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상 군정이 출범한 지 석 달 남짓 됐다. 아직 군정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말도 맞다. 그러나 선거 때 내놓은 핵심 공약들이 실제 행정으로 옮겨지는 과정을 지켜보면 한 가지 질문은 던질 수밖에 없다.
과연 장신상 군정은 군정을 맡을 충분한 준비를 하고 출범했는가. 선거 당시 주민들에게 제시된 공약은 분명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월 20만 원, 소상공인 200만 원 지원, 500만 관광시대 등 굵직한 약속이었다. 특히 ‘힘 있는 여당 후보’라는 점은 주민들에게 상당한 기대를 안겼다.
주민들은 단순히 군수를 바꾸는 데 표를 던진 것이 아니다. 중앙정부와 같은 여당 소속 군수가 되면 횡성의 현안도 더 힘 있게 풀고, 공약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표에 담겼다.
그런데 취임 후 상황은 기대와 조금 다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 공모에서 탈락하면서 자체 재원 마련이라는 숙제를 안았다. 소상공인 200만 원 지원은 취임 후 4년간 매년 5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됐고, 다시 2년간 매년 100만 원을 지급하는 구상이 나왔다. 500만 관광시대 역시 이제 관광객 통계를 정비하고 구체적인 실행사업을 하나씩 설계하는 단계다.
공약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행정에는 법과 예산이라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현실을 선거 전에 얼마나 검토했느냐다. 공약을 내놓을 때부터 재원은 확보 가능한지, 법적 근거는 있는지, 행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군정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당선된 뒤에야 하나씩 따져본다면 주민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취임 후 즉시 200만 원’을 약속했던 소상공인 지원이 대표적이다. 약 3,800곳에 200만 원을 지급하면 76억 원이 필요하다. 금액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 모든 소상공인에게 현금을 지급할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느냐다.
이런 문제는 공약을 만들 때부터 검토했어야 할 사안이다. 농어촌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월 20만 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하는 것보다 매년 필요한 수백억 원의 재원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500만 관광도 숫자만으로는 군정의 성과가 될 수 없다. 500만 명이 횡성을 방문하더라도 스쳐 지나간다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얼마나 머물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돈을 쓰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세 공약 모두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는 선명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실행계획은 당선 이후 구체화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제 장신상 군정이 보여줘야 할 것은 새로운 공약이 아니다. 이미 약속한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다.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하고, 법적 근거는 어떻게 확보하며,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군정은 선거운동의 연장이 아니다. 당선되는 순간부터 공약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행정의 책임이 된다. 장신상 군정에 아직 시간은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실패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의문을 해소할 책임은 군정에 있다.
주민들이 원했던 것은 ‘힘 있는 군수’라는 수식어가 아니다. 힘을 보여주는 군수였다. 그 힘은 중앙정부와 같은 당이라는 정치적 배경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공약을 실행할 재원을 찾고, 법적 장애물을 해결하고, 행정조직을 움직여 실제 결과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힘이 된다.
이제 장신상 군정이 답해야 할 때다. 선거에서 받은 기대를 행정의 성과로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당선된 뒤에야 그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지 말이다.
공약은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준비와 실행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횡성희망신문 hschamhop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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