조금 돈을 더 받는다. 토종을 드신 분들은 일반작물에 비해 맛있다고 한다. 주문은 항상 늘어간다. 우리 집에는 그래서 토종작물(선비잡이콩, 퍼런콩, 강낭콩, 울타리콩, 주먹참깨, 토종대파, 토종들깨, 서리태)을 많이 심는다.
이렇게 2월에는 농사계획을 세우며 농사준비를 한다. 퇴비와 비료, 비닐, 일반씨앗을 구매하고 토종씨앗을 준비한다. 2월은 가슴이 벅차면서 마음이 복잡하다. 머리가 복잡하다가도 또 행복해진다. 올해는 농사를 잘 지었으면 좋겠다. 농사라는 것이 힘들고 마음먹은 것 같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을이 되어 창고에 곡식이 가득 쌓일 때면 뿌듯하고 행복하다. 가격이 얼마가 되든지 열심히 일해서 생산한 것이기 때문에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다. 나는 8년차 농사꾼이다. 앞으로도 계속 농사를 짓고, 또 일반작물보다는 토종씨앗을 심으려고 한다. 우리 집 농산물을 드시는 분들이 “이 집 농사 참 잘 지었구나!”하는 말을 듣는 게 내 소원이다. 올 한해도 열심히 농사를 짓겠다.
횡성희망신문 yongy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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