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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군수라더니, 힘은 어디에 쓰고 계십니까
조만회 기자 | 승인 2026.09.18|(349호)

선거가 끝난 지 이제 석 달 남짓입니다.

그때를 한번 떠올려보죠. 장신상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주민들의 마음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준 것은 아니었겠죠. 무엇보다 이번에는 ‘힘 있는 여당 군수’가 필요하다는 기대가 컸습니다.

중앙정부와 같은 당의 군수가 되면 횡성의 숙원사업도 잘 풀리고, 국비도 더 많이 가져오고, 선거 때 약속한 굵직한 공약들도 속도감 있게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였습니다.

“이번에는 한번 제대로 해보자”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금 묘합니다. 힘 있는 군수를 뽑았는데, 정작 공약들은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 공모에서 두 차례 고배를 마셨습니다. 소상공인에게 취임 후 즉시 200만 원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은 취임 후 4년에 걸쳐 50만 원씩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더니, 이제는 2년에 걸쳐 매년 100만 원씩 지급하는 구상으로 바뀌었습니다. 500만 관광시대는 야심찬 숫자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숫자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하나씩 설계하는 단계죠.

여기서 주민 입장에서는 궁금해집니다. “우리가 선거 때 뽑은 것은 군수입니까, 아니면 군정 준비위원장입니까?” 물론 군정을 맡으면 공부할 것도 많고 검토할 것도 많습니다. 선거 때 생각했던 것과 실제 행정은 다를 수도 있죠. 공약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데 있습니다. 선거 때는 “월 20만 원”이었는데 당선되고 나니 재원이 문제입니다. “취임 후 즉시 200만원”이라고 했는데 취임하고 나니 조례가 문제입니다. “500만 관광”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관광객 통계부터 다시 정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그런 것들은 선거 전에 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적잖이 허탈합니다.

주민들이 장신상 군수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주민들은 단순히 사람을 바꾼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뭔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표에 함께 담았습니다. 특히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말은 상당한 기대를 만들었죠.

그런데 힘이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선거 때는 그렇게 강력했던 힘이 당선되고 나면 조례를 찾고, 예산을 계산하고, 공모사업을 다시 준비하는 데 쓰입니다. 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압니다. 행정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주민들이 궁금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 되는 겁니까?” 공약을 모두 당장 시행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키려면 제대로 지켜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월 20만 원을 약속했다면 매년 얼마가 필요한지부터 계산했어야 합니다. 소상공인 200만 원을 약속했다면 누구에게 어떤 근거로 지급할 수 있는지 미리 따져봤어야 하죠. 500만 관광객을 약속했다면 지금보다 몇 명을 더 유치해야 하는지, 그 사람들이 횡성에서 무엇을 하고 얼마나 돈을 쓰게 할 것인지까지 그려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타난 모습을 보면 공약의 숫자는 선거 전에 있었고, 그 숫자를 현실로 만드는 계산은 당선 이후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쯤 되면 주민들이 조금 서운해도 이해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선거 때 표를 달라고 할 때는 주민들에게 “기대해 달라”고 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행정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합니다. 표를 줄 때는 주민의 마음이었고, 표를 받고 나니 행정의 사정이 된 셈입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이 행정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공약을 모두 당장 시행하라는 것도 아니죠. 다만 최소한 “이 공약은 이런 재원으로, 이런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 정도 일정으로 추진하겠습니다”라는 설명은 듣고 싶습니다. 그것이 표를 준 주민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

장신상 군수에게도 아직 시간은 있습니다. 민선 9기가 이제 막 출발했습니다. 지금 드러난 문제만 가지고 벌써 실패했다고 단정할 이유도 없죠. 오히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공약을 하나씩 다시 점검하고, 가능한 것은 속도를 내고, 어려운 것은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면 됩니다. 안 되는 것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것보다 왜 안 되는지 설명하는 군수가 훨씬 믿음직스럽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행정의 능력이 아니죠.

주민들이 원했던 것은 ‘힘 있는 군수’라는 이름표가 아닙니다.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보여주는 군수였습니다. 선거 때 주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도 바로 그것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주민들에게 다시 기대하라고 하기 전에, 그때 그 표에 담겨 있던 기대부터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선거는 끝났지만 약속까지 끝난 것은 아니니까요.

 

조만회 기자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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